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교회의 단면들

지난 4월 22일 조용기 목사가 설교 도중 ‘자신으로 인해 교회에 많은 환란이 일어났다’며 신도들에게 큰절과 함께 사죄했다.조용기 목사가 이영훈 후임목사에게 순복음교회의 전권을 위임한 며칠 후, 그는 국민일보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조용기 목사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끊임없이 제기된 ‘교회 사유화’에 대한 비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22일 조용기 목사가 설교 도중 ‘자신으로 인해 교회에 많은 환란이 일어났다’며 신도들에게 큰절과 함께 사죄했다. 조용기 목사가 이영훈 후임목사에게 순복음교회의 전권을 위임한 며칠 후, 그는 국민일보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조용기 목사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끊임없이 제기된 ‘교회 사유화’에 대한 비판에서 찾을 수 있다.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투자한 한세대학교의 총장에 이어, 최근 1년간 순복음선교회 이사,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예목사, 사랑과행복나눔재단 회장 등을 겸했다. 아내뿐만이 아니다. 조 목사의 아들과 친인척들까지 순복음교회와 관련된 기관에서 두루두루 요직을 차지했다. 이에 2008년 ‘3년 뒤 사퇴하겠다’던 조용기 목사의 약속을 근거로 사퇴를 요구한 단체가 교회개혁실천연대다. 교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남오성 목사에게, 현재 목사 중심의 교회 운영 체제의 실상과 문제점에 대해 물었다. 현재 교회를 살펴보면 목사 중심체제로 이뤄져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 개인 한명이 자청해서 교회를 열 수 있는 것인가? 교회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이기에 1명이 아닌 2명부터 교회를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교회를 개설하는 것이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 교단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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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실천연대는 교회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해체를 요구하는 이 활동은 현재 각계각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교회개혁실천연대

교 신자인 친구 5명이서 모여서 교회를 만들었다. 이 교회가 교리를 위반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단에 들어가서 교단 신학교를 졸업해 자신들의 교리가 적합한 것이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론적’인 것일 뿐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는 신학교 졸업한 개인이 손님 받듯이 신자를 받으며 교회를 창업한다. 이에 교회를 다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교회=목사님’, ‘목사=하나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 교회는 대체로 목사가 중심이 되는 공동체가 교회로 시작된다. 그리고 주로 어느 교단의 산하인 경우가 많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에서 교회는 목사 또는 목사 개인과 일군의 개신교 인들로 시작되고 이미 어느 교단의 소속으로 그 지침에 따라 운영된다. 이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설립되는 교회의 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수 있다. 현재 교회가 목사 개인에 의해 자의적으로 개설되는 것이라면, 목사가 되는 과정 또한 자신이 목사라고 자청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신학교는 대학원 3년 과정으로 목회 현장에서 전도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 검증을 받는다. 이때 수련은 3년에서 5년 정도 또는 그 이상 걸리고 그 후 시험과 인터뷰 등 여러 검증 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이 검증은 졸속으로 이뤄진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목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 목사가 되는 과정은 쉽게 통과할 수 있다. 다른 종교와 비교해보자면 1년에 새로운 천주교 사제가 되는 경우가 전부 100명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회는 약 80개 정도의 교단이 있는데 매년 각 교단마다 목사가 100명 이상씩 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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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오승 목사는 기독교의 역사에 대해 밝히며 원래 교회의 구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신학교에서 지적, 기술적, 소양적 자질 이렇게 3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 지적 자질은 성경, 신학에 대한 지식이고 기술적 자질은 교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다. 예를 들어 기술적 자질의 경우 교회에서 어린이의 교육법, 신도들을 상담하는 방법이다. 소양적 자질은 윤리의식이라 볼 수 있는데 신학교내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지적, 기술적 자질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리적 자질에 대한 검증 절차는 단순하게 구술 질문으로 확인 받을 뿐이다. 그래서 목사가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가’라고 여겨지는 비윤리적인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신학교에서 목사의 소양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신학교에서 목사들이 지향하는 교회관은 어떠한가? 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신학교에 들어온다. 그런데 문제는 신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어떤 교회가 좋은 교회인가를 떠올릴 때 ‘대형교회’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많이 모아서 큰 교회를 세우고 사람들이 자신을 알게 하겠다는 꿈을 꾸면서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건전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종교와 속세는 다르다. 교회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목사들은 자신의 꿈이 일반 사람들이 대기업을 다니며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모른다. 물론 시골에서 가난하게 헌신하는 목사 얘기도 듣는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신이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목사 사이에서도 스펙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신학교 내에도 명문이 존재한다. 장신대는 경쟁률이 5:1이고 총신대는 4:1이다. 총신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입시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학교만 좋은 학교는 아니나 여기에 들어가야 교회내에서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신학교 입학 후에도 학점 관리가 중요해 정직이 강조돼야 하는 신학교 내에서 컨닝 사건이 발생한다. 또 학벌 세탁을 위해서 유학을 갔다 오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목사가 되겠다고 꿈꾸는 것은 새로운 교회를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명문 교단의 신학교를 졸업하고, 유학 갔다 온 뒤 대형교회 부목사나 규모가 꽤 큰 곳의 담임목사로 부임하는 것이다. 