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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수학 문제 하나 풀어보자. 집합 A= {xlx=a√2, a는유리수}는 덧셈에 대해 닫혀있는가? 유리수는 사칙연산 중 어느 것에 닫혀있는가? 알다시피 고1 수학 내용엔 ‘닫혀있다’라는 개념이 나온다. 답이 ‘닫혀있다’ ‘닫혀있지 않다’식의 서술식으로 나와 왠지 수학문제답지 않았던 이 개념은, ‘연산을 적용했을 때 그 결과가 원래 집단의 범주에 다시 속하게 돼야 자기 집단에 포함시키고 문을 닫는다’는 오묘한 원리로 필자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몇안되는 수학 원리 중 하나가 되었다. 갑자기 쌩뚱맞은 수학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마감을 앞두고 저 ‘닫혀있다’는 개념이 계속 머릿속을 뱅뱅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방학동안 통권 71호를 만들기 위해 뛰다 날다 하고, 이제야 마감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머릿속을 뱅뱅 도는 생각이 고작 고1때 배운 수학개념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 대체 뭐가 그리 닫혀있다고 그러는가. 김민수 교수에 대한 고등법원 판결 이후 본부 앞 천막 안은 2월 한 달간 급격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에 비해 본부의 태도는 여러 면에서 답답했다. 판결 이후 근 한 달간 여타 공식적인 발표없이 미적지근한 대응을 보였으며, 공식적 대화의 창을 연건 지난 2월 22일에서야 가능했다. 여기에 미대 교수들의 ‘집단 사표’는 점입가경을 이뤄, 2003년 핵폐기장 관악산 유치를 위한 교수들의 집단 서명 이후의 최대 ‘뻘타’를 날리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민수 교수 문제에 대한 미대 교수의 태도는 어느새 집합 기호를 그리며 단단히 ‘닫혀있었다’. 이번 기획인 ‘대학신문을 아십니까’ 기사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신문 예산안 공개 요구에 대해 양승목 주간교수는 ‘이게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며 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또 대학신문은 서울대 학보사로써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예산 공개 압박에 대해 거부의 자율권을 갖는다 했다. 대학신문 기자들의 월급에 대한 취재 기자의 질문에 양승목 교수는 ‘같은 학생기자끼리 왜 그러냐’했으나, 인터뷰 전반에 깔려있던 그 ‘닫혀있는’ 느낌은 결코 지울 수 없었다. 원래 취재 과정이라는게 숨겨진걸 파헤치고 닫혀있는걸 뚫고 들어가는터라 이에 대해 기자들도 익숙해져있는 상항이긴 하지만,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대학 사회의 닫힌 집합들의 반응은 여전히 답답하다. 특히 의견이 다르다는 것에 대한 철벽같은 닫힌 사고와 그에 더해 감정적인 자존심문제까지 얽힌 비합리적인 ‘닫혀있음’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번 『서울대저널』 71호는 답답함과 씁쓸함을 잘근잘근 씹으며 여러 개의 굳건한 집합기호를 헤치고 탄생했다. 이를 이제 독자들과 함께 씹게 된다면 답답함은 단맛으로 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