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사회, 중립과 무관심을 넘어서

지난해 12월 ‘서울대법인화법 폐기를 위한 천막농성 집들이 촛불문화제’에는 공무원노조, 야당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했다.정작 학생 사회의 입장은 충분히 모이지 못한 상태다.ⓒ서울대저널 자료사진지난 12월 8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이 통과된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야당에서는 법인화법 통과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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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대법인화법 폐기를 위한 천막농성 집들이 촛불문화제’에는 공무원노조, 야당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했다. 정작 학생 사회의 입장은 충분히 모이지 못한 상태다. ⓒ서울대저널 자료사진

지난 12월 8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이 통과된 이후,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야당에서는 법인화법 통과 자체가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2월 법안통과에는 학생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면서 “본부와 정부가 서울대 구성원의 입과 귀를 닫고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법인화 통과 이후… 학생 사회 ‘중립 논란’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법인화에 대한 의견을 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법인화법이 통과된 직후, 인문대에서는 ‘중립 자보’를 내걸어 논란이 됐다. 문제의 발단은 10일 열린 단대운영위원회 회의였다. 당시 회의에서 이반 학생회장 변예은(국문 09) 씨는 단운위 회의에서 “법인화에 대한 내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며 “법인화에 대한 입장에는 통과 방식과 내용 자체가 혼재돼 있다. 법인화 통과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동반 집행국의 양희준(국사 09) 씨도 “법인화 반대를 새내기배움터(새터) 기조로 건다면 새내기들에게 세뇌하는 게 아닌가” 하고 반문하며 “그렇게 시작하면 법인화가 뭔지도 알지 못하고 역효과만 발생할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회의 직후 인문대는 학생회 차원의 의견을 표명하는 대신 법인화 찬반 논리를 정리해 나란히 배치한 대자보를 작성했다. 단대 입장을 정하기에 앞서 자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서다. 인문대 학생회는 ‘서울대 법인화 안건이 12월 8일에 졸속 통과되었습니다’라는 제하의 대자보에서 “법인화 안건이 통과돼 입장을 정해야 할 쟁점들이 발생했다”면서 “토론을 벌여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인문대는 이후 단운위에서 표결을 거쳐 법인화 반대를 새터 기조로 채택했다. 하지만 아직 법인화에 대한 홍보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문대 새터 책임을 맡은 연창기(영문 10) 씨는 “선후배가 새터 자리에서 법인화 이야기를 원활하게 하도록 여러 경로로 도움을 주려고 했다”면서도 “토론을 진행하는 데서 결정적인 부분은 각 반 선배들의 자율에 맡겨져 조금 아쉬웠다”고 돌아봤다.자유전공학부에서는 법인화 자료 배부를 둘러싸고 학생회가 일부 학생과 마찰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학부 총엠티 기간에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에서 법인화 반대 자료를 배부하자 문제가 불거졌다. 한 학생은 자유전공학부 학생회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한쪽 목소리만 전달하며 진보 성향의 의견을 개진하고 ‘한나라당 반대’ 자료를 나눠주다니 매우 실망스럽다”며 학생회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회장 김인균(자유전공 09) 씨는 “이 자료는 총학생회에서 만들어 배부를 요청한 것”이라며 “2009년 실시한 총투표에서 법인화 반대가 과반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총학생회는 법인화 반대 기조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당시 해명했다.하지만 자유전공학부 역시 학부 차원의 의견 수렴이 미비해 학생회 차원의 공식 입장이 없는 상태다. 김 씨는 “자유전공학부 학생회는 특정 입장을 취할 수 없다”면서 “법인화 반대 자료집도 총학에서 만들었다고 밝히고, 배부할 때도 읽어 보고 싶으면 읽어보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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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농생대에서 열린 ‘법인화 졸속 통과 반대 집회’. 하지만 법인화에 대한 단대별 입장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서울대저널 자료사진

