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대학교 신입생이 되면 꼭 거쳐야 할 관문이 생겼다. 자연계, 인문계열을 막론하고 대학영어는 필수 과목이 되었고, 이와 더불어 TEPS 시험은 서울대생이면 누구든지 쳐야하는 시험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 대학 삶에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대학영어. 하지만 그 역사는 의외로 짧다. 대학영어는 99년 처음으로 실시되어 이제 4학기 째를 마무리 하고 있다. 물론 전에도 영어교육은 실시되고 있었으나 자체적인 문제가 많았고,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1998년이었다. 당시 영어교육은 독해력 위주의 복잡한 문장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과목명은 ‘교양 영어’였으며, 비교적 길고 난이도가 높은 지문을 한인 교수님이 강독하는 형태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강정원도 현재의 일반 교양강좌처럼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새로운 대학입시제도인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치르게 되면서, 그리고 시대 상황이 소위 ‘국제화’ 시대로 바뀌면서 기존 ‘교양 영어’ 제도에 문제가 드러났다. 우선 학생들이 난이도 높은 수준의 영어를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과거에는 본고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난이도가 높고 긴 지문의 강독에 익숙한 학생들이었지만 소위 ‘수능 세대’는 짧고 쉬운 지문에 길들여져 있어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꼈다. 아무리 대학에서 더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공대와 자연대 등의 학생들에게는 전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려운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시대 상황이 과거와는 다른 인간형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구촌화’가 되면서 세계무대에 나가서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영어는 의사소통의 필수 사항이 되었다. 당시 서울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였던 선우중호 총장은 서울대 졸업생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기를 요구했고, ‘교양영어’는 대대적인 개편을 맞이하게 되었다. 과도기적으로 실시되었던 제도는 언어교육원(당시 어학연구소)에서 실시된 ‘실용영어’제도였다. 이는 학점 외의 강좌로 언어교육원 자체적으로 실시하던 강좌였다. 외국인 강사를 초청하여 신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회화 중심의 영어를 가르쳤다. 한 학기동안 ‘실용영어’ 제도를 실시한 이후, 학생들의 반응을 고려하여 ‘교양영어’는 ‘대학영어’로 바뀌게 되었다. 당시 주로 인문대학 교수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해 반대를 하기도 했다. 반대의견의 주된 주장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영어는 학원에서 가르치는 영어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회화 중심의 영어교육은 학원에서 배워야할 영어이고, 대학에서는 높은 차원의 영어교육을 실시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주로 자연대나 공대의 다른 많은 교수들은 실용적인 영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영어교육이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결국 논의 끝에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금의 ‘대학영어’ 제도를 실시하였다. 그 실천 방안으로는 우선, 새로운 교제를 서울대학생의 지적인 수준에 맞는 것으로 선택하기로 했고, 회화뿐만 아니라 쓰기와 읽기 능력도 키우기로 했다. 또한 영어 강사들을 외국인 강사로 채용하고, 강좌 정원도 30명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 학내에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는 13명이고 이들은 한인 교수 9명과 함께 대학영어와 고급영어의 강좌를 전담하고 있다. 외국인 교수들은 석사 자격증이 기본 조건이고, 주로 홈페이지 광고나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자격증 시험 게시판 공고를 통해 모집한다. 이들은 주로 전임 강사(free time lecturer)로 일을 하며 주거 등의 생활은 학교에서 최대한 보장해 준다. 영어영문학과의 한 교수의 말에 의하면 “매년 수많은 외국인이 강사자리를 위해 지원을 하나 여건상 제한된 명수 밖에 채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한 외국인 강사의 말에 의하면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의 수준이나 연구·교육 환경이 국내 최상이어서 항상 지원 일 순위(first priority)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제한된 영어 강사가 100여 강좌를 맡으려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 학생들에게 더 질 좋은 영어 교육을 실시하려면 서울대에서 더 많은 외국인 강사를 모집해야할 것 같다.”라고 하였다. 이는 서울대가 ‘여건상’ 더 많은 외국인 강사를 초청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대학영어 제도의 장기적 구상으로는 정보광장 sis에 독자적으로 학생이 인터넷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달여 간의 합숙으로 집중화된 영어교육 방안 등이 나왔었다. 이러한 구상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학우들이 참여를 하고 있다. 우선, Lab 제도를 시행하여 영어 듣기 능력을 기르고 있으며, 대학영어 웹싸이트(english.snu.ac.kr)를 구축하여 현재는 강좌소개, TEPS 소개, 간단한 영작문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영어카페(English Cafe)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학생들에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마련해 주고 일정 자격을 갖춘 자원 봉사자들이 학생들의 영어 회화를 도와주고 있다. 영어로 시사문제 등에 관해 토론할 수도 있고, 운영위원회에서 학생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많이 소개한다. 또한 영화·연극 상영 등의 문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당시 교무부처장으로 계시고 대학영어 발전안을 맡으셨던 유영제 교수님은 “동경대 같은 경우 영어 필수 이수 학점이 서울대학교보다 훨씬 많다. 많은 개편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영어 맛보기’ 수준의 교육 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앞으로도 영어 교육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당시 새로운 영어 시험으로 등장하였던 TEPS(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도 시대상황에 맞물려 실시되기 시작되었다. 대학 입시제도가 수능으로 개편되면서 더 이상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입시제도로 평가할 수 없었고, 마침 몇 년 전부터 개발한 TEPS가 세계적인 석학들로부터 타당성이 입증 받았다. 학생들의 영어 수준을 평가하면서, 개인 실력에 맞는 영어 교육을 위해 추가적으로 ‘고급 영어(Advanced English)’를 도입했다. 고급영어는 대학영어과는 달리 연극을 통한 영어 학습(English Through Drama), 시사 토론(Current Issues), 산문 독해(English Prose) 등 다양한 강좌가 있어 더욱 실용 영어를 강조하였다. 당시에는 TEPS 560점 미만은 대학영어, 560점 이상은 고급영어를 수강하도록 하였고, 현재는 500점 이하는 대학영어 수강불가, 500점과 700점 사이는 대학영어를 수강, 700점 이상은 고급영어를 수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구분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전 대학영어 관리를 맡았던 영어영문학과 유명숙 교수님께서는 “같은 고급 영어를 듣는 학생이어도 한국에서 계속 생활하고 701점을 맞은 학생과 외국에서 5년 이상 살았고 850점을 맞은 학생과는 천지 차이다.” 또한 영어 교육에서 교육의 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며 “이 학생들이 같은 강좌를 수강한다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TEPS 성적이 500점 이하인 학생들의 교육도 문제가 된다. 현재 TEPS 500점 이하의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여 500점 이상으로 올리고 대학영어를 수강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무책임하게 이런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혼자 맡기는 것보다 학교 내에서 그러한 학생들을 위한 강좌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대안으로 TEPS 500점 이하인 학생들을 위한 ‘기초 영어’를 개설하고 고급영어의 수강 가능 점수를 850점으로 올리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TEPS 시험은 졸업에도 필수사항이 되었다. 99학번 이상으로는 졸업 규정은 없으며 500점 이상을 맞아야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00학번 이하로는 졸업 규정에 ‘TEPS 700점 이상을 취득 한자’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대학영어는 우리에게 필수사항이 되었지만 짧은 역사 때문에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은 상태이다. 당시 취지처럼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을 할 수 있는 서울대생’을 만들기 위해서 대학측은 대학영어의 발전에 더 많은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단지 학생들에게 공부하기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주고, 공부를 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대학측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