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내기 바이러스로 인해서 관악은 연두빛으로 전염된다. 드디어 3월이 오고 있다. 그리고 03학번 새내기들이 오고 있다. 막 새내기 딱지를 떼고 헌내기가 되어버린 02학번과 03학번 새내기들의 대화. 3월, 새내기 바이러스로 인해서 관악은 연두빛으로 전염된다. 드디어 3월이 오고 있다. 그리고 03학번 새내기들이 오고 있다. 막 새내기 딱지를 떼고 헌내기가 되어버린 02학번과 03학번 새내기들의 대화. 최연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일치단결반) 허지연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인터뷰 및 정리 임연주 기자 | kitebead@hotmail.com 신동민 기자, 한대웅 편집장 끼어듬 >>입학을, 축하합니다 ^ㅡ^ 연주: 우선, 입학을 축하드려요. 저는 서울대저널 02학번 연주라고 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각자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연: 저는 사회과학대학 03학번 최연이라고 해요. 지연: 저는 불어교육학과 03학번 허지연이라고 해요. 연주: 최연양은 길림성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한국어를 잘하네요. 연: 중국에서는 조선말(한국어) 안해요. 학교에서 수업할 때나 다 한족말(중국어) 썼구요(최연양은 조선족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집에서 썼어요. 그래서 대화할 때 어떤 말은 못 알아듣기도 해요. 신입생환영회를 갔었는데,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 거기가서 가만히 있었어요. 원래는 활발한 성격인데^^; 연주: 유학은 어떻게 오게 된 거에요? 연: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는데, 중국에서는 아직도 심리학과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요. 그래서 유학을 생각했구요. 이곳에는 사촌언니가 심리학과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오게 됐어요. 연주: 유학절차는 어땠어요? 한국 학생들이 수능시험보고 원서 넣고 하는 것과는 달랐을 것 같은데. 연: 외국인학생 특별전형이었구요. 면접은 없었어요.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었는데, 오빠가 해줬어요. 연주: 부모님들이 유학을 선뜻 보내주셨나봐요. 연: 부모님도 제가 자립하라구요. 외국은 열여덟살이면 집에서 자립한다고.. 그렇게 하시고 싶어하셨어요. 언니랑 오빠는 일본과 캐나다에 유학 가있구요. 동무들도 일본으로 많이 유학갔어요. (하긴, 다니던 고등학교도 집에서 멀어서 기숙사에서 살았다고 하니, 중국 본토에서 대학을 다니는 거나, 유학을 다니는 거나, 멀기는 매한가지인 것 같다) 연주: 그럼 중국에선 친구들도 대부분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립하는 편이에요? 연: 중국 사람들은 다 부모들이 돈 대주고 그래요. 하지만 다 컸으면 이제 혼자 살아야하지 않겠어요? 연주: 그럼 학비는 부모님이 보내주세요? 연: 이번학기는 부모님이 보내주셨구요, 이제부터는 제가 그 돈도 갚으려구요. (이때 모두의 존경의 눈길이 최연양에게 쏟아진다^^) >>서울대학교, 어때요? 연주: 서울대에 오게 된 이유는 뭐에요? 다른 학교도 있는 데 굳이 서울대학교에 온 이유는? 연: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고, 저도 여기에 오고 싶었구요. 친척언니오빠들도 여기에 있고 해서.. 지연: 공부하기에 여건도 좋고.. 서울대에 대해서 말도 많고 그런데.. 직접 들어와서 느껴보고도 싶었구요. 연주: 그러면 다들 입학이 결정되고 난 뒤에 뭘 했어요? 보통 한국 여학생들은 수능이 끝나고 나면 염색을 하고, 귀도 뚫고, 영어학원을 다니거나 운전면허학원에 다니기도 하잖아요. 저같은 경우에도 수능보기전에는 ‘수능만 끝나봐라’하면서 To Do List만들고 그랬었는데. 뭐 정작 지킨건 별로 없지만요^^; 연: 한국어 공부도 하려고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그랬어요. 노래를 좋아해서 한국 가수들 노래를 듣기도 하고. 왁스와 장나라를 좋아해요^^ 중국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우지 않고 일본어를 배우는데, 사촌언니가 영어 못하면 힘들거라고 겁주기도 했어요. 지연: 저같은 경우에는 수시라서 다른 학생들보다는 좀 더 시간이 있었구요. 기타학원, 힙합댄스학원도 다니고, 전공이 불어니까 불어학원에 가서 ‘듣는 척’하기도 했어요^^; 남는 시간에 사람들도 많이 만났구요. 연주: 지금은 서울대학교 03학번 학생이지만, 입학하기 전에 서울대학교에 대해서 가졌던 생각들이 궁금하네요. 연: 저 같은 경우에는 여기 다니는 사촌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었구요. 뭐, 산에 있다는 말도 들었었어요. 그래서 공기가 좋을 것 같았고. 또 무척 넓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연주: 하지만 지연양 같은 경우에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우리가 도쿄대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는 것과, 일본 학생들이 도쿄대를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것처럼요. 어땠어요? 애증이 교차하는 서울대학교일 수도 있고.. 지연: 고등학교때 많은 분들이 서울대학교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게 되더라도 여건이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교수님들도 많고, 과도 다양하고.. 연주: 입학하고 난 뒤에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학교를 보면서도 그렇고,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보면서도 그렇고. 