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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르르 비가 내리던 금요일 오후, 학관 옆 작게 자리 잡은 수선방에 찾아가 막 점심을 들고 오신 아저씨를 만났다. 거리낌 없이 아저씨라 불렀지만 아저씨 연세는 73세. 50년 남짓한 세월을 서울대 에서 지내며 구두, 가방으로 인한 교내 사람들의 소소한 불편들을 수선해 오신 분이다. 정확히 몇 년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도 어렴풋하다. 어린 나이에 6.25에 참전했다가 어깨에 포상을 입은 후, 상이군인으로서 정부의 직업 추천을 받아 가게 된 것이 당시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학교 문리대였다. 그 후 관악으로 캠퍼스를 이전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저씨는 쭈욱 서울대학생들과 함께 했다. 4.19때는 학생들과 함께 거리에 나서셨다고. 학교에 있던 시간이 길다 보니 교수가 되어 찾아오는 학생도 많다. “그 사람들은 나를 터줏대감이라고 부르지. 서울대학교 터줏대감님이라고.” 작업을 하다 손이며 팔에 얻은 많은 흉터들도 그 세월을 증명한다. 예전 학생들은 입학 때 산 구두를 고치고 또 고치고 하며 졸업 때까지 신고 다녔는데, 요즘 학생들은 너무 쉽게 물건을 버리고 산다며 안타까워하시는 아저씨. 일을 하시면서 겪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냐고 물으니 꼬랑내 나는 직업에 무슨 재미냐고 팔을 휘휘 저으시다가도 단골 이야기를 꺼내니 흐뭇하게 웃음을 띠신다. 단골손님은 주로 여학생이 많은데, 가끔 공짜로 서비스를 해주기도 하신다고. 인터뷰 도중, 맡긴 신발을 찾으러 온 학생에게 수선한 부분이 잘못되면 다시 오라고 당부하시길래 에프터 서비스도 해주시냐고 물으니 “내가 고친 것은 끝까지 책임져야지”하고 당연하다는 듯 말하신다. 수선방을 찾아온 사람들이 와서 웃고 웃으며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던 아저씨. 오늘 굽이 닳아 묵혀 둔 구두를, 못이 튀어나와 발을 괴롭히는 신발을, 자크가 망가진 가방을 들고 학관 옆 수선방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항상 그 자리에서 아저씨가 맞아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