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인가부터 학내에서는 외국인을 찾아보기 쉬워졌다. 우선 우리학교에 재학중인 외국인 학생이 많아졌고, 지난 9월에는 처음으로 외국인이 정교수로 임명되었다. 이 외에도 2000학번 이후로 입학 당시에 받았던 ‘Global Citizen 교육 실시’, 외국 대학과의 교류 강화, 영어 강의 실시 등 서울대는 소위 ‘국제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외국인 교수 임용 1999년 2월 이전에는 외국인이 국립서울대학교에서 교수가 될 수 없었다. 서울대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국립대학교에서 외국인이 교수로 임용되지 못했다. 결국 초빙교수, 강사의 이름으로 단기적으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999년 2월 이후 교육공무원법 20조를 변경함으로서 국립대학교에서의 외국인 임용이 가능해졌다. 그 이후 농대에 1명, 자연대에 2명의 외국인 교수가 임명되었고, 2003년 1학기부터는 교수의 위치에서 직접 강의도 할 예정이다. 현 총장, 이기준(李基俊) 총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사회에 지적 자극 등 새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내년부터 외국인 교수를 연간 1백명 정도씩 유치하고 향후 전체 교수 정원(1천5백여명)의 20%선(3백여명)까지 늘릴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또한 외국인 전용 아파트도 조급히 건설하는 등 여러 혜택을 주기로 했다. 더 나아가서는 외국인 교수를 특정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하고, 인격과 덕망이 높은 학자를 임용하기 위해 외국인 교수를 A, B, C 등급으로 나누어 A등급의 경우 연간 10만달러(1억2천만원상당)이상의 파격적 보수를 지급하고 B등급은 연간 7만달러(8천400만원 상당), C등급은 연간 4만달러(4천800만원 상당)를 지급키로 했다. 이는 서울대 부교수의 연봉이 4만 달러인 점을 w고려한다면 상당한 대우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가 외국인 교수의 임용을 늘릴 경우 총 126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것은 국고와 기상회비 또는 발전 기금에서 지원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처럼 외국인 교수 임용이 늘어날 경우 기존의 서울대 교수와 연구원들이 외국의 우수한 교원과 경쟁하게 되어 연구에 자극을 받으면서도 국내 교수 임용 교수 수가 줄어들게 됨으로서 반발 또한 심할 것이다. 또한 불공평한 봉급 문제로도 적지 않은 문제가 예상되어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교수 신규 임용시에도 ‘외국어 강의 능력심사’를 추가해 국제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지원자에게 우선권을 줄 예정이라고 한다. 개정된 교육공무원법으로 임용된 자연대의 한 외국인 교수의 예를 보자면, ‘Physics Today’라는 미국의 잡지를 통해 서울대 교수 자리를 접하게 되었으며, 삼성재단에서 서울대 측에게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그 이익금으로 봉급을 받는다고 했다. 호주 멜버른대학 조경학 석사인 무가빈 교수는 싱가포르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가 국제 회의에서 서울대학교 교수와 인연이 맺어져 초청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외국인 교수의 임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수 임용의 조건이 외국인일 경우 석사학위, 한국인일 경우 박사학위이기 때문에 형평성의 측면에서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대외 협력 본부 교환학생과 외국인 학생의 입학은 대외협력 본부에서 책임지고 있다. 1996년 6월 ‘국제교류 센터’라는 이름으로 국제교류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대학교 설치령’의 승인을 받지 못해 기획실 산하의 비법정기구로 남아야만 했다. 2000년 1월부터는 법정기구로 승인을 ‘대외교류처’로 승격되고 2001년 9월에는 대학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대외협력 본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들이 주로 하는 활동으로는 학술 교류 협정 체결, 외국인 학생 입학 및 후생 복지 관리,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 관리, 기관별 학술 교류 지원 및 홍보 등이 있지만 주된 활동은 학술교류와 교환학생 업무이다. 외국 대학에 교환학생을 보내려면 우선 상대 대학교와 학술 협정을 맺어야 한다. 한 대학을 평가할 때 교수들이 중점 사항으로 평가하는 것이 학문의 질적 수준과 연구 여건이다. 현재는 서울대학교는 17개국 46개 대학과 협정을 맺은 상태이고, 이중 31개 대학에는 교환학생을 보낼 수 있다.(표 1 참조 ) 교환학생의 경우, 학비는 서울대학교에 지불하지만 상대 학교에서의 학점과 활동을 인정해 준다. 2000년도 한해 동안 37명의 학생이 해외에 나가고 19명의 외국 학생이 서울대학교에서 수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서울대학교는 다른 명문 사립대보다 협정을 맺은 대학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교환학생의 수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대외 협력 본부 팀장 이상억씨는 이러한 현상에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서울대학교보다 훨씬 많은 200여명의 외국인이 재학중이며, 300여명의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가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연세대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만이 수강할 수 있는 영어 강의 프로그램이 따로 분리되어 있고, 외국인 학생들은 일반 연세대학생과는 분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또한 연세대학교는 서울대학교와 달리 미국의 ISEP(International Student Exchange Program)에 가입을 한 상태이다. 