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대자보]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지난 여름방학, 언론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했습니다.오랫동안 품어온 ‘기자’라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였습니다.인턴 기자로 일하는 7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발품을 팔며 거리를 누볐습니다.폭우로 피해를 입은 우면산 산사태 현장을 헤집고 다녔고, 새로 도입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 취재를 하다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언론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했습니다. 오랫동안 품어온 ‘기자’라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인턴 기자로 일하는 7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발품을 팔며 거리를 누볐습니다. 폭우로 피해를 입은 우면산 산사태 현장을 헤집고 다녔고, 새로 도입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 취재를 하다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청문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고, 데이트폭력 실태를 짚어보기 위해 정신과를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7주를 하루하루 보내자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제 머릿속에서 잊혀 갔습니다. 인턴을 끝내고 돌아온 학교는 그전과 무척이나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본부점거가 끝난 이후 학생 사회는 무력감에 휩싸여 있었고 그 속에서 저 역시 ‘또 다른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 ‘학생 사회’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학내자치언론’인 에 대한 회의감이 가득했습니다. 인턴 기자로 일하면서, 내가 그간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세상 속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평생 알지도 못할 일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개강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온 저에게 그 동안 ‘나의 일’이었던 것들은 학교 밖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커다란 벽에 부딪힌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지겹도록 들었던 ‘학생 사회가 무너진다’는 말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 것일까, 은 그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은 과연 세상에 인정받을 만한 일일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방학이 끝나자마자 이번 111호 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111호에는 학생정치조직과 학생회에 관련된 특집을 담았습니다. 111호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도 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의욕도 없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특집을 위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학내에서 연이어 일어난 사건들을 취재하기 위해 자정 무렵 학교로 뛰어오면서, 친구와 놀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고 취재를 나가면서 ‘알 수 없는 의욕’이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곧,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어쩌면 방학 때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는 것은 핑계였을지도 모릅니다. 학원부장이면서도 학교를 떠나 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래서 느끼는 부채의식에서 하는 말이었을 것입니다. 은 이제 내 자리로 돌아온 내가 살고 있는, 바로 내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라는 고민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알 수 없는 의욕’이 지금의 제가 하는 일이 그저 헛되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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