2009년 법인화 총투표… 불완전한 바로미터?학생들이 아직 법인화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사실일까. 2009년 9월 실시된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총투표) 결과는 법인화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를 반영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의 하나다. 당시 51.11%의 투표율로 성사된 총투표는 찬성이 12.84%, 반대가 79.28%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권영길 의원은 “지난 학생투표에서 80%에 가까운 학생이 법인화법에 반대했다”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당과 정부에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의지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풀이했다.하지만 이러한 해석도 논란거리다. 2009년 〈대학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시 본부에서는 학생들의 압도적인 반대 의사를 인정하면서도 “반대 자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투표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양희준 씨는 인문대 단운위 회의에서 “총투표도 반대 의견을 보여주기 위해서 실시한 분위기였다”면서 “그 결과 나온 80% 반대는 그다지 힘 있는 반대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연장투표 감행도 정당성 시비를 일으켰다. 총투표가 성사되려면 투표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당시는 총투표 시행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총학생회 선거 세칙에 따라 총투표가 실시됐다. 총학생회 선거시행 세칙에서는 연장투표를 1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하자 총학생회에서는 의견 수렴의 중요성을 감안해 논란을 감수하고 연장투표를 두 차례 시행했다. 그 결과 간신히 과반을 넘긴 투표율도 문제다. 변예은 씨는 인문대 단운위 회의에서 “법인화 총투표에서 관심 없었던 60%는 실질적 찬성”이라며 당시 여론은 찬성에 가까웠다고 해석했다.새 구성원 의견 반영 미비… 추가 조사 시급더 근본적인 문제는 2009년 총투표의 대표성이다. 일부에서는 10학번이 참여하지 못한 총투표는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바뀐 만큼 의견 수렴을 새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인화법 통과 시점이 11학번 새내기 맞이 시기와 맞물리자, 단대별 학생회에서는 신입생에게 법인화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방안도 고민거리다. 결국, 정보를 제공하고 나서 새로운 구성원의 의견을 수합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진화(전컴 11) 씨는 “뉴스를 통해 법인화 이슈를 접했다”면서 “합격 발표 후에도 딱히 더 알게 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자유전공학부 학생회는 법인화에 대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배부 자료가 말썽을 빚은 이후, 김인균 씨는 “새내기는 제공된 정보가 제한돼 법인화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며 “자체적으로 만든 중립적 자료를 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왜곡되지 않은 사실 관계를 기재했다면 찬성 측 입장의 자료도 배부하겠다”면서 “이후 토론을 거쳐 학부 내 총투표로 학부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진영(자유전공 11) 씨는 “법인화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지만 뉴스에 자주 올라오지는 않는다”면서 “학부 커뮤니티 게시물을 통해 주로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사정은 다른 단대도 마찬가지다. 사회대에서는 과·반 연석회의 차원에서 법인화 반대로 입장이 모아졌지만, 새내기의 의견을 모으기 전에는 어느 정도 ‘중립’을 고수하기로 했다. 사회대 연석회의 집행위원장 이한빛(정치 08) 씨는 “앞으로 연석회의에서는 3월에 학생자치포럼을 열어 법인화를 함께 다루는 등, 사회대 교육투쟁특별위원회(교투특위) 중심으로 연석회의가 총학생회 사업과 적극 결합할 생각”이라면서도 “새맞이 기획단은 연석회의와 달리 우선 정보 제공에 치중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법인화 논의 자체를 꺼리는 일부 단대 학생회에서는 의견 수렴이 어려울 전망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영대 학생회 간부는 “새터에서 3천인 선언을 소개하고 일부 의견을 이미 수합했다. 앞으로도 의견 수렴을 하긴 할 예정”이라면서도 “일부 학우들은 ‘법인화 반대가 단순히 총학생회를 따라가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고 털어놨다. 이 취재원은 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서 입다물고 있으라는 게 현재 경영대 단운위 분위기”라고 털어놨다.한편 총학생회는 기층 단위의 의견 수렴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총학생회장 지윤(인류 07) 씨는 “3월 개강 이후 가능하면 단대 기층별로 토론회와 문화제를 크게 해나가야 한다”면서 “아래로부터 나오는 토론을 총학생회가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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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는 학내 의견 수렴 이후 국민적 연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 국공립대 총학생회장단 기자회견 모습. ⓒ서울대저널 자료사진

본격화되는 의견 수렴 과정… ‘연대’ 실력 행사하나총학생회에서는 각 단대에서 확정된 입장을 학교 차원에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지윤 씨는 “이미 확대간부수련회에서 의견을 모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면서 “토론회를 거친 뒤 단대별 행보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등 서울대 전체적으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구상을 나타냈다.한편 지난 53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현재 총학생회와 협력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된다. 지난 선거에서는 ‘We’ll’ 선본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법인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낙선 이후에도 연대 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진짜대학’ 선본의 채상원(지리 08) 후보는 선거 기간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법인화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을 지키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채 씨는 또 개표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새로운 총학생회와 함께 열심히 2011년을 잘 준비해갔으면 한다”면서 “선거기간 전부터 가져온 진심과 정성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One Click to People’ 선본의 오나영(컴퓨터공학 07) 씨도 지난 선거 개표 결과를 앞둔 연설에서 “53대 총학생회와 여기 계신 분들부터 모두 하나가 되길 바란다”면서 각 선본의 이름을 부르며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연대 활동을 주장한 후보들은 법인화법 통과 이후 어떤 활동에 참여하고 있을까. 채상원 씨는 “직접 지방 국립대에 찾아가 그곳 구성원들과 토론하는 등 힘을 합쳐 해결하려는 활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나영 씨도 “학내에서 열리고 있는 법인화 집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법인화를 반대하는 활동에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하지만 법인화를 저지하기 위한 방법에서 두 후보는 총학생회와 방법의 차이를 보였다. 지윤 씨는 “처음 교투특위를 꾸릴 때 두 후보분들께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맞지 않거나 다른 실천을 고민해 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채상원 씨도 “학내 집회에는 몇 번 갔지만 아직 법인화 반대 천막에 가 본 적은 없다”면서 “아직 총학생회와 특별히 연대 활동을 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 채 씨는 또 “앞으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에서 간부로 활동할 계획”이라면서 “서울대 차원에서는 총학생회에서 힘을 합쳐야 하듯이, 전체 대학생 차원에서는 결국 한대련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해 총학생회와 거리를 두기도 했다. 오나영 씨도 지난 겨울 교투특위가 꾸려질 때 참여 제안을 받았지만 우선은 단대별 활동에 치중하겠다고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총학생회에서는 학내 의견 수합이 완료되면 학외로 연대가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윤 씨는 “3천인 선언은 최소한이다. 나중에는 전국민적인 외부 호응도 필요하다”면서 “민주당 의원 간담회나 국공립대공동투쟁위원회 활동 참여으로도 국회를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당장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을 최우선으로 둘 계획이다. 지윤 씨는 “옆 사람부터 설득해 두려움 없이 싸우는 게 필요하다. 한분 한분께서 법인화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학생들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당부하면서, “사람들 힘으로 바뀌는 게 역사이듯 법인화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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