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제대로’ 때려라!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보수언론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004년에 인터넷에 행정수도 보도의 모순을 주장하며 실은 글의 제목이다.다소 거친 감이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이 같은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는 많은 비판점을 안고 있다.

비정상을 바로잡겠다는 보수언론

‘조선·동아는 저주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2004년에 인터넷에 행정수도 보도의 모순을 주장하며 실은 글의 제목이다. 다소 거친 감이 있지만 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이 같은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는 많은 비판점을 안고 있다. “조중동은 못한 것을 가능한한 부각시키려 한다”는 임현진 교수의 지적처럼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 언론들은 속된 말로 노무현 때리기 일변도로 기사를 내보내왔다. 이러한 보수 언론 탓일까? 인터넷 상에서도, 일반 시민들 대화 사이에서도 노무현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보수 언론들의 논조 그대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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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태섭 정책위원장-보수 언론들은 정권을 잡은 그들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에서 이탈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보수 언론들은 정권을 잡은 그들이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상태에서 이탈해 있다고 느끼고 있다” 라고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분석했다. 보수 언론쪽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개발독재 시대의 민주주의다. 그래서 그들은 현재의 정부는 얼치기 좌익, 김정일 추종 세력이며 국민들을 우롱해 집권한 만큼 이른바 엘리트들의 각성과 ‘구국 운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색깔론으로써 이러한 공세를 펼쳤지만 지금은 ‘악의적인 이름붙이기’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면서 ‘코드 인사’, ‘포퓰리즘’ 같은 것을 예로 들었다. 신 정책위원장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의 남발은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고,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함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현상을 경계했다. 그리고 신 위원장은 또한 보수 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존 엘리트적인 계몽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 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벗어나 있기에 이렇게 미움을 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교수도 “그들은 대통령에 대해 근엄한 이미지를 원하는 듯하다. 현 노무현 대통령은 그들에게 맞지 않는다”며 보수언론의 인식과 현 대통령간의 인식의 괴리를 표현했다. 왜곡 보도로 위기를 현실화 할 수도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저서 ‘노무현 살리기’ 에서 이 같은 조중동의 행태를 ‘뻥튀기’라고 규정했다. 그가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민주화운동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당해 장기간 생계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인사들에게 정부 산하 단체의 매점 운영권을 일부 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그 당시 조선일보에서는 라고 제목을 뽑았다는 것이다. 또한 양 홍보비서관의 ‘조선·동아의 심각한 反노무현 중독증’ 이라는 글을 보면 행정 수도 이전, 작전 통제권 환수문제가 박정희 정부 때에도 제기되었는데 비난 일색이었던 노무현 정부 때의 신문 논조와는 확연히 달랐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맹목적 「反노무현」 논리의 연장이라고 봅니다” 는 양 홍보비서관의 주장이 타당성을 지니는 대목이다. 이러한 조중동의 보도 행태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의 보도가 현실화 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신 위원장은 “보수진영에서는 ‘경제 망한다’. ‘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식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데 이는 실제로 구매력을 위축시키고 현실상황 판단을 변경하게 할 수도 있다”며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를 경계했다. 이는 경제는 심리라는 일반적인 상식과 접목시켜볼 때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백만 국정홍보처장도 ‘경제위기론의 허구성’ 이라는 글을 통해 확산되는 경제위기론의 현실화를 경계했다. 끝없는 노무현 지지율 하락. 그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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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근 신경정신과 박사 –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지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버렸다.

이 같은 보수 언론의 행태 이면에는 지나친 지지율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건전한 비판이 이루어지려면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맞부딪치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데, 현 상황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노무현은 무조건 싫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일까? 우선 노무현 정부의 정책들의 문제점, 그리고 앞서 말했던 보수 언론의 보도 행태와 그로 인해 형성되었던 담론들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바라본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서 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의 입장은 앞서 말했던 보수 언론들의 의견과 맥을 같이 한다. 조중근 신경정신과 박사는 “현재 주류세력들은 왜 국민들이 다른 사람을 제쳐두고 노무현 대통령을 선출했는지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며 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현재의 주류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이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재벌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 대다수 구성원의 손실을 담보하면서 성장한 세력인 만큼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서 태어난 노무현 정부이지만 주류세력들은 현 정부를 자신들의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이러한 심리가 보수언론의 악의적 보도나 원색적 비난으로 표출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류세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일반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조 박사는 이를 ‘이미지 정치의 한계’로 분석했다. 현대 사회에서 상품을 고른다는 것은 욕망을 그 상품에 투사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투표제도도 이런 현대 사회의 시장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래하며 기타치는 대통령’ 으로 대표되듯이 노동자의 눈물을 금방이라도 닦아주고 대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미지로서 당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실현되지 못함에 실망한 국민들이 이탈한 것이라고 조 박사는 분석했다.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했지만, 아쉽게도 이미지의 함정에 스스로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노무현 대통령 개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러한 투표라는 정치적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은 선거 당시의 지지자들에게 있다. 적어도 그 당시의 지지자라면 이렇게 쉽게 이탈해서는 안 된다”며 다른 주체의 책임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는 ▲급격한 계급간 이동 등 사회변동이 큰 사회에서 보이는 불안감, 즉 신뢰에 기반하여 사태를 관망하고 기다릴 줄 아는 안정적인 정치 문화가 형성되어있지 않은 점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다른 사회에 비해 너무 가까운 -쉽게 설득당하고 설득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등이 노무현 정부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대통령 중독증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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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교수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에서 발생한 문제마저도 그 책임을 대통령 개인에게 돌리는 ‘대통령 중독증’ 이 문제.

이러한 상황에서 강준만 교수가 내세운 ‘대통령 중독증’은 우리 사회의 대통령 담론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 강준만 교수는 저서인 「노무현 죽이기」에서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에서 발생한 문제마저도 그 책임을 대통령 개인에게 돌리는 ‘대통령 중독증’을 경계했다. 또한 강준만 교수는「인물과 사상」에서 “보수 세력이나 진보 세력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자신들의 반대 세력에 서 있다 가정해놓고 서로 때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정혜신 심리분석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언론의 과도한 집착을 불러올 수 있고 또 대통령 개인에게도 지나친 압박감을 주어 악순환의 고리를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통령 중독증의 근원에는 제왕적 카리스마에 대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왕적 카리스마’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대통령 중독증과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향신문』송영승 논설위원도 칼럼을 통해 “군 출신 대통령과 양김 대통령이 역사에 많은 흠결을 남겼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강력한 지도력’ 에 대한 흑종의 향수가 남아있다” 며 “모두들 현 대통령을 조금은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국민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이라는 단어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통령상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의부터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대통령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아쉽게도 주로 비교대상이 되는 대통령은 강력한 독재적 카리스마를 내세웠던 박정희 대통령이다. 과연 그 비교대상이 우리에게 지금까지 유효한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이다. 이와 함께 제대로 된 대통령 비판을 위해서는 현재 보수 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일방적인 대통령 담론에서 벗어나 현 정부 지지 세력도 그 담론에 참여할 수 있는 건전한 여론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여론 추이가 지속된다면 보수 언론이 주연을 맡은 대통령 때리기가 계속 되어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해를 끼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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