미술, 당신의 마음을 열어라

주말이다.시험도 끝났다.나른한 기분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윽고 당신은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말할 것이다.”심심한데 우리 영화나 보러갈까?” 혹은 “집에 가서 TV나 볼까?” 등등..그런데 그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면.”심심한데 우리 미술관에나 갈까?” 웬 미술관.십중팔구 그 사람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냐’하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그렇다.

주말이다. 시험도 끝났다. 나른한 기분으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이윽고 당신은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말할 것이다. “심심한데 우리 영화나 보러갈까?” 혹은 “집에 가서 TV나 볼까?” 등등.. 그런데 그 상황에서 만약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면? “심심한데 우리 미술관에나 갈까?” 웬 미술관? 십중팔구 그 사람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냐’하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10년 이상 미술 교육을 받아왔고 수채화니 데생이니 한번쯤은 다 해봤던 우리에게, 여전히 미술은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로 여겨진다. 사회대 한 학우는 “미술은 고급예술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대중예술도 아닌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미술을 부담스러운 고급예술의 하나라고만 느낀다”며 일반 학생들이 갖는 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미술 전시회는 대체로 무료로 볼 수 있고 유료인 경우에도 비싸지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리감’이 곧 ‘무관심’은 아니다. 5∼6개씩 개설되는 미술 관련 교양 과목들은 전공을 불문하고 여러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특히 ‘서양 미술사 입문’과 같은 강의는 예외없이 150명 정원을 초과하는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한다. 이 강의를 듣는 한 학우(사회대 02)는 “특별히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라기보다는…유럽 여행을 염두에 두고 그 곳에서 보게 될 명화들을 미리 알아둘 목적으로 이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유럽까지 가서 그곳 미술관을 둘러보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관심이 없다구? 아니다, 그저 거리감을 느낄 뿐…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널리 알려진 화가 한젬마 씨의 문제의식도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의외로 많은 대중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미술은 너무 어려워서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선입견으로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사람들이 미술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데는 미술계 자체의 문제가 크다고 한젬마 씨는 말한다. 당장 미술관만 봐도 그렇다. 개관시간이 보통 오후5~6시까지라서 평일에는 찾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개관시간을 늘리는 일 뿐 아니라 미술관 안에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를 놓고 휴게실에 간식 등을 마련해 놓는 등 감상자를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술 관련 서적은 어떤가. 미술 ‘대중서’조차도 대중들에게는 너무 어렵다. 미술을 배울만한 데는 있는가. 미술 학원들은 거의 입시를 위한 미술만을 가르치고, 취미로 미술을 배울 곳은 찾기 힘들다. 미술 강의가 행여 너무 딱딱하여 사람들을 미술에서 더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도 걱정이다. 미술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많아져야 한다. 대중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미술계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가 ‘미술’이라는 서먹서먹한 영역에 한발 가까이 다가서고자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일단,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거나 망설이지 말고 미술 전시회를 찾아가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정준모 씨는 수요예술강좌 첫 번째 시간에 ‘스스로 전시회를 선택하는 데 자신이 없다면 우선 미술관의 전시회를 1차적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여기서 말하는 미술관이란 문광부에서 인가받은 미술전문기관으로서, 이런 곳에서는 전문가인 학예연구원(큐레이터)들이 전시회를 조직·관리한다. 즉, 가려고 마음먹은 곳이 등록 미술관인지 확인해 보는 수고만으로도 일단 전시회의 질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미술관은 보통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개관시간을 미리 알아보고 가야하는데, 적어도 개관시간이 끝나기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입장이 허용된다. 그리고 월요일은 대부분의 미술관이 휴관하므로 헛걸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 멀리 미술관 건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 건물부터 감상해보자. ‘미술관은 현대의 중요한 건축가들의 작품인 경우가 많다’고 정준모 씨는 말한다. 전시실 앞에서 전시 내용을 알리는 간단한 안내문이 있으면 이를 읽어보고, 입구에 놓인 리플렛(대개 무료임)을 집어들어 전시장 안내로 삼아도 좋다. 이제 작품을 감상할 차례다. 긴장하거나 부담을 갖지 말고 자기 마음대로 감상할 것. 전시장에 있는 모든 그림을 한 점도 빼놓지 않고 보겠다고 욕심부리지는 말고, ‘오늘은 내가 그림 한두 점만 딱 본다’고 생각하라는 것이 한젬마 씨의 조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기억에 남는 작품들을 찾아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에게 감흥을 주는 작품 한두 개만 건져도 충분히 미술관을 찾아간 보람이 있다. 어쩌면 처음에는 미술 작품에서 아무런 감흥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쉽게 의기소침해지지는 말자. 꾸준히 미술 전시회를 돌아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당신의 눈에도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 전시회, 일단 한번 가보자 그밖에도 미술에 가까이 다가가는 다양한 경로가 있다. 알찬 내용으로 꾸려진 사이버 미술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니 한번 접속해보기 바란다. 하다못해 달력을 넘기며 그 속에 담긴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사동에 있는 아트센터에 가면 미술 작품을 응용한 시계, 다이어리, 엽서 등 예쁜 아트 상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 아트센터에 들렀다가 시간이 나면 그곳에서 출발하는 미술관 순회버스에도 올라타보자. “중요한 것은 습관”이라고 한젬마 씨는 말한다. “그림은 이론으로 보는 게 아니다. 그림을 보고 즐기는 습관이 필요하다”라고. 그녀는 일상적으로 공연 티켓, 그림 한 점을 선물로 주고받는 외국의 생활 문화를 설명하면서, 우리에게는 그런 문화가 없음을 아쉬워했다. 미술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고상한 고급예술이 아니다. 비록 국내 미술계의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미술에 대해 마음을 열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일단 습관을 들이고 나면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것이 미술이다. 당신이 마음을 열기만 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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