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호암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단체협약(단협)안을 둘러싼 노사간 의견차이다. 회관 측이 “보장해주겠다”고 말한 조항에 있어서도 노조 측은 “더욱 확실하게 하기 전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1년 이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장기화되는 데에는 노사간 신뢰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사태 발생 이전부터 노사간에는 뿌리 깊은 갈등이 존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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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관 앞 나무에는 노조원들이 요구사항을 적어 매달아 놓은 리본들이 걸려있다. |
재판에서 이기고도 받지 못한 휴일근로수당
노사간 불신을 야기한 가장 큰 사건은 휴일근로수당 소송 건이다. 현행법상 노사간 단협에 정해진 공휴일에 일을 하면 일한 만큼의 휴가가 있더라도 회사는 근로자에게 일정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회관은 업무 특성상 공휴일 근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회관 노동자들은 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2003년 말부터 분쟁이 시작됐다. 노조는 2004년에 국가를 상대로 휴일근로수당 지급소송을 제기했고 1심, 2심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졌다. “피고는 원고에게 통상임금의 50%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이 재판은 상고심이 진행 중이나, 호암 사태가 시작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있다. 상고심에 진척이 없어 아직까지도 휴일근로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은 “법률에 의해 지급하기로 돼있는 휴일근로수당도 주지 않는 회관 측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강하게 드러냈다. 회관, 인력충원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회관 측이 인력충원요구를 무시한 것도 회관에 대한 노조의 불신을 증폭시켰다. 손지은 노조회계감사는 “회관의 노동자는 2005년 말부터 차츰 줄어들기 시작해 2006년 6월 22일에는 자연퇴사자가 19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잔업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손 노조회계감사는 “회관 측은 인건비 문제를 핑계 삼아 인력충원을 계속 미뤄왔다. 7, 8월은 비수기라 인력난이 심하다며 9월까지 인력충원을 약속했지만, 8월 22일 보도 이후 호암의 불법운영이 문제되자 관장은 법인격을 갖추는 문제로 인력충원이 어렵다고 말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기존의 단협에는 ‘회관은 노사합의하에 책정된 적정인력을 유지해야한다’, ‘자연감소 등의 이유로 인원에 결원이 생겼을 때 회관은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는데 최대한 노력한다’는 조항이 있다. 따라서 노조 측은 단협의 내용조차 지키지 않는 회관을 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난도 관장은 이 문제에 관련해서 “자연퇴사자가 19명인 것은 맞지만, 이는 보도 이후 퇴사자가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노조의 주장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력충원의 노력은 충분히 있었으며, 실제로 채용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정작 중요한 정규직 채용은 하지 않고 계약직과 비정규직 채용에만 힘을 쏟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회관의 인력충원은 이번 파업사태에도 영향을 받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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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노조원들은 본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중이며 매주 수요일에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노조의 폭력 너무 심하다”
한 비조합원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공공연한 폭력이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에 돌입하고는 노조가 집회과정에서 회관의 영업을 방해했다. 회관에 손님이 있을 때도 폭력이 있었으며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학술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회관 측도 “현재 노조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노조가 본부 앞에서 집회를 하는데 생협으로 이관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며 앞으로의 회관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소한 폭력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의 책임은 아니다. 집회과정에서 회관 측의 도발이 있었기 때문에 대응한 것일 뿐”이라며 집회를 한다는 이유로 폭력적이라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임덕훈 노조부위원장은 “파업을 하면 영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파업은 문제의 해결을 앞당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호암 사태의 이면에는 오랫동안 축적돼 온 노사간의 불신이 있었다. 회관 측은 “노조가 너무 강성이다”라고 말하며 회관 측의 말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노조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또 “노조가 폭력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사태 해결의 길이 더욱 멀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노조가 설립되고 파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노조를 강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회관 측의 입장을 반박했다. 또 “여태까지의 회관 경영에 있어서도 노조에 대한 기만적인 조치가 많았다. 노조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모든 것을 확실하게 처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동안의 노사 관계는 협상 테이블에서조차 서로를 불신케 해 원만한 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