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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누가 얼마나 서울대에 합격했는지는 여전히 지면을 채우기 적당한 기사거리이다. |
이제는 ‘서울대 졸업장’만으로 대우받는 시대는 지났다고들 한다. 서울대가 가진 독점적 지위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학벌사회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은 ‘경사스러운 일’로 보도되고, 어느 곳에서 몇 명이나 서울대에 합격했는지 지상으로 생중계된다. 특히 지역 언론에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하다.고교평준화 실시 이후에 서울대 합격자 수가 감소한 울산 지역에서는 학력저하 논쟁이 뜨겁고, 10여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학교는 ‘공교육의 성공사례’로 보도된다. 서울대에 얼마나 많이 합격하는가가 학력을 평가하고 교육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전형과정의 차별인가, 교육과정의 차별인가한편에서는 경제적·문화적 격차가 학력 격차로 이어지면서 계층간의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난립하고 서울 강남 등 부유층의 학력 대물림 현상이 심화돼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입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한겨레」, 2006년 2월 8일자)’는 것이 그런 비판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그 중심에는 서울대가 있다. 「오마이뉴스」는 2006년 2월 8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하여 ‘2005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가운데 22.3%가 강남(강남, 서초, 송파) 소재 고등학교와 특목고(과학고, 외고)출신’이라고 보도했다.서울대의 특목고·강남 출신 편중현상이 심각한 상황일까? 2005년도 서울대 신입생 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생 중 특목고 졸업생의 비율은 전체의 9.2%이다. 물론 전체 고등학생 중 특목고생의 비율을 생각하면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같은 해 연세대학교 신입생 실태조사에서 특목고 졸업생의 비율은 17.9%로 나타난다. ‘서울대는 그나마 낫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특목고 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원인은 특목고의 교육과정이나 학생들의 계층적, 사회문화적 특성에서 찾아야지, 서울대 입학 전형 방법만을 문제삼는 것은 적절한 지적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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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합격자 수가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
강남 학생들의 비율은 어떨까. 강남 출신 학생들의 비율을 직접 구할 수는 없었으나 위 자료를 토대로 계산하면 13.1%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국 고등학생 중 강남 지역 학생의 비율은 약 3.3% 정도. 강남 출신 서울대생의 비율이 인구비율에 비해 약 4배 정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전형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층간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공교육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더욱 필요한 일 아닐까.서울대 비판 속의 서울대 중심주의그렇다면 지방 학생들이 서울대 입시에서 특별히 불리함을 겪고 있을까? 2005년도 신입생 특성조사 결과 서울 출신 학생의 비율은 서울대 35.8%, 연세대 47.7%, 고려대 41.8%이다. 전국 고등학생 중 서울지역 학생은 전체의 20.3%. 인구에 비해 서울 학생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대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학교보다 서울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는 것은 아니다. 읍·면 지역 출신 학생의 비율 역시 서울대 5.5%, 연세대 3.7%로, 지방 학생들이 서울대에서 유독 소외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의 지역편중현상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서울대 중심주의’를 또다른 형태로 반영하고 있다.계층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이 역시 실제 자료는 통념과 다르게 나타난다. 1998년도 서울대 신입생 중 아버지가 전문·경영·관리직에 종사한다고 답한 사람은 50.3%이지만, 2005년도에는 37.1%로 감소했다. 관리직에 포함되었던 교직이 2005년에는 별도 항목으로 분류되었으므로 이를 더하더라도 45.3%가 되어, 7년 전에 비해 현재 서울대 입시에서 계층간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물론 현 상태가 평등한 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5년 2월 기준으로 남성 경제활동인구 중 전문·관리직 종사자 비율은 23.8%. 전문·관리직 지위를 얻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험생 자녀를 두었을 45~55세 연령대에서는 비율이 조금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학생 비율과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그러나 서울대생의 계층 구성이 실제 계층 구성과 유사해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서울대학교’의 공공성을 넘어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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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언론과 달리 『조선일보』는 어느 학교가 ‘입시 명문’으로 부상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
서울대 정시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조선일보」를 제외한 주요 언론들은 합격자들의 지역 편중현상 완화와 출신 고등학교의 다양화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일보」는 2월 3일자 사설을 통해 ‘서울대의 입시 결과는 고무적’이라며, 심각한 수준의 지역적 불균형을 벗어난 것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교육 격차와 학력 불평등을 말하는 사람들도 서울대 입시 결과를 주요 근거로 삼아 말한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정운찬 총장과의 면담에서 ‘서울대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도 더욱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프레시안」 2006년 2월 20일자). 이같은 담론은 보다 평등한 교육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선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는 사회적 권력과 지위, 부에 접근하는 유력한 통로’라는 인식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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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새로 도색을 해도 교문엔 ‘예비 서울대생’들의 흔적이 그칠 날이 없다. 그들은 여기서 무엇을 보았을까. |
서울대 입시에서 지역간, 계층간 격차는 점차 완화되고 있다. 이를 위한 제도적 노력도 계속되고 있어서, 현재 정원의 22%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는 지역균형선발제는 장기적으로 30%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그러나 서울대가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고 해도,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가 독보적인 학벌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한, 공교육에서의 지역·계층간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 한, 교육을 통한 사회적 불평등은 계속해서 재생산될 것이다. 서울대 입시 결과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대학입시에 종속되어있는 초·중등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 이를 위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미디어가 담당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