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어느 겨울날, 대한민국 경제를 IMF로 몰아넣은 경제 한파가 느닷없이 들이닥쳤다.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경제기반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이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결과였다. 부실기업들은 연쇄적으로 도산했고 주식시장은 동요했다. 그로 인해 급조된 ‘구조조정’이라는 제도는 회사에 몸 바쳐 일해 왔던 근로자들을 차디찬 길거리로 내몰았다. 환율은 환율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날뛰었고, 그에 못지않은 기세로 오르던 물가도 서민들의 삶을 옥죄었다.서울대 학생들의 경제생활도 IMF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대생의 52.4%가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주 수입원이었던 과외도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가정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방면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과외를 덜 하게 되고, 대학생들은 집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과외를 더 찾게 되는 상황이 초래됐기 때문이다.한편, 지출 면에서도 서울대생의 55.3%가 소비를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공서적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0~15% 정도 오르자, 도서관의 도서 대출량이 50% 가량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학교 식당의 백반 가격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올랐지만 외부 식당보다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학내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이 늘었다. 학교에서는 저소득층의 지출을 줄여주기 위해, 기숙사 배정에 실직자 자녀를 우선 배정하는 배려를 보였다. 가정형편으로 휴학계를 제출하는 학생들을 위해 휴학기간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환율 상승과 물가 폭등을 동반한 전반적인 경제적 불안현상은 외환위기 때의 형국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작년 11월만 하더라도 800원대에 머물렀던 달러가 지난 3월 18일에는 1030원까지 인상됐다. 수입물가 역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2% 정도가 올랐다.서울대 학생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경제적 부담도 10년 전 불황을 방불케 한다. 특히 식비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밀가루 값의 상승이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의 폭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생이 주로 이용하는 배달 음식업체들의 메뉴 가격은 평균 10% 가량 상승했다. 와플 가격은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됐고, 자하연 식당도 올해부터 4000원짜리 점심메뉴를 선보였다. 학관 B메뉴가 3000원이 될 시대도 머지않았다는 웃지못할 농담이 오가기도 한다.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난무하는 2008년은 공교롭게도 외환위기 10주년을 맞는 해이다. 불길하지만 주글라의 ‘경기 10년 주기론’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시점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경제현실은 10년 전 서울대생이 느꼈던 것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