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산학협력은 국가 경쟁력재고를 위한 자립기술 개발의 필요성 인식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 증대가 맞물리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아래 각 대학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산학협력은 산(産)과 학(學)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편,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산학협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공과대학 석사과정 1년차 유모씨는 “일이 언제나 연구 성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논문도 못쓰고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리고 학문과 실무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산학협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1 학문 간의 형평성 문제 – 기초학문도 설 자리를 달라
| …….(전략) IMF 이후 실업자가 늘어나고 비정규직이 증대되면서 이제 직장이 평생직업이라는 개념은 점차 쇠퇴하고 있으며……(중략)……이렇게 되면 인문과학이나 기초과학분야는 지망생이 적어 학문의 근본이 뒤떨어지고 기초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응용분야만 활개를 치게 될 것이 아닌가. 기초분야가 튼튼해야 응용과 첨단이 발전할 텐데 기초는 외면하고 취업이 잘 되고 돈벌이가 잘 되는 분야로만 몰린다면 나라의 장래가 걱정스럽다……(후략) 기초학문 쇠퇴 방치 막아야 中 [문화일보 2005-10-07] |
산학협력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당장 이익이 되는 연구에만 치중하게 되어 꼭 필요한 기초학문들이 완전히 고사 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생 김정훈(가명)씨는 “실무 위주의 맞춤 수업의 경우는 회사에 처음 입사 시 큰 효율을 내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초 이론이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며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재성 교수(한양대 안산캠퍼스 클러스터 사업단장)는 “산학협력이 활발해지면 대학교육이 기초분야에 소홀해 질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기초가 뒷받침되어야 실용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며, 우려섞인 목소리를 일축해 버렸다. 전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한민구 교수 또한 “실제로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서는 기초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한다”며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이공계와 경영 분야에만 치중된 산학협력의 현실에 대해, 현재 신기술 자동차 개발 사업 등 산학협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김민수 교수(기계항공)는 “공대에서 수행하고 있는 산학협동 연구는 일개 교수만의, 특정 학부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며 그 이익이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에서는 이공계뿐만 아니라 문화 컨텐츠 개발이나 사업 시나리오를 생산하는 분야 등의 인문사회계열을 위한 산학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2 대학간의 형평성 – 우리도 산학협력을 하고 싶다 현재 산학협력을 특성화 하여 추진하는 몇몇 지방대를 제외하고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 산학협력이 집중되어 있다.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가시적 성과를 원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인력과 기반이 잘 갖춰진 대학들을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학간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어 갈 우려가 있다. 반면, 산학협력이 지방대학에게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이 속해있는 지방의 지역적 특색이나 특화산업을 잘 활용하여 특성화된 산학협력을 한다면 지방이 소외된다는 우려와는 반대로, 대학과 지역 모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3 맞춤형 인재 양성 – 대학은 진리 탐구의 공간
| (전략) 이번 반도체학과의 신설은 우수한 학생 유치와 기업의 지원을 원하던 대학, 그리고 실력있는 인재의 꾸준한 공급을 원하던 기업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추진됐다. 이는 반도체 부분의 산업경쟁력은 물론 IT 관련 제품 수출을 경제의 큰 축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삼성과 학교는 앞으로 꾸준한 논의를 통해 이것이 바람직한 산학연계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최근, 삼성이 성균관대학교와 손을 잡고 대학에 반도체관련 학과를 개설했다. 이는 대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쉽게 채용하려는 기업의 적극적인 움직임 중의 하나이다. 또한 서울대학교와 산학협력을 진행 중인 NGV TEK에서는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인재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기업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시도는 진리 탐구의 장이 되어야할 대학이 인재 양성소가 되게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NGV TEK의 유경수 경영관리 팀장은 “실무와 거리가 먼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의 경우 입사 후, 2년 이상의 실무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인재의 효율적 확보를 위해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홍국선 교수는 “지금까지는 기초연구에 95% 정도의 관심이 있었고, 실무적인 응용에 대해서는 5% 정도의 관심밖에 없었다. 산학협력은 이런 획일화된 대학교육에 균형감을 줄 수 있다”며 학교 교육에서 실무가 강조되는 현실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덧붙여, 한양대의 이재성 교수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육을 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현장중심형, R&D(Research&Development)중심형, 그리고 창업중심형의 세 가지 특화된 분류로 나누어 학생들을 교육시킨다”며, 현실적인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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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성 교수,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단순히 기능공을 키워내는 것이 아니다.” |
산학협력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산과 학의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양날의 칼과 같은 산학협력을 부주의하게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단순히 기능공을 키워내는 것이 아니다”는 이재성 교수의 말처럼, 대학이 폭넓은 기초교육과 실무교육의 조화를 통해 산과 학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