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그렇게 뜨겁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제법 날이 선선해졌다. 민소매 옷에서 어느새 반팔로, 칠부로 소매는 길어지고, 긴 옷을 입고 다녀도 이제 덥다고 뜨악한 눈길을 안 받는 그런 날씨가 된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간다. 이번호를 준비하면서, 끊임없이 이 ‘시간’이란 놈과 맞닥뜨렸다. 8월, 계절학기도 끝나고 많은 이들이 ‘진짜 방학’을 보내고 있을 때, 기자들은 그 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본격적인 9월호 준비에 들어가는 것. 방학이란 게 쉽게 볼 것이 아니다. 그 의뭉스럽고 덩치 큰 ‘방학’이란 이름의 시간은, 그야말로 유혹 덩어리이다. 이것은 기자들도 그렇고 취재원들도 마찬가지다. 다 같은 사람인데 어쩌겠는가. 이 시간이란 놈은 ‘방학’이란 가면을 쓰고도 애를 먹이더니, 흘러가는 그 움직임만으로도 근심꺼리를 주곤 한다. 사실, 월간지 편집장으로서 시간의 흐름은 항상 고민꺼리이다. 그래도 이 고민은 스릴 넘치고,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흘러가는 시간을 잘게 쪼개 붙잡고 되씹는 것은 ‘맛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엔 확실히 근심꺼리로 다가올 정도였다. 기획 주제를 ‘농활’로 잡은 후, 취재는 난항을 겪었던 것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시작해보니, 사건과 관련된 단위들은 뚜렷하게 입장정리가 된 곳도, 그런 의지를 가진 곳도 별로 없었고,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상황이었다.문득 연어가 생각났다. 연어는 자기 알을 낳기 위해 흘러가는 강의 거센 물살을 ‘거슬러’ 상류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허나 현실에서 사건과 관련된 단위들이 ‘시간’이라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기는커녕, 그렇다고 ‘헤엄을 쳐서’ 하류로 내려오기는커녕, ‘떠내려 오는’것 같은 상황을 보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지금의 그들에겐 낳을 ‘알’이 없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지금 낳을 ‘알’이 없다고 해서 헤엄치기조차 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음을 부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무언가가 마냥 떠내려가고 있다면 붙잡아야 되고, 그 무언가가 ‘자신’이라면, 내가 속한 학생사회라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에 휩쓸려 잊혀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무기력할 뿐더러, 재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