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신비롭다. 묵묵히 흐르는 시간이 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거짓 없이 보여준다. 그래서 기억은 내가 나에게 바치는 이력서이다. 내 관심이 향하는 것, 인상적이게 느낀 것은 기록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삭제된다. 사회대에서의 새내기 생활에 막 적응하고 있었던 어느 날로 기억된다. 학내 언론지가 쌓여 있곤 하는 가판대에서 여느 때와 같이 학내 언론지를 한 권 집어 들고 주변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표지나 그 속의 기사들에 대한 기억은 어느덧 흐릿해졌다. 다만, ‘기억은 권력이다.’라는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강렬한 인상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당시 연재기사의 머리말에 있었던 내용의 일부인지 혹은 그 이후에 간간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이 종합된 것인지는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그 문구는 진보를 지향하는 서울대저널이라는 언론에 정말 잘 맞는 문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하려면, 즉 더 나은 것을 향해 나아가려면 현 상태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현재의 상태에서 충분히 만족하고 변화로 인해 자신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소위 ‘기득권층’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 상태에서 많은 권력이나 부를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갑지 않은 변화라면 그 변화가 그들에 의해 더뎌지거나 혹은 중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혁명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혹은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서서히 일반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가면서 진보를 이루려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에 그러한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고 나아가 그것을 지속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은 ‘기득권층’이 자신의 권력이나 부를 바탕으로 변화를 억압해나가는 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비록 직접적인 행동을 일으키지는 못하더라도 무에서 유가 창조되지 못하듯, 그 기억은 대화, 사고방식, 아이디어, 사상, 정치적 활동의 원천이 되어 천천히 사람들의 인식 속으로 퍼져 변화를 지지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서울대저널은 ‘기억은 권력이다’라는 제목의 연재기사를 통해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이슈들을 재조명하여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자 노력한다. 이 문구는 진보를 일구려한다는 서울대저널의 지향점과 언론으로서 가능한 활동을 이렇듯 멋지게 연결시켜준다. 그래서 ‘기억은 권력이다’라는 문구가 내게는 어느새 서울대저널하면 떠오르는 문구와 같이 되어버렸다. 지난 9월호의 첫 장에서 이번 호가 한국 사회의 진보를 고민하고자 하는 의도를 녹여낸 호라는 글을 읽었다. 이번 호에는 학생사회의 미래와 자치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본부점거 기사, 간간히 자보에서 흘끗 보기만 했지만 잘 몰랐던 두리반이나 포이동 관련 기사, 소수자가 성폭력 사건에서 어떻게 더 피해 받는지 구체적인 실태를 접할 수 있게 한 특집 기사 등의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들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해주어 지금의 한국에 대해 고민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고민하려 했던 과거의 자신을 기억나게 해주었다. 어느덧 앞으로 밟아갈 이력을 서서히 고민해야갈 문턱에 서서 나 자신에게만, 현실에게만 관심을 주고 매몰되어가던 나에게 이렇듯 서울대저널은 종종 지난날의 나를 일깨워주곤 한다. 고마워요. 서울대저널! 내 귀에 닿지 않던 그들의 목소리를 듣게 애써줘서, 그리고 그것을 들으려 노력하던, 어느새 잊어버렸던 나를 기억하게 해줘서.
기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기억은 신비롭다.묵묵히 흐르는 시간이 나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거짓 없이 보여준다.그래서 기억은 내가 나에게 바치는 이력서이다.내 관심이 향하는 것, 인상적이게 느낀 것은 기록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삭제된다.사회대에서의 새내기 생활에 막 적응하고 있었던 어느 날로 기억된다.학내 언론지가 쌓여 있곤 하는 가판대에서 여느 때와 같이 학내 언론지를 한 권 집어 들고 주변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