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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선배와 함께 택시를 타게 되었다.어려운 경제 사정 탓인지 그 기사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난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택시 기사는 현 정권이 엉망진창이라며, 은근히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향수를 내보이고 있었다.그리고는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개혁과 진보를 운운하는 것은 단지 철이 없기 때문에,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것이었다.

작년 한 선배와 함께 택시를 타게 되었다. 어려운 경제 사정 탓인지 그 기사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난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택시 기사는 현 정권이 엉망진창이라며, 은근히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향수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요즘 젊은 대학생들이 개혁과 진보를 운운하는 것은 단지 철이 없기 때문에,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런 것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것이었다. 불편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택시에서 내릴 때까지 택시 기사의 불평불만을 듣고 있어야 했다.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그 택시 기사는 자신이 가진 정치적 자유, 사석에서 마음대로 정권을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했는지 알고 있었을까? 아마도 그는 그가 가진 정치적 자유에 무감각한 사람이었으리라. 하긴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학교 안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학교에 대한 요구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학생회를 선출할 귀중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매년 가을 관악에 선거철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이 권리를 쉽게 포기한다. 그리고 왜 학생회가 필요한지 의문을 던지는 학생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지난 1학기가 시작되면서 크게 쟁점이 되었던 등록금 인상 문제의 경우에도, 만약 학생들이 자신들에 의해 선출된 학생회를 조금만 더 지지하고 신뢰했더라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학생회는 결국 본부점거라는 다소 무리한 방법을 택하게 되었고, 오히려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대학 안에서의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이 사회에서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그대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란 말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는 말 그대로 ‘국민이 정치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제도이다. 민주주주의 아래서 국민들에게는 정치적인 자유와 권리가 주어진다. 우리는 이러한 자유와 권리를 당연시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망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는 피를 먹고 자란 나무가 맺은 찬란한 열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갔던가? 그러므로 오늘날 이 열매를 향유하는 우리에게 일정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성실하게 행사하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서 선출된 정체에 대해서는 믿고 지지하는, 이러한 정치적 책임의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향유할 자격은 부여될 수 없다.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제도로 보지 않았다. 또한 많은 정치 사상가들은 민주주의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항상 경계하였다. 이들이 상정한 민주주의 해악은 바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정치적 책임의식을 가지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한국사회는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하지만 나는 현재 한국에서의 민주주의가 그리고 정치적인 상황이 어쩌면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확실한건 무관심, 회의, 냉소로 가득 찬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는 분명 정치적 책임의식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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