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성역 허물기’는 우리 시대의 과제

6.25전쟁을 “북한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논란을 일으킨 강정구 교수를 만나보았다.과연 그가 주장하는 ‘북한 제대로 보기’는 어떤 모습인지 들어보았다.만들어진 한반도 내 냉전질서와 냉전성역서울대저널(이하 저널): 과거 정권들이 대내적인 안정구축을 위해 한반도 내의 냉전질서를 이용했고 미국의 냉전 전략이 반북한적인 성향을 공고히 해줬다면, 현재는 우리 사회 내에서 다양한 성향이 존재하고 있다.

6.25전쟁을 “북한지도부에 의한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으며 논란을 일으킨 강정구 교수를 만나보았다. 과연 그가 주장하는 ‘북한 제대로 보기’는 어떤 모습인지 들어보았다. 만들어진 한반도 내 냉전질서와 냉전성역서울대저널(이하 저널): 과거 정권들이 대내적인 안정구축을 위해 한반도 내의 냉전질서를 이용했고 미국의 냉전 전략이 반북한적인 성향을 공고히 해줬다면, 현재는 우리 사회 내에서 다양한 성향이 존재하고 있다. 무엇이 한 사회 내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양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것인가? 강정구(이하 강): 근 60년 동안 냉전 적대체제에 살아왔고, 우리가 여전히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냉전 성역(cold war sanctuary)이다. 냉전성역이란 냉전에서 비롯된 분단체제 60년사에서 북한의 것은 무조건 악으로 남한이나 미국의 것은 무조건 선으로 규정하는 불가침적인 금기의 영역이다.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이 맹목적인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서만 정당화 되는 영역이며, 주류 사회가 제시하는 북한에 대한 하나의 표준 정답이다. 예컨대 6.25는 북한이 시도한 불법침략전쟁으로, 주한 미군은 언제나 평화의 수호자로, 한반도에서 정당성은 남한에만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이러한 냉전 성역에 기초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평화 통일을 주장한 조봉암과 같은 사람은 이러한 냉전성역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누구도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냉전 성역의 존재로 북한은 무조건 타도와 적대의 대상으로 남아있었다. 하나의 허위의식에 불과한 냉전 이데올로기가 미군정시기와 이승만 정권, 6.25전쟁을 지나면서 하나의 선험적인 진리로 공고화된 것이다. 저널: 하지만 북한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표출되는 것이 가능한 현 시점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은가? 강: 그러나 불가침의 성역을 허물지 않고서는 남북의 진정한 화해는 불가능하다. 2001년에 남북정상회담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던 시기에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김정일 사죄론을 꺼내들었다. 집단과 집단이 갈등을 겪어 왔는데 무조건 한 쪽에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납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며, 왜 국군 포로 송환을 주장하면서 인민군 포로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인가? 그리고 전쟁에 대해 사과하라는데 여기서 우리는 한국 전쟁과 6.25전쟁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UN군의 참전으로 내전이 국제적으로 확대되기 이전의 기간 즉, 6.25 전쟁은 분명 내전이다. 내전 상황에서는 침략자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북쪽 지도부에만 물리는 것은 전쟁의 성격을 왜곡하는 것이다. 탈냉전 통일 시대를 맞이해서 과거에만 집착하여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물론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학문의 영역에서 연구가 이뤄져야하지만, 진정한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는 맹목적인 반북성향이 많이 해소된 것 같지만, 언제든지 보수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이를 사용하고자 하면 다시 냉전적 성향이 되살아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냉전 성역을 허무는 시도가 필요하고, 이는 분명 지식인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연구 주제 역시 거기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상호 체제에 대한 사고의 유연함과 대북 이미지의 변화가 필요저널: 그렇다면 구 보수 세력 역시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냉전적인 이데올로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냉전성역의 영향을 받는 피해자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현재 보수 정치인들이나 언론들이 냉전성역의 허구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기들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집단적인 정치 이해관계를 위해서 그것을 알면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힘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넓게는 인류사의 보편 규범을 지키고 좁게는 민족사의 올바른 방향을 왜곡하지 않는 한에서 허용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아니라 정객, 정상배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 기성주류집단이다. 저널: 북한 체제에 대한 사고의 유연함에 대해서 강조하는데, 북한 체제를 어디까지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강: 남한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미국에 대해서 작전통제권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해야하는가? 북의 경우에도 인류 보편적인 가치라고 할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반이나 개인숭배 같은 건 분명 비판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국의 압살 정책에 대해서 자주성을 지키면서 버텨온 것이나 친일 민족 반역자 숙청을 하면서 친일 잔재 청산으로 46년부터 친일파가 재산을 되찾을 것을 봉쇄한건 긍정적이지 않은가? 서로의 좋은 점은 찬양하고 고무하더라고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단점에만 집착하고 비난만 일삼는다면 통일은 없다. 