현재 교회 내에서 평신도들 중 특정 사람들은 장로, 집사와 같은 호칭이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 장로 계층은 일반 평신도 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평신도들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계층이 나뉘게 되고 이에 따른 폐해는 무엇인가? 원래 교회 내 호칭을 붙이는 것은 봉사직이다. 장로교를 기준으로 호칭을 구별해보자면 집사와 장로로 나눌 수 있는데 집사는 일하는 사람이고 장로는 다스리는 사람이다. 장로교에서는 장로들 중에 설교권이 있는 사람이 목사가 된다. 그러나 현재는 평신도 내에 장로, 집사, 일반 신도와 같이 서열화를 이루고 있다. 이때 평신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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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신자유주의 기업화에 대해 남오승 목사는 현재 목사들의 태도가 대기업 입사하는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젊은 사람이면서 일하는 사람은 집사가 되고, 나이든 사람 중 교회 나온 연도가 좀 되고 돈을 많이 낸 사람이 장로가 된다. 장로는 교회내에서 큰 돈이 필요할 때 임직으로 직책을 맡기며 돈을 낸 사람에게 주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한편 목회자는 평신도들 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어서 이들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목회자 내의 계층 구조를 살펴보면 높은 계급순으로 담임목사 다음 부목사, 전도사가 있다. 원칙대로라면 개신교는 목회자와 평신도간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된다. 개신교가 처음 생길 때 이들은 카톨릭의 사제주의를 반대하며 사제와 신도들간의 차별을 반대했다. 그러나 현재 개신교회 자체가 제도화 되면서 목회자와 평신도라는 이분법을 사용해 자기 본질을 잃어버렸다. 이 계급 차별에 여성문제도 들어간다. 여자가 목사가 되는 것을 허락하는 교단이 별로 없고 목사가 된다 하더라도 목회활동에서 여성들은 차별받는다. 평신도 내에서 장로 직책도 마찬가지여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직책은 목회자나 평신도 직책 중 가장 낮은 전도사나 집사이다. 한편 평신도 그룹은 목회자들에게 저항하지 못한다. 만약 이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불경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신도들은 목사가 잘못하면 하나님이 직접 벌을 내릴 것이라 생각하고 목회자 측에서 이렇게 가르치기도 한다. 목회자 그룹은 평신도를 무지몽매하게 만들어 놓고 고차원적인 지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개신교가 카톨릭에서 독립하기 전에 비판했던 문제 상황과 똑같다.교회에서 십일조 등과 같이 헌금을 많이 걷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비용의 대다수가 목사에게 쓰인다면 이는 문제라 볼 수 없는가? 교회가 걷어 들이는 헌금의 상당부분이 인건비로 들어간다. 그 중 특히 담임목사 관련 인건비로 지출된다. 지금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도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크게 든다. 사람이 활동을 하다보니 이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활동이 평신도의 참여 없이 목회자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돈은 평신도가 내나 실질적인 프로그램은 목회자 그 중 목사가 주최해서 이뤄지게 된다. 이는 목회자 그룹이 피라미드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목회자 그룹은 목사를 중심으로 한 군림 구조로 이뤄져 있다. 자연히 목사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재정지출이 커지게 된다. 즉, 교회내 실시하는 활동은 평신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목사의 독단으로 추진되면서 자연히 평신도들은 교회 활동을 극장 가듯이 찾아가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최근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조용기 목사 세습 문제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용기 목사 사건의 배경이 무엇이라 보는가? 한국 교회사 전반을 보면 여의도 순복음 교회가 한국 교회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을 알 수 있다. 7, 80년대 압축적으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교회도 동시에 같이 성장했다. 군부 독재 시절과 정치상황과 유사하게 교회 또한 목사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해 한국교회가 성장했다. 또한 경제 성장 지상주의를 따라 교회 내부에서도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서 경제 성장이 주춤하고 IMF가 발발하면서 사회에서는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본 뒤 복지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불교나 이슬람들이 성행하기 때문이라 보면서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이 과정에서 한기총이 활성화 된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를 이끌어 왔던 조용기 목사는 이러한 교회들의 단면을 반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선교라는 명목하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결국 자신의 가족들을 돌보는 것에 치중한다. 조용기 목사는 선교라는 명목하에 국민일보를 창간한 뒤 자신의 아들에게 사장을 맡긴다. 그리고 국민일보가 큰 손해를 볼 때 마다 순복음 교회 헌금으로 손해금을 채웠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 김성혜 씨가 군포 한세대 총장으로 지내자 학교 건물을 새로 짓고 리모델링하는 비용이 순복음 교회를 통해 나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는 이러한 악습의 고리를 끊고자 조용기 목사에게 거듭해서 퇴진을 촉구했고, 이번에 조용기 목사가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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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7-80년대 주역들이 아닌 새로운 세대들이 이끌어가야 한다”며 남오승 목사는 교회가 바뀌어야 함을 주장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그렇다면 앞으로 교회들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교회는 현재 대형교회와 대형교회가 되고 싶어하는 교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대형교회는 신자유주의적 세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더 이상 세속에 견인 되지 말고 내실있는 작은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 즉, 교회 스스로가 경쟁 위주의 불공평한 사회에 대해 비판과 자정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교회 스스로 정관을 만들어서 목사의 임기기한에 제한을 둬야 한다. 현재 교회 내에서는 정관이 성문화 돼지 않고 목사의 자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더불어 교회에서는 받은 헌금이 얼마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바라는 것은 단순히 교회 개혁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올바른 사회 개혁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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