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자들을 위한 2008 입시안?

지난 6월 27일 서울대 측이 통합교과형 논술의 시행을 포함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다.곧바로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 등에서 입시안에 대한 비난과 철회 요구가 이어졌으며, 지난 7월 6일에는 당정이 서울대 입시안 수정 요구를 결정하였다.이제 맞서 정운찬 총장과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대학입시에서의 대학의 자율권을 주장하며, 2008 입시안의 수정을 거부하였다.

지난 6월 27일 서울대 측이 통합교과형 논술의 시행을 포함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되었다. 곧바로 참교육학부모회와 전교조 등에서 입시안에 대한 비난과 철회 요구가 이어졌으며, 지난 7월 6일에는 당정이 서울대 입시안 수정 요구를 결정하였다. 이제 맞서 정운찬 총장과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대학입시에서의 대학의 자율권을 주장하며, 2008 입시안의 수정을 거부하였다. 심지어 정운찬 총장은 제주도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좋은 원자재를 이용해 물건을 만들어야 좋은 제품이 나오지 원자재가 좋지 않으면 물건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도 좋은 물건을 만들기 어렵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2008 입시안에 대한 논쟁은 각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이루면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통합형논술은 이미 본고사 photo1 photo2 2008학년도 입시안은 2005학년도 입시안과 동일하게 정시전형, 특기자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을 포함한 수시전형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 3가지 전형의 선발 비중은 동일하게 적용되며, 정시전형의 경우 수능은 자격고사화 하고, 내신 실질반영비율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통합교과형 논술로 당락을 결정하게 된다. 정운찬 총장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보다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학생을 뽑기 위한 제도라고 밝혔다. 또한 논술과 수능이 등급화 된 상태에서 학생들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 별도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점은 통합교과형 논술을 본고사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서울대 측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교과목에 대해서 대학별 지필고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합교과형 논술을 본고사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인 이종섭 씨는 기성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고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평위원회 등도 자신들은 본고사에 반대하지만, 통합교과형 논술이 본고사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대의 입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교조 측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 부소장 이철호 씨는 “본고사란 예비고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학별로 독자적인 시험을 출제한다는 것은 본고사의 부활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사들도 독서나 논술교육의 확대에 찬성하지만 최소한 논술교과가 일선학교에 정상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7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며, 2008년 통합형 논술의 실시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찾아가본 강남학원가에는 논술학원이 증가하고 있었으며,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논술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 학원관계자는 “학부모들이 논술교육이 마치 대학을 가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인양 생각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논술학원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논술학원의 원장도 “통합교과형 논술의 도입이 학생들의 사고력이나 창의력 향상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사교육의 팽차을 통해서 오로지 ‘모범답안’을 생산하기 위한 사이비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지역균형선발제는 2008 입시안의 면죄부인가 photo3 이러한 정시 전형에 관한 비판에 대해 서울대 측은 특기자전형과 지역균형선발이 보다 다양한 학생들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전교조나 참학 측에서는 이러한 주장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이철호 씨는 “2005학년도 특기자전형 입학생 중 15%가 예체능계 고등학교, 33%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52%가 특목고 출신 학생이다. 그리고 특목고 동일계열전형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특목고 생이 자신의 계열에 관계없이 의대나 법대 등의 인기학과로 쉽사리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할당제에서도 “서울에 있는 학교든 지방에 있는 학교든 똑같이 3명씩 지원할 수 있고, 1차 전형이 통과된 이후에는 서울학생이 더 많이 선발되는 전형을 지역균형선발제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2005학년도 지역균형제가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범국민교육연대 대학평준화연구팀이 조사한 서울대 시도별 합격자 통계를 보면 서울 출신의 학생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다. 박경양 씨 역시 지역균형선발제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내보이며, “큰 효과 없는 지역균형선발제를 실시하는 것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지역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합격생을 내지 못하던 고등학교에서 처음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다고 해서 지역균형선발제가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나 참학 측에서는 결론적으로 3가지 입시안 모두 소위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대의 주장처럼 특기자전형이나 지역균형선발제가 제 기능을 하기는 어려우며, 결국 대도시의 부유층 자제들이 쉽게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노당 청소년 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이 가난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한하는 제도라며 강력히 비난했고, 서울대 총학생회 측에서는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라고 평가했다. 8월 7일 전국교육연구소 네트워크에서 낸 자료에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정도와 수학능력시험 점수 평균 차이에 대한 조사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빈부격차의 문제가 학생의 학력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립 서울대학교, 비난의 중심에 서다photo4 그러나 서울대 측과 정운찬 총장만이 이 문제의 근원으로 비난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참학 측에서는 정운찬 총장의 근시안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정운찬 총장은 자꾸 선발된 학생들의 실력에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렇다면 화성에서 학생들의 선발해 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험생의 학력이 세계적으로 절대로 낮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장의 소위 ‘원자재’발언이 있은 후,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우수한 원자재를 이용해 4년만에 세계 100위에도 못 끼는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서울대의 ‘물건 만드는 기술’에 문제가 있지, 원자재 탓은 않겠냐”며 정운찬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서 갑자기 입장을 선회하여 수정 요구를 하기로 결정했던 교육부도 비판받기는 마찬가지다. 전국 교수 노조에서는 지난 7월 8일 ‘앞뒤가 안 맞는 교육정책과 국민을 배신한 국립서울대학교’라는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서울대측의 공방에 대해서 “전혀 일관성 없는 반개혁적 교육정책을 양산하는 교육당국과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자교이익우선주의를 관철하고자 하는 서울대 사이의 진흙탕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전교조 이철호 씨는 “2004년 10월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부의 입시안을 보면 서울대 입시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교육부의 입시안이 대학별 전형의 자율성을 강화시켜 주었는데 지금 와서 교육부가 서울대의 2008년 입시안을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인 쇼를 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근원은 교육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교육 기관의 정점에 있는 서울대학교 총장이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 다른 학교와 경쟁을 하겠다고 말하고,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당한다고 민영화까지 생각하는 것은 국립대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이제 어디로 가나? 앞으로 2008학년도 입시안이 적용될 현 고1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앞으로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단순히 입시안을 놓고 각자의 입장을 내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둘러서 입시안을 개선하기 위한 조정의 자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전교조 측에서는 자신들은 범국민적인 토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기득권층의 반발과 무성의한 태도로 인해서 그런 자리가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참학 박경양 씨는 “교육발전협의회라는 공간을 통해서 대학과 시민단체, 교육부 간의 협의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교육부에서 교육발전협의회의 기능을 고의적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08 입시안과 통합교과형 논술이 정상적으로 시행되고,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논술, 독서 교육이 제대로 실시될 수 있다면 우리 중등 교육의 질적인 성장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한 논술 학원 관계자의 말처럼 2008학년도 입시안은 우리가 진정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입시안이 실시되기 전까지 교육시민단체, 대학당국, 교육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다 나은 입시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전교조 측에서 말하는‘범국민적인 토론의 자리’가 하루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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