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쉼표를…

마감을 하루 앞둔 이른 아침, 학교에 가기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숨 가쁘게 걷고 있는 두 발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오늘의 할일’들을 허겁지겁 정리하고 있었습니다.‘수업이 4개 연강이니까 점심시간에는 전화인터뷰를 하고, 3시에는 교수님 연구실로 찾아뵙고, 설문조사 코딩도 해둬야지.수업이 끝난 후에는 과외하는 학생 중간고사 대비를 해주고 집에 들어가면 인터뷰 녹취를 풀고…

마감을 하루 앞둔 이른 아침, 학교에 가기위해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숨 가쁘게 걷고 있는 두 발만큼이나 내 머릿속도 ‘오늘의 할일’들을 허겁지겁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4개 연강이니까 점심시간에는 전화인터뷰를 하고, 3시에는 교수님 연구실로 찾아뵙고, 설문조사 코딩도 해둬야지. 수업이 끝난 후에는 과외하는 학생 중간고사 대비를 해주고 집에 들어가면 인터뷰 녹취를 풀고… 오늘하루 일정은 모두 완벽하게 끝내…엄마!!’ 결국 일정정리를 채 끝마치기도 전에 나는 지하철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밀쳐서도 아니고 구두굽이 높아서도 아니었습니다. 온신경이 오늘의 할일에 집중된 나머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 바쁘게 계단을 내리던 발이 중심을 잃고 삐끗한 것입니다. 주위의 맘좋은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일어서고 부모님과 함께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내 머릿속은 다시 오늘의 뒤엉켜버릴 일정들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전공수업 두개를 어떻게 메우지? 전화인터뷰는 집에서 하더라도 설문조사는 어떡하지. 과외는 내일로 미룰까’ 결국 갑갑하고 서러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하지만 인생만사 새옹지마라던가요. 삐끗한 발목 덕에, 하나라도 놓칠 새라 꼭 쥐고 있던 일들을 놓아버린 하루는 꽤나 즐거웠습니다. 비록 움직이는 것은 불편했지만 말입니다. 시간에 쫓겨 미처 보지 못한 토론방송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었고, 이번 취재기사와 관련된 다른 입장들에 대해 조금 더 차분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쫒기지 않은 전화인터뷰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게다가 어떻게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걱정스레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들의 문자메세지에, 함께 보낸 시간들을 추억하고 그와 내가 맺은 관계의 따스함을 다시금 느낍니다. 물론 그동안 떨어져 지낸 부모님에게 엄살을 피워보기도 합니다. 문득 3년 전쯤 읽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라는 책이 떠오릅니다. 작가인 피에르 쌍소는“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 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시작합니다.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을 강요받습니다. -대학도 예외일수 없겠죠- 하지만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동안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잊지는 않았는지요. 세상의 리듬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내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리듬을 찾아가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치일 듯싶습니다. 사소한 일들을 오히려 소중하게 인정하고 애정을 느끼는 권태로움, 자유롭고 무한히 넓은 미래의 지평선을 향해 마음을 열고 꾸는 꿈, 내 존재 깊은 곳에서 지금은 희미하게 퇴색해버린 시간의 한부분인 마음의 고향…당신의 발목이 신호를 보내기 전에 버들골 한자락에서 가을바람과 함께 느림의 사치를 부려보십시오. 부드럽고 우아한 당신의 리듬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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