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photo1이번 73호 마감을 끝내고 ‘이 여름에’ 독한 감기에 걸렸다.그도 그럴 것이 학생회관의 특이한 구조상 바깥과 직접 연결되는 창문이 없는 좁은 편집실에서 며칠간 밤을 샜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감기에 걸리면 목도 아프고 콧물도 귀찮지만 제일 싫은건 감각이 마비돼가는 느낌이다.마치 몇 알의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처음에는 코가 막혀 냄새를 잘 못 맡게 되었다.

photo1이번 73호 마감을 끝내고 ‘이 여름에’ 독한 감기에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회관의 특이한 구조상 바깥과 직접 연결되는 창문이 없는 좁은 편집실에서 며칠간 밤을 샜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감기에 걸리면 목도 아프고 콧물도 귀찮지만 제일 싫은건 감각이 마비돼가는 느낌이다. 마치 몇 알의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처음에는 코가 막혀 냄새를 잘 못 맡게 되었다. 뭐, 세상에 좋은 냄새보다 나쁜 냄새가 더 많으니 좋게 여기자 했다. 그러더니 음식에 대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혀는 마비된게 아닐터인데 밥도, 김치도 그리고 자하연 초코와플도 맛이 모두 똑같았다. 설상가상으로 귀가 멍멍하더니 머리가 띵하고, 결국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이 혼미해졌다.근데 가만 보면 요즘 감기 걸린 사람이 많다. 일부 언론들은 귀가 멍해졌는지, 일본의 우익 정치 세력을 일본 현실의 ‘전부’인양 비추고 있다. 수시로 실시되는 일본 현지 설문조사 자료들 중에도 일본=우경화를 뒷받침하는 선정적인 결과들만 취사선택하여 강조한다. 물론 일본 내에 우향의 분위기는 확실히 감지될 수 있는 부분이나, 일부 언론에 비춰지는 것처럼 군국주의 부활의 위험천만함을 안고 있고 꽉 막힌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다. 또 송도 경제특구의 수많은 ‘예정된’ 문제점들을 등에 업고 추진에 나섰던 정부 또한 감기 때문에 냄새를 못맡게된 모양이다. 추진 2년이 지난 지금, 입주 계약을 맺은 외국기업이라곤 한군데밖에 없다. 예상대로 부동산 투기만 무더기로 늘어나 괜한 아파트 부지만 넓어지고 있다. ‘독수리 날아가는데 파리 한 마리 안꼬이겠냐’하지만, 지금은 독수리 날개는 축 쳐지고 수많은 파리들만 날아다니는 형국이다. 감기 걸린 사람들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도시빈민정책에 대한 정부의 마인드는 몇 십년간 앓아온 감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정신혼미상태이다. 또 일본 역사교과서에 대해 여러 시위를 통해 강력히 강조했던 ‘거울’을 한국 국사교과서에 비춰봤을 때, 감기에 걸려 균형된 미각을 잃은 것은 마찬가지이다.감기에 걸려 마비된 감각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감기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여 이 ‘귀 멍함’과 ‘미각 잃음’은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된다. 『서울대저널』은 이 여름에 감기게 ‘걸려있을지도 모를’ 독자들에게, 감기의 마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를’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코감기, 목감기 등 골치 아픈 유형에 따라 취할 수 있으며, 특별히 쓴 약 뒤에 필요한 알사탕으로 ‘서울대저널 10주년 특별호’도 준비했다. 감기에 걸리는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일어나지만, 감기에서 벗어나는건 적극적인 의지가 동반될 때 가능할 수 있다. 여름 감기는 강아지도 안걸린다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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