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한 초록빛 날갯짓

지난 8월 13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부운하 반대를 위한 연석회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환경정의, 생태지평연구소,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전국 141개 단체들로 구성된 연석회의는 이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경부운하 건설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8월 13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경부운하 반대를 위한 연석회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환경정의, 생태지평연구소,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전국 141개 단체들로 구성된 연석회의는 이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경부운하 건설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이 후보는 이제 국민의 생태적, 환경적 인식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며 경부운하 정책의 허구성과 토목개발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사회적 약자의 환경권을 수호한다‘초록으로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환경정의’는 경부운하 건설계획이 나온 이후 환경파괴 요인과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환경단체이다. 1992년 경실련 산하기구인 ‘환경개발센터’로 출발했는데, 99년부터 경실련에서 독립해 용인 난개발, 팔당상수원 난개발 대응 등 다양한 현장대응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3000여 명의 회원, 100여 명의 정책전문가, 26명의 상근활동가가 우리나라의 환경정의 실현과 지속가능한 생태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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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의 박명숙 기획실장. “환경 정의란 곧 사회적 약자, 생물학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것이죠.”

환경정의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환경단체로 인정받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의 관점에서 환경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이 특징이다. 환경정의 박명숙 기획실장은 “사회적 약자들이 건강한 도시는 그 외 다른 사람들도 모두 건강한 도시”라며 환경적으로 더 취약한 사람들의 환경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조를 토대로 환경정의는 ‘다음지킴이본부’와 ‘초록사회본부’의 두 본부를 두고 이를 중심으로 활동해 나가고 있다.꼭 개발을 해야만 일자리가 생기나요?‘다음지킴이본부’의 ‘다음’은 ‘다음 세대’를 뜻하는 것으로 어린이가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먹을거리, 대기오염, 생활 속 유해물질의 세 부분에 초점을 두고 블루스카이운동, 안티패스트푸드운동 등을 진행한다. ‘초록사회본부’에서 주목할 만한 운동은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운동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잘 살고 싶다는 욕망, 개발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발을 해야 한다고 하죠. 하지만 우리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해요”라고 박 기획실장은 설명했다. 실제로 환경정의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중산층과는 달리 밀폐가 잘 안되고 도시가스 공급이 안 되는 곳에 거주하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정의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도배와 집 수리 등의 일자리를 만들어 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연결해 준다.토지와 물은 우리 모두의 것이 두 본부 외에도 환경정의는 별도로 ‘토지정의센터’와 ‘생명의물센터’의 두 센터를 운영한다. 토지정의센터는 토지를 투기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1가구1주택 갖기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생명의물센터에서는 각 지역에서 하천 살리기 운동을 하는 소규모의 단체들을 네트워크화하여 강살리기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강살리기 네트워크는 각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이 서로 사례들을 나누며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낸 한편, 한강과 낙동강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부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세력 결집의 큰 계기가 됐다. 환경정의는 강살리기 네트워크를 통해 각 지역을 돌면서 정책토론회를 하고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활동을 한다. “개발로 인한 이익이 대다수 서민들에게 가는지, 혹은 소수 특권층에게 가는지 잘 감시해야 해요. 경부운하가 생기면 모두들 신세가 쫙 필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죠. 지역주민들에게 개발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라고 박 기획실장은 말했다.젊을 때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결과는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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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힘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날까지 환경정의는 계속된다.

환경정의는 미래세대를 이끌어나가는 대학생들을 위해 ‘하늘지기 대기체험’을 두고 있다. 최종 선발된 40여명의 참가자들이 안산, 여수, 진주, 대구, 대관령, 태백 등을 방문하면서 대기오염 현황을 체험하고 직접 대기를 측정하는 프로그램이다. 대기오염에 관한 토론과 캠페인도 병행하여 심각한 국내 대기오염의 개선방안을 논의한다.환경정의는 대학생들이 환경에 관심을 많이 가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박 기획실장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나도 사실 대학생 때는 환경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 때는 민족자주가 우선이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현대의 소비주체이면서 미래의 동력인 대학생들이 환경적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평소에 먹는 사발면이나 캔커피, 그리고 흔히들 사용하는 방향제, 공기청정제, 화장품, 데오드란트가 인체에 엄청난 해를 끼치고 있죠. 젊을 때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결과는 반드시 옵니다.”단순하게 살기이들이 제시하는 환경운동의 첫걸음은 말 그대로 지극히 단순하다. 바로 ‘단순하게 살기’.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고, 가급적 외식하지 않고, 화장품 등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등 누구나 말하는 쉬운 것들이다. 하지만 누구나 환경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앞에 놓인 선택의 기로 중에서 선뜻 환경을 위한 길을 걷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개인의 손해가 너무도 커 보이기 때문이다. 박 기획실장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환경운동은 직접 해 보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아껴 쓰고 과소비하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죠. 스타벅스에서 일회용 컵에 나오는 커피 한 잔 값으로 환경단체의 한 달 회비를 내면 회원이 될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소중한 한 걸음이죠.”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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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까지 회의에 여념이 없는 환경정의 사람들.

최근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눈앞에 닥친 개발의 이익이나 일상의 편리함은 환경보호를 뒷전으로 미루게 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모여서 기후문제, 오염문제가 생겨나는 거에요. 주체도 객체도 바로 우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거죠.” 한 알의 겨자씨가 거목을 이룬다는 식의 ‘나 하나부터 시작하기’ 운동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환경정의의 답은 명쾌했다. “물론 시민들 한 명 한 명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과 전체적인 제도를 바꾸는 운동을 병행해야겠죠. 하지만 한 알의 겨자씨는 그 자체로도 소중해요. 웅덩이에 빠지거나 바람에 날릴 수 있겠지만 존재 자체는 사라지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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