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평가 과정에서 부정 행위(커닝, 대리 시험, 레포트 베끼기, 대리출석 등)를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부정 행위를 해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서울대저널』에서 실시한 설문에 응했던 250명의 서울대생 중 6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우리 주변에서는 부정 행위들이 공공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부정 행위는 여전히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2)대리 출석. 엇갈린 생각들대리 출석은 가장 많이 행해지면서도 가장 문제 의식이 적은 부분이다. 대형 강의에서는 학생 수가 많아 출석 체크가 허술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학생들은 수업을 빠져야할 때 출석 점수를 깎이기보다는 대리 출석을 선택한다. 대리 출석은 정당한 평가를 막기 때문에 나쁘다는 입장과 출석을 점수화하는 것은 결국 평가를 손쉽게 하기 위함이고 대리 출석을 조장한다는 출석 체크 자체를 문제시하는 입장이 맞물려 있어 의견 차가 크다. 평가는 교수의 재량이고 교수마다 생각이 달라 출석 체크를 아예 하지 않거나 지정 좌석제 실시, 출석부 돌리기 등 여러 가지 출석 체크 방법이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리 출석을 둘러싼 여러 입장을 조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레포트가 너무 어려워요!대부분의 이공대 1학년생들이 듣는 일반 물리 수업의 숙제 제출 시간이 가까워지면 곳곳에서 숙제를 베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레포트를 쓰기 위해 도서관을 찾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찾은 글을 편집하거나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같은 자료를 베껴 똑같은 보고서를 내는 경우도 발생한다. “물론 남의 것을 베끼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솔직히 우리를 너무 과대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문제를 풀려고 해도 어려워서 풀 수가 없으니 다른 사람의 레포트를 베끼게 된다. 실험 레포트는 내가 쓴 것보다 잘 쓴 선배의 것을 편집하고 짜깁기해서 분량을 채워 내면 점수를 더 잘 받는다.” 공대 한 학우의 말이다. 실험 내용이나 과제는 몇 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기 때문에 레포트를 어려워하거나 귀찮아하는 학생들은 손쉽게 베껴낼 수 있다. “실험 내용을 바꾸려고 노력은 하지만 실험을 한 번 바꾸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문제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일반 물리의 경우 과제로 내는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풀기가 힘들다. 때문에 학생들은 공부를 해서 풀기보다는 베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정다은, 일반물리 조교) 많은 학우들이 레포트를 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들 대부분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레포트를 베끼는 방법을 택한다. 질문을 하려고 해도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조교에게 불쑥 찾아가기도 어렵고 해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학우도 있었다. 실제로 조교 한 명당 50∼100명의 학생들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직접적인 만남이 어렵다. 레포트를 베끼게 만드는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고 이는 없어져야 하지만 스스로 과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쉬운 방법만 택하려고 하는 태도는 분명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커닝 사건.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지난 여름이 되기도 전에 학내를 미리 뜨겁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사회대 일부 학생들이 집단 커닝을 하다 적발된 사건이었다. 사회대 사건의 경우 사회학과 학생들이 토론회를 통해 문제를 공론화하고 담당 교수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가했던 한 학우의 말에 따르면 자성의 분위기보다는 자신들이 커닝을 하게 된 원인을 족보에서 나온 시험 문제 등 외부적 요인에서 찾아 행동을 정당화시키려고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사회학과 학생들에게 배포된 문건에서는 커닝 사건의 원인으로 상대 평가가 주는 경쟁의 격화, 부정행위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과내 분위기, 단순 암기 식의 시험 내용 등을 꼽았다.2)이 사건으로 공공연한 비밀로 유지되어오던 커닝이 표면 위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커닝 사건이 있은 이후에도 커닝에 대한 방지책은 여전히 감독 조교 수를 늘리고 학생들 사이의 간격을 넓히는 것이 전부이다. ‘족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커닝 방지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논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커닝이 나쁜 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커닝을 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만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 시험 칠 때 책상에 공식 등을 써 놓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학생들은 시험 시간에 직접 책을 꺼내 보기도 한다.” 커닝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없다면 시험 문제가 단순 암기식이 아니라면 커닝은 분명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커닝이 없으려면 개개인이 정당한 평가를 받겠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바빠. 시험에 대신 좀 들어가줘.대리 시험은 부정 행위 중 가장 적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리 시험은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시험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개인 일로 시험에 들어오지 못할 경우 단순한 시험 ‘참가’를 부탁한다. 대부분의 교내 시험에서는 시험에 아예 참가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참가를 하는 것이 그나마 성적이 낫게 나오기 때문이다.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야한다면 담당교수에게 사정을 말하고 다른 날짜에 시험을 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시험을 빠질 정도의 일이라면 그 정당성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동아리 일로 대리 시험을 부탁했던 한 학우는 별 문제 의식 없이 ‘그냥’ 대리 시험을 부탁했다고 한다. 동아리 일이라 담당교수에게 허락을 받을지도 미지수였고 번거로웠기 때문에 대리 시험을 택했다고 한다. 반성 좀 할까요?학업 평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부정 행위들의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설문 조사에서는 학업 성적과 미래에 대한 부담 때문에 부정 행위를 한다는 의견이 34%로 가장 많았다. 그밖에 학업 평가 상의 허술함 14%, 남들이 하니까 13%,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평가 13%, 노력 없이도 성적을 잘 받으면 능력 있다는 분위기 7%, 기타 16% 였다. 대학 진학 전부터 받아왔던 성적 위주의 교육, 학점만 좋으면 된다는 분위기, 결과가 좋으면 과정에서 편법이 발견되어도 무시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주위에 만연해 있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한다. 학우들 역시 부정 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막고 사회로 연결되었을 때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주1)학업 평가 과정에서의 부정행위에 대한 평가를 묻는 문항에서 ‘정당한 대가가 아니므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가 43%, ‘문제가 있는 행동이지만 현실적인 행동이다.’가 44%로 80% 이상의 학우가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설문에 응한 학우의 19%는 학업 평가 과정에서의 부정을 관악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관악타임 27%, 주인의식 부재 25%, 질서의식 부재 18%, 도난 3%, 기타8%) 주2)snunow, ‘중간 고사 커닝 파문’, 2001년 5월 10일 기사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