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5년 어느 날 아침, 지하철 안. 서울 성북구에 사는 A씨. 지하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까지 머나먼 길을 간다. 첫 수업이 공대 38동에 있는 그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셔틀버스보다는 공대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 더 편하다. 겨우겨우 마지막으로 버스에 오른 그는 생각한다. ‘돈은 좀 더 들지만 순환도로를 삥 도는 시내버스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야.’ #2. 1995년 아침, 수업 시작시간이 다 되어서야 눈을 뜬 D씨는 헐레벌떡 옷을 챙겨 입고 기숙사를 나선다. 경영대까지 갈만한 마땅한 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늘 걸어 다녔지만, 20분 가까이 걸리는 그 길이 오늘은 너무 멀었다. 올라오는 차를 마구 불러 세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다행히 행선지 방향이 같은 마음씨 착한 분이 차에 태워주셔서 경영대까지 금방 갈 수 있었다.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한 그는 수업이 있는 28동으로 뛰어 들어갔다. 이런 히치하이킹이 자주 성공하기는 하지만 매번 그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3. 같은 해 여름, 매우 더운 날 아침, 서울대입구역에서 셔틀버스를 탄 공대생 E씨는 오늘도 불만이다. 신림동에서 오는 버스들은 공대연못까지 운행을 하는 반면, 서울대입구역에서는 본부로 오는 셔틀버스 밖에 탈 도리가 없다. 오늘처럼 더운 날 본부에서 공대 건물까지 뛰어가는 일은 언제나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다. 학교는 점점 커져만 가는데 앞으로 운동은 원 없이 할 듯하다. |
photo3 90년대 초반의 학교는 굳이 교내를 순환하는 버스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기숙사를 제외하고 학교의 어지간한 곳은 걸어서 10분 정도에 이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학교의 규모가 커지고 순환도로 외곽 곳곳에 대학원 연구동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학교가 한창 확장기에 있던 1995년 교내의 교통상황은 그래서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1995년 당시에도 교내를 순환하는 버스가 네 대 있었고, 당시에도 교내를 운행하는 버스는 존재했다. 하지만 통학 시간 이후에 많은 학생들에게 이 버스들은 큰 의미를 갖지 못했고, 교내는 걸어 다니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하다고 여겨졌다. 이 상황은 신공학관이라는 초유의 건물이 들어설 때까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당시 교통 분야에서 현재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학부생 차량 진입 금지 조치”였다. 캠퍼스가 점점 확장되어 감에 따라 버스를 타고 온 학생들이 걸어 다녀야 할 거리는 자꾸 늘어났고, 과거와 달리 물질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란 학생들은 그 걸어 다니는 거리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몇 학생들이 승용차를 가져오게 되었고, 특히 예능계 학생들이 악기나 화구를 이동하기 위해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 교내의 차량은 늘어만 갔다. 하지만 곳곳에 엉망으로 주차된 차들은 많은 문제점들을 불러왔고, 캠퍼스 곳곳이 차로 들끓기 시작했다. 순환도로가 차들로 뒤덮였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들이 일어났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교문에 자동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주차 요금을 비싸게 징수하는 등의 방법도 간단치 않았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학부생들의 차량 진입을 금지했고, 이를 어기는 차량에 대해서는 바퀴자물쇠 장착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그러자 그로 인해 한동안 통행권(당시의 통행권은 단순히 문양이 인쇄된 종이를 육안으로 확인할 뿐이었다)의 불법복제가 성행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내를 순환하는 시내버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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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1995년 2학기부터 교내에 413번 순환버스(현재의 5512번)가 새로이 운행되기 시작하였고, 이듬해 신공학관의 완공과 함께 교내를 운행하는 버스들의 노선들이 크게 개편되었다. 그 결과 2005년 현재는 교내에 6대의 순환셔틀과 20대의 외부 셔틀 외에도 5511, 5512, 5513, 5516, 5518번 시내버스, 그리고 마을버스 관악02번이 교내를 속속들이 운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