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단기체류자를 포함해서 130만8743명. 이중 이주노동자는 약 52%에 달하는 6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지 오래고, 그 과정의 중심에는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주노동자는 힘없는 소수자다. 이주노동자방송은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영상과 다큐멘터리로 한국 사회에 알리고 소통하려는 단체다. 방글라데시, 네팔, 버마 등지에서 온 이주민들과 한국인들이 힘을 합쳐 이주민의 인권문제를 알리고 이주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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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틴툰 씨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뉴스는 부정적인 것 외에는 찾기 힘들다”며 주류미디어의 편향적 보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
이주노동자들은 곧 불법체류자, 범죄자?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가난하고 불쌍한 처지의 사람들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이들 대부분은 자국에서 중산층이다. 우리나라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수 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WTV의 대표 아웅 틴툰 씨는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아시아의 산업연수생들을 한국 학생에 빗대 설명하자면 외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노동자 중에는 자국에서 교수, 의사, 변호사 등의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도 많다.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온 것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우리의 일자리를 뺏으러 온 범죄자 집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주요 언론의 보도와 정부의 태도 역시 이주노동자의 범죄와 탈선, 불법체류자의 현황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흔히 불법체류자나 범죄자를 먼저 연상하기 쉽다. 대개 비자가 만료됐는데도 돈을 벌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노동자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입국한 지 3개월도 안 돼 허울뿐인 제도 때문에 ‘불법체류자’로 낙인찍히기도 하고,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도 갑자기 ‘불법체류자’가 돼 쫓겨나기도 한다. “올해 초 구제역 파동 때,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구제역 창궐의 책임을 물었다”며 말문을 연 틴툰 씨는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불법체류자’가 된 네팔노동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주노동자방송의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시에 다큐멘터리 PD로도 활동하는 틴툰 씨는 설날 즈음 제보를 받고 천안으로 취재를 하러 갔다. 그 곳에서 만난 네팔노동자는 한국에 온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농업, 축산업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 농업, 축산업 관련 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서 온 노동자인데도 이주노동자가 구제역을 옮긴다는 정부와 관계업자들의 오해 때문에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그러던 중 비자가 만료돼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가 돼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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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WTV는 현재 11개국어로 다국어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은 버마어로 진행된 이주노동자고용허가제 및 노동법교육에 대한 뉴스 영상. |
이주노동자 스스로의 목소리를 담는 MWTV
이주노동자의방송(MWTV)은 이와 같이 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주노동자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여 2004년 12월에 설립했다. 2003년 11월부터 명동성당, 성공회성당 등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농성에서 패배하고 나서, 직접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해야 알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다. MWTV의 대표 아웅 틴툰 씨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뉴스는 부정적인 것 외에는 찾기 힘들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그렇지만은 않음을 한국 사회에 보이려 했다는 설립 목적을 밝혔다.이후 2005년 4월에 시민방송RTV에서 ‘이주노동자 세상’이라는 패널 형식의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병한 씨 등 한국인 활동가 몇몇과 이주노동자 열 명 남짓이 모여 아무런 기술과 장비 없이 의지만 갖고 시작된 일이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 제작하는 시민방송RTV는 이어 MWTV에 ‘다국어 이주노동자뉴스’의 제작도 맡겼다. 한국에 사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물론 중요했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의 뉴스를 전해주는 것 역시 중요했기 때문이다. 돈도 없고 회의실도 없던 MWTV는 시민방송의 제작을 담당하면서 기술을 배워갔고, 이후에는 독립적인 후원과 사업신청을 통해 재정운영방식도 다원화할 수 있었다. 현재는 11개 국어로 뉴스를 제작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방송하고 있다. MWTV는 미디어 교육을 통한 이주노동자 미디어 활동가를 양성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틴툰 씨는 “단체를 꾸려 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사람, 그리고 의지”라며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주노동자 개개인이 자신의 공동체 이야기를 영화로 묶어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미디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미디어 아카데미의 수강생은 한국인 활동가 한두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들로, 자기 공동체의 소식을 전하는 영상을 주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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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틴툰 씨가 자신이 제작 중인 네팔 가수의 뮤직비디오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
이주노동자영화제, 그림자에서 인간으로
방송제작, 미디어교육, 기자단 활동과 더불어 MWTV는 매년 이주노동자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2006년 9월에 처음 시작한 이주노동자영화제는 올해로 벌써 6회째를 맞는 MWTV의 대표 행사다. 매년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를 넓혀가며 반향을 얻고 있다. 특히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작년 영화제에 대해 “기존의 한국적 형식을 뒤엎은 성공적 영화제”였다며 자평했다. 이주노동자영화제는 해외이주노동, 국내이주노동자의 부조리한 현실,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상영한다. 제 4회 영화제까지는 작품성이 가장 높은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문제는 사람들이 대부분 개막작에만 많은 관심을 쏟고 이후의 행사에는 잘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년 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을 맡은 틴툰 씨는 그래서 아예 이주노동자들이 만든 작품들만 모아서 개막작으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틴툰 씨는 “화질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영화에 뒤지지만 우리가 영화제를 하는 목적은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배경을 밝혔다. 작년 영화제는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었고, 상영관이 관객으로 꽉 차는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스크린 옆에 자리를 깔고 앉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틴툰 씨는 “우리 사회에 이주민만 130만 명이고, 그 중 절반이 이주노동자지만 필요할 때만 쓰이고 필요 없을 때는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는 그림자가 아니다, 같은 인간으로 봐달라”는 바람을 전했다. 작년 제5회 영화제의 슬로건인 ‘그림자에서 인간으로’는 이 생각을 바탕으로 탄생했다.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활동 어려워, 여러분들의 후원이 필요한 때MWTV는 그동안 정부의 지원을 직접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라는 이유로 시민방송RTV의 지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MWTV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MWTV의 재정수입 중 3분의 1이 시민방송RTV에서 프로그램 제작비를 받는 것이었는데, 시민방송RTV가 이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겠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영화제 지원 역시 작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후원이 있었지만, 작년 12월 인권위의 인권상 수상을 거부한 까닭에 올해 영화제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열악한 재정상황이지만 MWTV의 활동가들은 오늘도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 사이의 문화적 장벽과 거리를 줄이기 위해 문화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MWTV는 앞으로 한국에 새로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의 제도, 문화를 설명하는 교육영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 기 이슈화되는 문제에 대해 다큐멘터리와 심층뉴스 제작이나 이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얘기를 하는 ‘컬쳐쇼’도 구상중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작은 ‘관심’이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생이었다”는 틴툰 씨. 그는 “한국의 대학생들 또한 나도 언젠가 임금노동자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노동에 대한 인식, 생명에 대한 존중을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MWTV는 이주노동자와 미디어활동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 7월 말 예정인 제6회 이주노동자영화제에서도 자원 활동가를 모집하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MWTV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