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공간엔 참 많은 구성원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식사를 챙겨주는 음식점의 배달원은 우리의 일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구성원이다. 저녁 즈음, 음식 그릇을 챙기러 편집실을 찾은 만리향의 배달원 김성수(34)씨를 붙잡고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이 지역의 배달원은 대부분이 여러 음식점들을 돌아다닌다며, 김성수씨는 만리향에서만 2년째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쉼없이 학교를 돌아다니며 식사 시간에는 음식을 배달하고, 중간 쉬는 시간에는 100개에서 300개의 전단지를 돌리는 것이 그의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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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서울대생은 매너가 있는 것 같아요, 학생들과 트러블이 있었던 적도 거의 없구요”라고 답하며 “그래도 전단지 돌릴때 뚱한 목소리로 넣지 말라는 학생들을 보면 기분이 좀 그렇긴 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한 업소에서만 2년째 일하고 있는 그는 이제 단골들이 눈에 들어온다면서 1등 단골로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을 꼽았다. 반면에 교수님들이 가장 영양가 없는 손님이라면서 “눈치 있는 배달원이라면 교수실 근처에는 전단지도 안 붙여요. 붙여봤자 돌아오는게 별로 없거든요”라는 말을 전했다. 교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배달원들끼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그들 사이에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있는지 궁금했다. “돌아다니면서 자주 마주치니깐 서로 알고 지내죠. 만나서는 어디가 좀 잘 팔리더라는 등 정보 교환도 하고 오늘 일은 어땠는지 이야기도 주고 받는다”그의 답변이다. 그러면서 한달에 한번 있는 이 지역 배달원간의 총회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총회에서는 메뉴 가격 등 여러 실무적인 이야기가 오간다고 살짝 귀띔해 줬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 사고에 대한 걱정은 들지 않냐란 질문에“보기에는 사고가 많이 날것 같지만, 실제로는 한 업소당 1년에 1,2번 날까말까해요”라고 답한다. 배달량이 많아지면 수입이 올라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열심히 일하면 한만큼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김성수씨. 야외에 전단지를 뿌리는 것을 본부가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중도 앞 잔디밭에서 직접 가게 홍보도 한다며 수줍게 웃는다. 따스한 봄날, 중도 앞 잔디밭에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배달원의 가게 홍보를 듣고 음식을 결정하는 것도 즐거운 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