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군대에 가야한다는 ‘국방의 의무’를 국민의 4대 의무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신성한 의무’라고 칭하고 있다. 이러한 신성한 의무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이에게는 이에 상당하는 사회적인 징벌과 책임이 워낙 크고 무겁기 때문에 함부로 거부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 의무에 대한 기피로 인한 후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통령에 도전한 거대 정치인의 발목을 잡고 흔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작년 12월 17일 오태양이라는 이름의 한 젊은이가 “불살생과 생명존중의 종교적 신념과 평화 봉사의 인생관에 따른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격 총검술 등 각종 군사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현재의 병역 의무를 도저히 이행할 수 없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의 소중한 양심의 결정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한 후 자발적으로 ‘대체복무’를 시작하기 위해서 성북구 보문동에 있는 노숙자 쉼터 ‘아침을 여는 집’을 찾아갔다. 그는 현재 미아리에 있는 ‘자비의 집’에서 무의탁 혹은 노숙 노인들께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돕고 오후에는 희망학교라 해서 결손가정 혹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학습지도를 하고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도우며 하루하루 자신이 선택한 대체복무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연히 그의 신성한 영역에 대한 거부행위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목소리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의 ‘양심에 따른 목소리’가 병역기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조차도 무시해가며 일방적으로 총을 들라고 강요하는 수년간 유지되어 왔던 현행 군복무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와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그의 행동으로 인하여 확대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각종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교리에 따라 집총을 할 수 없다는 여호와증인들의 사연이 보도되면서 한국 사회에 또 하나의 인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오태양씨와 같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존재가 그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광범위한 종교적 편견과 전통적 국가안보관에 의해 국군 창설이래 1만 여명을 헤아리는 수많은 병역거부자들이 존재해 왔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는커녕 그 존재조차 감추어 왔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란 자기 자신의 ‘양심’에 근거해 징집과 같은 병역의무를 거부하거나 전쟁 또는 무장출돌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위를 행하는 자이다.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은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야만 하는 군대를 거부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대한민국 실정법을 어긴 죄인이 되어 교도소로 격리되어야만 했다. 현재 1600여명에 이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이유로 전국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전과의 딱지를 단 채 사회적 차별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보편적 가석방 기준에서도 제외되어 현역병 복무기간보다 긴 27개월 이상의 형을 살아야 비로소 가석방되는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사회에서 이러한 젊은이들이 계속 감옥에 갇히는 상황은 인권과 민주주의가 존중되지 않는 우울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의 현실에는 공익근무요원, 병역특례제도 등 현 병역법에 보장된 각종 대체복무제도가 현존하고 있다. 이제는 자기 자신의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철창안에서 갇히고 사회적으로 따돌림 당하여 왔던 수많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문제가 외로운 개인적 선택과 이로 인한 고통의 감수로 되풀이되어 왔던 것에서 벗어나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차원으로 해결되어야 할 때임이 절실하다. 이제 더 이상 이들의 양심을 철창안에 가두어 둘 수는 없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 같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사회, 인권국가가 짊어져야 할 중요한 책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