결국 학생들은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은 언어권을 선택한 후 ISEP를 통해 그 언어권의 대학들과 접촉을 하게 되고 심사를 통해 선정되면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상대 대학의 학문적 질, 개설 강좌 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면 질적인 차원에서는 일일이 대학을 심사한 후 교류협정 맺은 대학들에 학생을 보내는 서울대학교의 제도가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평가 방법이 서울대의 현 상태에 면죄부를 씌워주지는 못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가고 싶어하는 미국의 경우, 실제로 교환학생을 보낼 수 있는 대학은 2개 대학에 불과하다. 유럽 대륙, 동남아시아, 남미 등의 상황도 그리 나은 편은 아니다. 미국 대학의 경우 일년에 2~3명 의 학생이 교환학생으로 나가고 들어온다. 하지만 지원자 수는 60명이 웃돌라 30:1의 경쟁률을 보인다. 결국 학생들을 선발하는 기준은 학점에 많이 의존하게 되고, 평점 4.0을 웃도는 학생들이 대부분 선정된다.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외국의 대학들과 협정을 많이 맺으려 한다. 하지만 아직 국립서울대학교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본교가 협정을 맺기 위해 심사하는 것이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였다. 물론 대학을 정확하게 평가한 후에 학생을 교류하고 연구 협정을 맺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요구가 많은 데에도 그만한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다. 그 밖의 시도들 서울대학교는 정부의 지원아래 Brain Pool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것은 외국인 교수들을 초청하여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현재 자연대, 공대 등에 많은 연구원이 이 제도 아래에 서울대학교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며, 100여명을 유치할 수 있는 예산60억원을 확보하여 외국인 1인 당 5만 달러(약 6,00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자연대의 한 연구원은 대구 모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다가 2001년 2학기부터 서울대학교에서 연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식 강사와는 달리 주거 등의 생활을 학교측에서 마련해 주지 않아 적은 봉급으로 사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한 본부 측에 건의하거나 요구해야할 사정이 있을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불편하다고 하면서 일년 후에 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대학교가 유능한 외국인을 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기본적인 생활과 편의시설 등을 보장하지 않아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외곽 순환 도로에 위치하고 있는 ‘국제 지역원’은 5년전에 처음 건설되어 김영삼 전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제화 시대에 맞는 전문 인력 생산’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 곳은 일반 대학원과 비슷한 교육 과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영어로 강의를 한다는 것과 ‘협동과정’이라는 특이한 가의 방식을 실시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협동 과정이라는 것은 한 과목을 여러 학과의 교수님이 자신의 분야를 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학과의 경우, 정치학과 교수가 일본의 정치를, 경제학과 교수가 일본의 경제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 물론 모든 강의는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국대학에서 대학원과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소위 ‘국제화시대’를 맞이하여 서울대학교는 여러 방면에서 국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면에서 아직 미흡한 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외국인 교수는 서울대에 따끔한 충고를 하였다. “진정한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사람 개개인과 그 주위 환경이 먼저 국제화되어야 한다. 단지 외국과의 접촉을 늘린다고 국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