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G_0### |
학력 위조의 행진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신정아 씨는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창하 씨, 이지영 씨, 김옥랑 씨의 학력이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폭로와 고백이 이어졌다. 심형래 씨, 강석 씨, 주영훈 씨, 최수종 씨, 윤석화 씨, 지광 스님 모두 학력을 속였다. 대학가에서는 ‘학위를 제대로 검증하면 쫓겨날 교수가 1천 명은 될 것’이라는 농담같은 이야기가 진지하게 나돈다.지금의 학력 파동이 일어나기 5개월전인 3월, 은 ‘학벌, 물음표를 던지다’ 특집을 실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시험 합격률 높은 것도 죄인가. 학벌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같은 강한 학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판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학연으로 강하게 묶인 사람들이 실력과 무관하게 서로를 끌어주는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이나 인턴 경력처럼 다양한 스펙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려고 해도 여전히 남는 의문. ‘그들은 왜 학력을 위조해야 했을까.’비록 서울대 재학생은 학벌의 힘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사람들은 학벌의 실체를 느끼고 있다. 아니, 서울대생도 느끼고 있었다. 는 2003년 11월에 서울대생 807명을 대상으로 ‘학벌의식조사’를 벌였는데, 학벌이 한국 사회에 끼치는 폐해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심각하다고 대답한 이가 118명(14.6%), 심각하다고 답변한 이가 528명(65.4%)에 달했다. 한편, 엠파스는 최근 ‘잇따른 학력위조,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참여자 2789명 중 2160명(77%)이 ‘대학간판만 보고 뽑는 학벌 사회’가 문제라고 답했다. ‘학력을 조작한 개인의 문제’라고 답한 네티즌은 629명(23%)에 그쳤다.다시 학력위조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거물 연극인인 윤석화 씨가 젊은 시절부터 학력을 조작해 왔다는 것은 ‘실력과는 별개로 학벌은 작용함’을 보여주며, 미술계의 총아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는 ‘학벌 문제가 결코 과거형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그저 개인의 도덕성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래서 나와는 무관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사는 시대의 문제일까. 서울대생이라면 더욱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