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유선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를 건너, 유비쿼터스 시대로 발 빠르게 넘어가는 중이다. IT 강국(?)이라고 하는 한국은 그 첨병으로서 세계 유수 IT 기업들의 Test Bed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우리는 남들이 겪지 않은 성장통(痛)도 미리 겪고 있다. 얼마 전 문제가 된 인터넷 포털사 제공 블로그 서비스(싸이월드 페이퍼, 네이버 블로그)의 이용 약관 문제에서 성장통을 살펴보자.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회원은 자신이 창작, 등록한 게시물에 대해 저작권을 가집니다. 단, 회사는 블로그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 게시물에 대한 세계적이고 사용료 없는 비 독점적 사용권을 회사에게 부여합니다. 사용권은 복제, 수정, 개조, 전시, 전송, 배포, 출판 및 2차 저작물과 편집 저작물 작성 등을 얘기하며, 블로그 서비스 내와 본 회사의 관련 서비스 내에서 사용합니다. 물론 제휴 파트너사에게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용권은 회원님이 탈퇴하셔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용 약관에 동의합니다. [확인] |
‘싸이월드 페이퍼’, ‘네이버 블로그’ 이용 약관에서 문제가 된 부분의 개략적인 내용이다. 저 내용을 읽고서 동의한다고 체크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대부분의 이용자는 습관적으로 동의했고, 이후에야 그 내용을 보고 경악하겠지. 물론 싸이월드나, 네이버에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해서 저작권을 고려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서비스 업체가 자신이 작성한 글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허락할 사람?있을까?서비스 제공자의 입장필자는 병역특례로 인터넷 포탈 업체에서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다. 이런 연(緣)으로 칼럼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고, ‘왜 그랬을까?’에 대해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생각해봤다.네이버 블로그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블로거가 작성한 컨텐츠들을 검색 결과에 노출시키는 것은 처음부터 기획사항이었을 것이다. 검색 서비스가 Killer Service인 네이버로서는 지식IN 서비스를 통해 UCC(User Create Contents) 가 축적된 서비스의 유효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로그 컨텐츠를 어떻게 검색 결과에 노출 시키냐가 문제인데, 네이버는 매번 허락을 받는 방법 보다는 이용 약관에 포함시켜 한 큐에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싸이월드 페이퍼싸이월드하면 미니홈피가 떠오르는 것처럼,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중심으로 한 개인 중심의 커뮤니티 서비스다. 랜덤으로 다른 홈피를 방문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나,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일촌을 맺고 즐겨찾기 식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페이퍼 서비스에서 싸이월드의 의도는, 미니홈피의 컨텐츠를 ‘페이퍼 서비스’라는 허브(Hub)와 ‘페이퍼 등록’이라는 노드(Nod)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들을 더 밀접하게 묶어둠으로써 네트워크 효과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싸이월드 역시 컨텐츠 노출의 문제를 이용 약관에 포함시킴으로써 저작권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자 한 것이다.PV(Page View), UV(User Visit)경쟁을 하는 포털서비스 제공자는, 자사의 컨텐츠를 검색 결과에도 노출해야 하고, 다른 사용자들에게도 최대한 보여줘야 하고, 재미있는 내용은 프로모션 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컨텐츠 사용에 대해 매번 허락을 받는 것은, 사용율을 떨어뜨린 다는 것은 뻔하다. 그렇다고 아무 근거 없이 사용하기에는 저작권 관련 분쟁의 위험(Risk)가 존재한다. 서비스 기획자 한 사람이 “사람들 잘 보지 않는 이용 약관에 기입해서 사용자 동의를 한번에 받죠.”라고 제안하고, 관련자 모두가 흔쾌히 찬성했을 것이다.내가 쓴 글 과연 내 것인가?사용자들의 게시물들을 악용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서비스 제공자 입장으로서 십분 이해도 한다. 하지만, 두 서비스의 이용 약관을 읽어보면 컨텐츠 생산자의 저작권을 매우 심하게 침해하고 있다. 저작권을 작성자가 가진다고 분명히 규정해두기는 했으나, 회사의 사용권을 자세히 읽어보면 저작권은 유명무실할 따름이다.저작권(著作權)……저작자의 권리에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등의 저작인격권과, 저작물의 복제·공연·방송·전시·배포와 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 등의 저작재산권이 있다. (중략) 출판권·저작인접권 등도 포함된다.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회사에서 ‘복제, 수정, 개조, 전시, 전송, 배포, 출판 및 2차 저작물과 편집 저작물 작성 등에 대한 무제한적인 사용권’을 가진다면, 저작권이 무슨 의미가 있나. 법에 대해 상식적인 지시만 가지고 있는 필자가 읽어보아도 사용자를 상대로 한 말장난일 뿐이다. 무제한적인 사용권을 주고 어떻게 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지켜주겠다는 것인지.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싸이월드는 ‘저작권이 아닌 사용권에 대한 내용이지만, 사업자 입장의 경직되고 방어적인 표현’이라는 말로 문제를 수습하고자 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 보아도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사용권이다.접속의 시대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은 자신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현대 사회는 소유의 시대를 넘어 접속의 시대(Age of Access)로 가고 있다고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접속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접속의 시대에 고객의 입/출입이 훨씬 쉬운 인터넷 포탈에게 고객의 접속을 차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성장통(成長痛)성장통은 성장하기 위해서 혹은 성장하기 때문에 겪게 되는 아픔을 얘기한다. 포털 서비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으며, 앞으로도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둘러보면 1년 전에 사용하던 포탈 서비스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는 이미 많이 달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많은 PV, 더 많은 UV를 위한 경쟁을 하면서 횡적 부피 불리기에 열중해온 포탈들은 앞으로도 문제점들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근시안적인 사고로 고객의 신뢰를 읽기보다는, 성장통을 극복하고 긴 호흡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