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개강 때부터 12월 종강 때까지 학우들의 생활은 쉴새없이 돌아간다. 기본적인 학업 이외에 사회에 대한 고민,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더해 생활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적어진다. 하지만 어느덧 만성이 되어버려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행동 상의 문제점들을 발견하게 될 때면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기 마련이다. 정말 그러한가? “우리 문제 있어요!” 서울대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관악에서 생활하면서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조사해 보았다. ▲ 관악타임 ▲ 주인 의식 부재 ▲ 학업 평가 과정에서의 부정 ▲질서 의식 부재(표1참조) 순으로 학우들은 답변해 주었고, 이들 대다수가 이러한 문제들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선정된 문제점은 사회 생활시 남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되었으며, 대체적으로 구성원 대부분이 문제에 대해서 인식은 하고 있으나 별다른 해결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우들은 2위를 차지한 주인의식 부재에 속하는 예로 쓰레기 무단투척, 공공기물 파손을 예로 들었으며, 4위를 차지한 질서의식 부재에는 셔틀·식당 줄 끼어들기, 도서관 자리 맡기 등을 예로 들었다. 개인적인 문제니까 건드리지마?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 많은 학우들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커닝을 하는 것, 쓰레기를 버리는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이니 뭐라고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들의 일차적인 책임은 행위자에게 물어야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는 없다. 실제로 갓 입학한 새내기의 경우 시간 약속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나 학내 생활이 길어질수록 둔감해 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인 시간 약속은 세미나, 과행사 등이 주를 이루는데 행사를 책임지는 사람과 행사에 참여하는 고학번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 새내기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 구조적으로 정착되어 아예 관악타임이라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개인적인 약속과 공식적인 약속(세미나등)에 이중적인 시간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지난 학기 단체 커닝 사건은 학내에 던져 준 여파가 상당히 컸다. 그동안 암암리에 행해졌던 커닝이 대규모로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커닝이라는 문제에 대해 별 소득 없이 끝난 이 사건은 학내에서 왜 성적 문제에 관해 부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부실한 시험문제, 매년 반복되는 강의 내용, 획일화된 평가 방법, 부족한 감독 인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이 문제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모색되지 않은 채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때문에 “남들도 다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한 학우의 말처럼 부정 행위자체가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능력으로 인정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린 무질서하다? 서울대학내에는 총 3만 여명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학내에 설치되어있는 쓰레기통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분리수거를 시작한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분리수거함이 통일 되어있지도 않고 그나마 있는 것도 혼란스럽게 표기가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학내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기숙사생을 제외하고 주거지가 아닌 활동영역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버리는 사람과 치우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대해 무관심하기도 하지만, 적재적소에 쓰레기통이 없어 쓰레기 자체에 대한 인식이 적다. 또, 책걸상과 같은 공공기물 파손 역시 노후된 시설물을 더 잘 보존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학우들이 많다. 질서의식의 경우 행위자인 학우들말고, 학내 근로자 분들은 한결같이 질서를 잘 지킨다고 대답하여 눈길을 끈다. 적지 않은 학우들이 질서에 대해 관찰자와는 다른 생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답은 식사줄을 기다리는 한 학우의 말에서 쉽사리 찾을 수 있었다.”줄을 잘 서있죠. 하지만 저기 봐요. 아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우르르 끼여들잖아요. 이러니 질서의식이 없다고 하죠.”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줄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자리 맡기, 강의실 자리 맡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딱히, 구조적인 문제점을 골라낼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한 시설에 학생들에게 경쟁을 시키듯 시간 조절을 못하도록 만든 수업 체계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를 준비하는 장 – 자기성찰을 기대하며 97년 발간 된 ‘관악학우들이 대학생활에서 느끼는 연구자료’를 그 당시에도 많은 학우들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제들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문제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그것이 왜 문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문제라고 인식하더라도 당연하다고 받아들여 더 이상의 반성을 하지 않고 멈추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학내에 만연한 문제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악타임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지 20 여 년이나 지났고, 분리수거가 시작 된지 10년이 지났음에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고 있다. 무임 승차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익을 얻는 경우를 칭하는 말이다. 진보의 요람이라는 이곳 서울대, 나아가 지성인을 꿈꾸고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자 하는 그대는 무임 승차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 추석 때는 “XX는 서울대에 들어갔을 정도로 똑똑한데, 행동은 왜 저러냐?” 말을 듣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