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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면 바탕사진) ‘Solar Decathlon 2007’ 개막식이 열린 10월 12일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행사장인 내셔널 몰을 찾았다. 행사장 너머로 미 의회 의사당이 건물이 보인다. |
미국은 세계 제일의 경제강국인 동시에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환경에 대한 감수성은 실망스러울 정도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국인들의 일상적 환경의식도 낮은 편이다. 일상 속에서 ‘분리수거’의 개념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도 11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쓰레기 종량제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백악관 앞에서는 미국 정부의 허울 뿐인 환경정책을 질타하는 1인 시위가 몇 년째 이어져 오기도 했다. 지구온난화 문제도 미국인들의 일상적 관심사와는 거리가 멀었다.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서서히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때 미국인들 사이에서 꽤나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온난화 문제를 이슈화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였다. 앨 고어의 저서 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고,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다.태양광 주택으로 온실가스 없는 세상을 꿈꾸는 세계 대학생들지난 10월 12일부터 20일까지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인근 내셔널 몰에서는 ‘Solar Decathlon 2007’이 열렸다. ‘Solar Decathlon’은 전 세계에서 참가한 대학생 팀들이 가장 효율적인 태양광 주택을 만들어내는 일종의 컨테스트로, 2002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다. 올해 대회에는 미국, 푸에르토리코, 스페인, 독일, 캐나다 등에서 20팀이 참가했다.지난 2년의 대회 준비기간 동안 대학생 팀들은 태양광으로 가옥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술의 설계와 연구 및 테스트에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대학에서 태양광 주택을 설계, 건축했으며 출품작들은 10월 3일 워싱턴 DC의 행사장에 옮겨졌다. 미 의회 의사당과 마주하고 있는 내셔널 몰이 지구온난화에 맞서는 세계 대학생들의 한판 경연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온난화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반영하듯 행사장은 연일 관람객들로 붐볐다.출품작 가운데 1위를 가려내는 심사 기준은 공학적 측면, 거주 편이성, 전력 생산, 온수 공급 등 열 가지로 정해졌다. ‘Decathlon’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10종 경기’ 쯤 되는 셈이니 결국 각 팀들은 열 가지 평가항목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얻어야 대회 우승을 내다볼 수 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안락한 주택’을 이상으로 삼는 대회의 지향점에 맞는 주택을 선별하기 위한 기준이다. 여기에 더해 각각의 주택은 여분의 에너지로 한 대의 전기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올해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 팀들은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태양광 주택 관련 기술들을 선보였다. 출품작들에는 채광을 위한 투명 벽 기술, 태양광 난방 마루, 광섬유를 통한 주택 내 전기 배선, 집적 태양광 발전 시스템 등이 시도됐다. 행사장을 찾은 카일라 토위(조지타운대학 국제스포츠전공 2학년) 씨는 “참가자들과 같은 대학생으로서 환경과 안락함, 실용성을 두루 고려한 기발한 건축물을 만든 학생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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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렌스 기술대학교 학생들이 전시 주택의 지붕에 태양광 집적판을 설치하고 있다.(사진 왼쪽) 메릴랜드 대학교 팀 학생들이 자신들의 출품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
성황리에 끝난 ‘Solar Decathlon 2007’… 독일 팀이 1위 차지
심사 결과 독일 다름슈타트 기술대 팀이 888점(만점 1200점)을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팀에서 건축을 담당했던 토비 케른 씨는 “유럽 최대의 전기화학 기업 Bosch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소와 기업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주택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들 팀은 전시를 마친 주택을 대학으로 가져가 태양에너지 발전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는 다름슈타트 기술대에서 구상하고 있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캠퍼스 전력공급 계획인 ‘Solare Lichtwiese’와 맞물려 있다고 한다. 독일 정부에서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충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들 역시 초기 투자비에 대한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대체에너지 운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Solar Decathlon’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효율성·재생에너지국 주도로 치러졌다. 시상식에 참석한 새뮤얼 보드먼 에너지부 장관은 “‘Solar Decathlon’은 기술과 과학, 디자인이 결합해 에너지-제로 주택을 생산해 내는 위대한 실험”이라며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 관련 기술의 조속한 상업화는 미국의 차세대 청정에너지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태양에너지를 2015년까지 가격경쟁력 있는 발전방식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부시 행정부의 ‘Solar America Initiative’ 구상의 일환이기도 하다.지구촌에 드리운 ‘어두운 미래’, 대학생들은 희망이 될 수 있나역시 행사장을 찾았던 브라이언 케스튼(조지타운대학 신학전공 3학년) 씨는 “주변에서 사실상 쓰레기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다”며 대회 참가자들의 온난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곁에서 지켜보고 큰 자극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반전평화운동, 여성해방운동과 같은 세계사적으로 의미 있는 순간들마다 대학생들은 사회 변혁의 주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왔다. 지구촌의 미래가 달려 있는 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학생들이 다시 한 번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