이제는 서로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널: 영화나 비춰지는 문화속의 이미지가 북한에 대한 이미지 변화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강: 최근 영화 웰컴투 동막골을 보면 큰 변화가 느껴진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북한 인식의 변화는 매우 큰 편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 기성언론의 설문조사에서 전쟁 위기 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북한 편을 들겠다고 응답한 사람이 젊은 세대일수록 많았다. 문제는 기성주류 세력이 변화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저널: 반북 성향이라는 것이 한국 전쟁이 남긴 외상적 증후군이라면 고통의 주체가 누구든 그 외상적 증후군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대들이 생존해있다.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변화면 과거의 이런 시각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는 않는가? 강: 우선은 전쟁에서 오는 그러한 외상적 증후군이 극복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고통의 경험은 극복하기 힘들겠지만, 거기서 오는 반공이나 반북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일제 35년간의 경험은 매우 극심했지만 식민지에서 벗어난지 20년만에 국교정상화가 이뤄졌다. 개별적인 수준에서의 트라우마는 남아있겠지만 거기에 매달려서 일본과의 국교정상화에 대해서 크게 반발하는 자들은 적었다. 대일 관계는 20년 만에 정권이 미국의 압력에 의해서 정상화 하면서 60년이 지난 지금 왜 남북간에는 그렇지 못하는가? 이는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것을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얼마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느냐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반도 냉전의 주범 – 미국의 영향력을 넘어서 저널: 베트남 전쟁은 내전이고 6.25도 내전이었고, 미국의 개입이 있었다. 베트남 전쟁에 있어서는 미국이 철수하고 내적 정당성이나 민중 결집력에 있어서 정당성을 확보한 정부에 의해서 통일이 이뤄졌다. 물론 6.25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고 하더라도, 베트남전과는 달리 중국과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않는가?강: 물론 북한이 공산진영의 국가의 입김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한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이 사실이며, 미군의 전쟁물자가 남한에 많이 잔류해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6.25와 한국전쟁을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 외세의 개입이 이뤄진 한국전쟁이 국제전적인 성격을 가졌다면 6.25는 내전적인 양상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서로를 주권체로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북한의 민주기지론과 이승만의 북진통일론에 따라서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국제전 양상을 띠게 되었지만, 그 출발은 통일 내전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저널: 민족을 강조하고, 북한을 끌어안는 주장에 대해는 동조하지만 대외정책이나 외교정책에 있어서 민족적 자립성을 강조하는 주장은 그리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미국이 반통일적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사실이고, 반통일적 성향이 사실이지만, 미국의 영향으로 인해서 불안정해진 한반도에서 미국을 배제한 평화유지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강: 누가 평화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미국을 배제하고 누가 평화를 위협하고 한반도의 전쟁을 누가 전쟁을 일으키는가? 그러한 안보불안 역시 제대로 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한 인식 역시 냉전 성역의 영향이고 허구이다. 냉전 시기에 전쟁 위기, 탈냉전 시기의 전쟁 위기 역시 미국이 도발을 한 것이다. 경험적으로 전쟁 획책 주범을 따져야지 무조건 북한을 전쟁 도발자로 상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북한이 불가침협정이나 평화협정을 맺자고 하지만 미국이 반대하고, 세계 최대의 규모를 외국 군대가 남한에서 침략훈련을 하고 있다. 평화파괴의 주범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저널: 해방 후 60년의 기간동안 남북 상호간에 많은 고통이 있었다. 60년이 짧지만 또한 긴 기간이다. 해방과 분담이 환갑을 맞이한 해해 어떻게 북한을 보고 통일을 보는 바람직한 시각이라고 생각하는지? 강: 내가 지금 환갑이다. 옛날의 환갑은 지난 일생을 되돌아보고 남은 생을 정리하는 기준점, 제 2의 태어남과 같은 큰 의미를 가졌다. 그리고 그 긴 기단동안 역사적으로 유래 없는 외국군의 주둔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한반도의 현주소이다. 이런 자화상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남북을 넘어서서 반성을 할 필요성이 있다. 이런 구도를 재생하는 힘이 미국에 있고, 북한 문제의 핵심에는 미국이 있다.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며 주권 말살적인 현상이다. 이제는 이러한 현실을 청산하고 극복해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이제는 북한에 대한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미국에 예속적인 상태를 유지해선 안 된다. 어떻게 벗어나겠는가? 이제는 통일을 향해서 나아갈 시점이다. 탈냉전이고 통일의 시대에서 평화의 기반을 이룩하는데 하나의 전기를 만들어 내야한다. 6.15 선언이나 8.15 민족대축전과 같은 민족애를 보여주는 행사를 통해서 통일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북 관계가 호전되고 있고, 남북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 내에서 경직된 냉전적 사고를 해체해 나가는 것은 분명 시급한 작업이다. 자신의 학문적 지평을 냉전의식의 해체에 맞추고 있는 강정구 교수의 노력이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바라보고 통일에 한걸음 다가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우리 사회의 냉전적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 냉전성역을 허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이는 지식인의 역할이다.””6.15 선언이나 8.15 대축전과 같은 민족애를 보여주는 행사를 통해서 통일에 좀 더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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