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안함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취업준비를 핑계로 기사도 달랑 하나를 쓰면서, 마감은 제일 늦게 했습니다.핑계를 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다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돈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이렇게 게을러서 어떻게 취업을 하냐’라는 물음에 후배 한 명은 ‘회사는 월급을 주니깐 열심히 할거에요’라고 대답해줬습니다.그 말을 듣고 저는 별다른 반박을 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취업준비를 핑계로 기사도 달랑 하나를 쓰면서, 마감은 제일 늦게 했습니다. 핑계를 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돈의 힘을 새삼 느끼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렇게 게을러서 어떻게 취업을 하냐’라는 물음에 후배 한 명은 ‘회사는 월급을 주니깐 열심히 할거에요’라고 대답해줬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별다른 반박을 할 수 없었습니다. 괜히 ‘만약 도 돈을 줬더라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했을까?’라는 망상을 한번 해봅니다.돈의 힘을 다시 느끼는 건 학교 곳곳에서 공사 중인 건물을 볼 때입니다. 연구실에 자리가 넉넉지 않아서 도서관을 전전해야 되는 대학원생, 낙후된 시설에 불만을 가졌던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든 건물을 다 반가워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건물은 학생들의 소중한 기억의 한 자락을 차지했던 공간 위에 들어서기도 하고, 어떤 건물은 그 넓은 면적에 자치공간다운 자치공간은 한 평도 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워할 수 없는 건물은 ‘두산인문관’입니다. 사실 두산인문관 자체로만 본다면 환영할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두산인문관이 지어지고 있는 자리에 있던 7동에서 강의를 들으며 낙후된 시설에 불평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관 앞에 붙은 ‘두산’이라는 말이 마뜩지 않습니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후 중앙대에서 벌어졌던 일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두산이 중앙대학교를 인수한 건 지난 2008년의 일입니다. 이후 중앙대는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강도 높은 학문 단위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구조조정의 대상은 주로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이라 여겨졌던 인문학이었습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반발했습니다. 중앙대는 반발하는 학생들에게는 퇴학과 정학 처분을, 학내언론에는 자치언론기금을 삭감하며 학과구조조정을 차근차근 진행해 가고 있습니다. 중앙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오늘날 우리 대학의 ‘기업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이런 두산기업이 서울대학교에서는 인문학을 후원한다는 이름으로 두산‘인문관’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왠지 모를 섬뜩함마저 느껴집니다.법인화가 되면 서울대학교도 ‘돈’을 위해 발 벗고 나설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지금도 발전기금 모금을 위해 총장님도, 부총장님도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해서 모든 ‘돈’을 다 받을 수 있는 것을 아닐 것입니다. 두산인문관을 보면서 법인화 이후 학교에서 ‘돈’ 때문에 벌어질 섬뜩한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괜히 해봅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고작 대선관련 기사 하나 쓰면서 법인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미안함 때문입니다. 학내언론이면서, 그것도 학내 이슈를 다루는 학원부의 부장이면서 법인화 관련 기사 한 장 쓰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감도 끝난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비상총회에는 반드시 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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