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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탈출한 성숙한 오르가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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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탈출한 성숙한 오르가즘’

‘-ism’을 표방하는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약간의 경계심을 갖는다.그렇게 쉽게 설득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경계심.(나만 그런가.–a) 어떤 작품은 목청껏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만 열정을 쏟다가 마침내 그 경계심을 거부감으로 바꾸어놓고, 어떤 작품은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빗장을 열고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만든다.‘동물원을 탈출한 성숙한 오르가즘’은 내 경계심을 허무는 데 꽤 성공한 연극이었다.

‘-ism’을 표방하는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약간의 경계심을 갖는다. 그렇게 쉽게 설득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경계심.(나만 그런가? –a) 어떤 작품은 목청껏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만 열정을 쏟다가 마침내 그 경계심을 거부감으로 바꾸어놓고, 어떤 작품은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빗장을 열고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만든다. ‘동물원을 탈출한 성숙한 오르가즘’은 내 경계심을 허무는 데 꽤 성공한 연극이었다. 네 개의 모놀로그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여주인공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자기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고백한다. 그녀는 행복하다고,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독백이 계속되면서 그녀의 불행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녀는 “한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본 적이 없”고 “몸만 대주는 섹스”에 질려있다. 남편은 그녀를 집안에 가두어놓고 나간다. 이웃집 남자는 혼자 갇혀 있는 그녀를 시시때때로 훔쳐본다. 뒤늦게 만난 진정한 사랑조차도 결국은 그녀를 실망시킨다. “그거 아세요? 나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잃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자기를 짓밟은 어떤 권력자(?)의 사무실을 불태워버린, 그리고 그것을 “정치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독백. 침대에 누운 그녀, 자기 남자친구를 밀어내며 불평한다. “그래, 나도 사랑하고 싶어.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야.” 그리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임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불안해” 물론 이 모든 이야기를 입밖에 내지는 못하고, 많은 부분을 마음 속으로만 이야기해야한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아무 이유없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 피투성이가 되어 죽음의 공포와 고통을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 간간이 유머를 섞어 지루하지 않게 이어가려고 노력한 점도 좋았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가끔 대사를 너무 빨리, 부정확하게 읊어서 내용 파악이 어려운 대목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 우화가 섞여있어서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느끼게 했다는 점에서 공연은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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