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겐 무언가를 예비하는 것 자체가 고민이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책상에는 ‘예비 ○○대생’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많은 고등학생이 스스로를 고등학생이기보다 ‘예비’ 대학생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머물러있는 곳을 둘러볼 여유를 잃는다.그리하여 당도한 대학에서조차 우리는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생이 아닌 ‘예비 ○○○’로 살아가고 있다.그렇게 우리는 매일 준비하는 삶, 기다리는 삶, 밝은 미래를 꿈꾸며 견뎌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책상에는 ‘예비 ○○대생’과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입시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많은 고등학생이 스스로를 고등학생이기보다 ‘예비’ 대학생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머물러있는 곳을 둘러볼 여유를 잃는다. 그리하여 당도한 대학에서조차 우리는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대학생이 아닌 ‘예비 ○○○’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준비하는 삶, 기다리는 삶, 밝은 미래를 꿈꾸며 견뎌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현재를 실감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저널〉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저널〉은 대학생으로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미약하게나마 대학생답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서울대저널〉은 계속 그렇게 더 생각하고 더 주어진 때에 맞게 살아가라고 부추기는 조언자이며 동반자이다.이번 호의 기획에서는 여성의 출산, 육아, 직장 병행에 따르는 고충을 다뤘다. 기획 기사답게 취직을 고민하는 여대생, 비정규직 여성 등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다뤘다. 비정규직 여성의 모성권을 제도적 권리의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나 육아 휴직제도의 시행모습을 밝혀본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직장에 다니는 것은 힘들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쉬운 문제에 깊이 있는 인식을 더해주면서 ‘엄마의 철인 3종 경기’가 단지 여성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병폐라는 점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됐다. 하지만 다소 익숙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서울대저널〉 특유의 새로운 관점이나 도전이 보였다고 하기 어렵다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출산과 육아는 자연스럽게 여성의 몫으로 넘겨지지만 일터에서의 여성은 남성과 같은 강도의 업무를 감당할 것을 요구하는 이중성은 굳이 기사를 읽지 않아도 명백한 이야기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인력시장 풀 내에 있는 여성 중에서도 취약한 위치에 서 있는 비정규직 여성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저출산을 유발한다는 것은 학내 언론이 아니더라도 짚어낼 수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이보다도 예비 직장여성으로서 직장을 선택할 때에 제약이 있다는 부분과 관련해서 더 확장된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더 참신하지 않았을까. 예비 직장인 여성으로서의 고민은 단지 어느 회사가 출산 및 육아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출산은 고사하고 진로를 선택할 때 ‘이 일을 해야 하는가’와 ‘결혼을 해야 하는가’ 사이에서 고민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왕왕 있다. 외교관을 꿈꾸는 여대생은 출산휴가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평생 싱글로 살아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삼켜 소화해내야 한다. ‘여’교수가 되고자 외국에서 공부할 계획이라면 출산은커녕 결혼을 할 수 있는 문도 대폭 좁아진다. 고시시절 뒷바라지 해준 여자친구와 결혼을 했다는 훈훈한 스토리는 간혹 들려와도 대학원 유학 간다는 말에 짐 싸들고 쫓아와 준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됐다는 소식은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 대학생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이 아닐까. ‘예비’ 직장인 여성으로서의 고민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특유의 대학생다운 현실적인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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