연: 서울대학교라고 해서 건축물들도 다 새것이고 시설도 아주 좋을 줄 알았는데, 건물들도 좀 안 예쁜 것 같고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아, 고등학교때 자매결연한 한국학생들이 왔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데, 한국 학생들은 활발한 것 같아요. 그리고 친절한 것 같구요. 정문에서 학생회관까지 걸어왔는데 길을 잘 못찾아서 물어봤는데, 다들 친절하게 웃으면서 길을 가르쳐주더라구요. 지연: 학생들이 좀 수수한 것 같아요. 아직 얼마 못 보긴 했지만. 제가 수능끝나고 보라색으로 염색한 적이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이 서울대에 너같이 하고 다니는 사람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많다-_-) 연주: 학교에서 자보나, 학생들이 쓴 PC 같은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요? 편집장: 읽어보세요? 연: 등록금 관련한 자보를 많이 봤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학생들 마음도 알 수 있고.. 지연: 저는 고등학교가 경희대 캠퍼스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거 많이 봤었거든요. 그래서 별로 어색하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연: 처음에 그런 것들을 볼 때는 조금 놀랐어요. 고등학교때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선생님이 그냥 하라고 하시면 하는 거였는데. 연주: 고등학교 때랑은 좀 다르죠? >>도키도키 대학생활 연주: 이제 입학하고나면, 전공 공부도 있지만. 다른 활동들도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언론을 하고 있고.. 고등학교때 학과공부에 치여서 못했던 것들, 대학오면 자기시간이 많아지니까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하고 싶어요? 연: 노래부르는 거 좋아해서, 그런 것들 해보고 싶어요. 지연: 연주: 선배들은 많이 만났어요? 신입생환영회도 했구요? 지연: 과에서 한 환영회는 아니었구요. 과에 있는 학회 분들하고 만난적이 있어요. 학회 선배들도 많고, 다른 선배들도 많았고.. 연: 열사비 같은 데서 추모의식도 있었고, 반성폭력내규책자 같은 것들도 신기했어요. 연주: 어떤 점이 그랬나요? 아무래도 한국이 중국과 다르고, 또 그 속에서 대학이라는 공간의 문화가 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동민: 대학와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거에요. 그런 내용의 책자들을 주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 여성운동하는 사람,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 좌파운동하는 사람 등등. (갑자기 부총이 들어왔고, 우리의 새내기들은 그의 얼굴을 보고 긴장했다-_-) 연: 도인같다.. (모두 웃음) 연주: 학교 모든 학생들을 대표하는 기구로 총학생회가 있고,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있어요. 저 분은 부총학생회장이구요. 각 단과대학마다 단대학생회가 조직되어있구요, 반에도 과/반학생회가 있어요. 학생자치가 실현되는 첫 번째 공간이죠. 연주: 둘 다 수강신청은 어떻게 했어요? 지연, 연: 아직 안했는데.. 연주: 아, 그래요^^;; 그럼 어떤 과목들을 듣고 싶어요? 물론 전공과목들도 있겠지만.. 동민: 어떤 것들이 있나면. 역사, 철학, 문학, 외국어 같은 과목들도 있고, 체육과목 테니스, 축구 같은 과목들도 있고. 음악감상같은 과목도 있고.. 연주: 인문계학생도, 수학과목들도 들으려면 들을 수 있어요-_- 연: 저는 어문쪽으로 듣고 싶어요. 연주: 중국어 수업 들으면 좋겠다. 학점도 잘 나오고^^;; 중국어 어렵다고 하던데.. 연: 중국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재미있구요. 지연: 저는 철학 쪽 과목들을 듣고 싶어요. 그런 쪽에 관심도 많았구요. 연주: 저는 인문대학 학생인데도 철학과 전공 듣고서 절망했었는데..^^;; 연주: 이제 곧 3월인데, 기대되요? 연: 조금 긴장돼요. 동민: 작년 생각을 해보면, 정말 3월 한달 동안은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선배들 만나고, 술 마시고.. 연: 술 먹는 건 좀 걱정돼요. 연주: 억지로 권하고 그런 건 없을 거에요. 없어야 되고. 연: 저는 그 소주,인가. 그런 건 잘 못 마셔요..;; 동민: 중국 고량주가 더 독할텐데.. 연주: 다들 배고프지 않아요? 우리 밥먹으러 가요^^ 서울학생과 ‘중국에서 온’ 학생과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으면서 그날의 인터뷰는 끝나갔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서먹하기도 했지만, 금세 웃으면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나조차도, 마치 새내기가 되어 갓 입학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서로 비슷한 생각과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입학을 하고,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새내기’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던 그녀들이 얼마 후에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새내기의 푸릇푸릇함을 그대로 가지고 살고 있을까, 너무 빨리 헌내기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모두들 한 때는 새내기였다. 처음처럼, 관악의 모든 사람들이 새내기같은 마음으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