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변화관리·경영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본래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자유주의 경제를 연구해왔다. 커리어 전환 계기는 무엇이었나?
경제학은 관학(官學)이라 연구 대상이 나라 전체인 반면 경영학은 개체에 초점을 맞춘다. 경제학을 하면서도 기업, 비영리단체, 개인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각각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 실제적인 답을 줄 수 있는 것이 성공학이었다. 성공학의 핵심은 체제나 환경보다도 스스로의 계발 노력이 인간의 잠재 능력을 극대화하고 부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라 본다는 점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던 성공학이 사회에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 힘을 제공하리라는 확신 하에 이 분야를 개척하기로 마음먹었다. 출판계에서 자기 계발, 미래 전망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가운데 , 등의 베스트셀러를 내왔다. 이 분야의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책이 어떤 차별성을 지녔다고 보는가.자기 계발서 시장에는 신념 체계가 강하게 작용한다. 널리 읽힐만한 책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인간이 어떤 식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확실한 믿음과 철학이 깔려있어야 한다.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글도 직관과 통찰에 따라 빠른 호흡으로 써 나간다. 그래서 내 책에 대해 왜 돈 내고 스트레스 받아야 하냐며 싫어하는 독자도 있다. 할 수 없다. 내가 느끼는 긴박감, 위기감을 풀어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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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건 국가건 바로 서려면 먼저 신념이 확고해야 한다. 이념적 토대 없이 실용만 강조하면 장사꾼과 다름없다.” |
강연을 다니다보면 사람들이 열심히 살려고는 하는데 뭘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 서적은 제대로 길을 제시하지 못한다. 미국 책은 추상적인 개념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방법론은 빠져있다. 일본 책은 그 반대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꾸준히 공부한 내용을 전달한다. 과 같은 책은 학문적 뿌리가 경제학에 있어 쓸 수 있었다. 경영학만 아는 저자들은 국가 차원의 거시적 관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 정권은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하고 있다. ‘실용’이라는 단어는 공박사가 피력하는 자기 경영 방법론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보는데. 현 정부의 모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용은 자칫 잘못하면 누더기처럼 되기 쉽다. 개인이건 국가건 바로 서려면 먼저 신념이 확고해야 한다. 이념적 토대 없이 실용만 강조하면 장사꾼과 다름없다. 그렇지만 장사는 잘 안 될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신념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돈 되면 하자’는 주의인데 그건 안 된다. 레이건, 대처 정부처럼 원칙을 중시하는 모습이 부족하다. 당선 후 100일간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당히 실망했다. 사회는 수많은 이해관계의 집합체인데 이를 끌어나갈 확고한 이념적 바탕을 갖지 못한 채 실용만을 강조했다가는 실패할 것이다.그간 한국은 미국식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일관된 주장을 펴왔다. 역사적 배경이나 경제 상황이 상이한데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지 않나. 한국형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있는데.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인간의 본성은 비슷하다. 인센티브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통해 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미국에서만 통하겠나. 우리에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한국적이다, 하면 특정 그룹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시장 자체가 글로벌화 된 오늘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보다 인간적이라는 이유로 미국보다는 유럽식 경제체제에 호감을 표하는 이들도 있는데 테마파크가 돼가는 되가는 유럽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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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식 자본주의는 지식인이 세운 이론적 모델에 불과하다. 지식인들이 직접 돈을 벌어보면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
그렇다면 지역에 따른 경제 성장 모델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한국식 자본주의는 지식인이 세운 이론적 모델에 불과하다. 인류 역사상 지식인들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았다. 폴 존슨이 쓴 을 보라. 지식인들이 직접 돈을 벌어보면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내가 다른 지식인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현장을 갖고 이론화하는 것과 이론을 갖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등의 미래 전망서에서 다원화 시대를 살아갈 자세로 포용력을 강조하는 한편, 평등-진보 논리에 대해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저해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스스로가 사상면에서 톨레랑스가 부족한 것 아닌가. 내 스스로는 학문적으로 봤을 때 톨레랑스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평등-진보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하고 그들도 내 목소리를 들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를 보라. 지난 20세기 백년 간 허황된 이념과 유토피아를 외쳤던 지식인과 관료가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쳤는가. 개방 이전 중국의 가난, 소련의 가난이 그러하다. 평등-진보는 간단하게 말하면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고 그 돈을 가진 정부의 개입 폭을 넓혀 모두가 잘살게 하자는 것인데 이미 실패로 끝났다. 한국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설비 투자가 고작 1.2% 증가했고,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대학이 없었다. 평등 지향적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평등-진보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는 이들에 대해 내가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 사회주의는 망했지만 이론 사회주의는 망하지 않았다는 식의 주장은 비겁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양극화 상태로 고착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다. 양극화의 해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기본적으로 개인이 가치창출능력이 없으면 생활수준은 계속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해소라기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커져야 한다. 이미 고용 시장에 진입한 이들의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4대 보험 부담이 지나치게 큰 것이 사업자 입장에서 고용 확대를 꺼리게 만든다. 실질 생활비를 낮출 필요도 있다. 물가가 왜 높은가. 개방 안 한 부담이 다 소비자에게 전가 돼 그렇다. 물가를 낮춰 실질임금을 고정시켜야 한다. 사립학교는 기여 입학제를 도입함으로써 가난하지만 능력이 있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기회를 제공해야한다. 경쟁을 촉진하면서 사회적 대의명분도 세울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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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만원 세대’? 난 그런 용어 자체를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일반화시켜 스스로를 그 틀 안에 가두지 말라.” |
지난해부터 20대를 두고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가.
젊은이들의 구직이 어렵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직업을 갖기는 옛날에도 어려웠다. 나도 학위 마치고 6개월 간 시간강사로 생활했었다. ‘88만원 세대’? 난 그런 용어 자체를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일반화시켜 스스로를 그 틀 안에 가두지 말라. 시야를 넓혀보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회가 많다. 옥션 같은 인터넷 쇼핑몰을 보면 다 젊은이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만 해도 수천억의 가치를 창조하고 있지 않은가. 노동 시장이 어렵다는 말은 5대 기업, 10대 기업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천직이라 생각하면 몰라도 왜 공무원 공부에 매달리는가. 젊은 날부터 안정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일단 사회의 밑바닥부터 기어오를 각오를 갖고 도전하면 기회를 못 잡을 이유가 없다. 20대는 분명 기회의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