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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넨 카톡으로 대화하니? 우린 찌릿찌릿 전파로 通한다!
우리에게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너넨 카톡으로 대화하니? 우린 찌릿찌릿 전파로 通한다!

동아리 소개제에서 거대한 야기 안테나를 학교 운동장에 세운 동아리 ‘HAM’ “방금 영화 〈동감〉을 보고 왔어요.유지태가 속해있는 HAM이라는 동아리가 교내에도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통신활동을 하나요.정말 가입하고 싶어요!” 지난 7월, 스누라이프에 ‘HAM’이라는 제목의 설렘이 가득 찬 글이 올라왔다.영화 〈동감〉은 무전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나누는 남녀를 그린 영화로, 주인공인 유지태가 아마추어 무선사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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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소개제에서 거대한 야기 안테나를 학교 운동장에 세운 동아리 ‘HAM’

“방금 영화 〈동감〉을 보고 왔어요. 유지태가 속해있는 HAM이라는 동아리가 교내에도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통신활동을 하나요? 정말 가입하고 싶어요!” 지난 7월, 스누라이프에 ‘HAM’이라는 제목의 설렘이 가득 찬 글이 올라왔다. 영화 〈동감〉은 무전기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나누는 남녀를 그린 영화로, 주인공인 유지태가 아마추어 무선사로 등장한다. 이 영화를 봤다면 ‘한 번쯤 나도 전파로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그런 부푼 마음을 안고 달려갈 수 있는 곳, 학내 아마추어 무선 활동 동아리 ‘HAM’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아마추어 무선 HAM은 190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300만국 이상이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에 HAM동아리가 있으며 학내동아리 ‘HAM’도 그 중 하나다. 동아리 ‘HAM’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인과도 대화를 나눈다. ‘HAM’ 회장 김주봉(지구환경시스템공학 06) 씨는 “한국 내 교신은 대화가 쉬워 대화 주제가 상당히 자유롭다. 최근에는 어느 산골 지방에 사는 분들과 잡담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외국과의 교신은 거리가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뚜’ 소리만으로 대화할 수 있는 모르스 부호를 이용한다”고 김 씨는 덧붙였다. 모르스 부호는 소리의 짧고 긴 것만을 이용한 대화이기 때문에 알파벳 하나를 입력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서 김 씨는 “긴 대화를 하기는 힘들고,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를 묻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무선 통신을 이용해 스포츠도 즐긴다. ARDF(Amateur Radio Direction Finding) 또는 ‘여우사냥’이 대표적인 스포츠인데, 동아리원들이 학교 구석에 숨어 있을 때 미리 만들어놓은 안테나를 이용해 서로를 찾는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다. 이외에도 타 학교 HAM동아리들과는 ‘아이볼’(eye-ball)이라고 해 서로의 동아리방을 찾아가는 교류를 하기도 한다. 방학 때면 넓게 트인 한적한 장소로 가 직접 교신을 하는 페디션을 떠난다. 김 씨는 “최근에도 무의도로 페디션을 떠났다. 당시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을 딴 한 동아리원이 교신을 처음 해봤는데 인근 주민과 유쾌한 대화를 나눈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전파를 이용한 무선통신이라니 시대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지 의아해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김주봉 씨는 “동아리의 활동 내용이 구식이라 현재 활동하는 동아리원은 소수”라면서도 표정은 밝았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편하고 간단하지만 다른 누군가와의 소통이 즐겁다는 사실을 잊기 마련”이라며 “교신은 일상의 소통과는 달리 조금 불편할지는 모르지만 감성이 묻어 나온다. 새로운 대화상대를 찾기 위해 주파수를 옮기다가 지지직거리는 와중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할 때의 찌릿함은 느껴보지 않고는 모를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추운 캠퍼스 한복판에서 만난 감성 ‘HAM’, 그곳은 교신상대가 보내온 엽서들로 따뜻하게 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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