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의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로 교환학생프로그램이 부상하고 있다. 좁은 국내에 매몰되어 지내기보다는 한 학기 혹은 일 년 간 직접 외국에 나가서 그 곳의 대학에서 수학하면서 비단 언어 구사 능력 향상이나 학문적 실력 축적만이 아닌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자신이 가진 사고의 폭과 인적 교류의 범위를 확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심의 증가로 연세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교에서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되었고, 전담기관과 전담인력을 배치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서울대학교는 ‘국내 수위의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못한 교환학생프로그램을 보유,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올해 미국 지역 대학으로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학교가 워싱턴대학 단 1개교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우리 학생이 나가는 대신 우리가 받아들이는 외국인 교환학생의 수도 매우 적은 실정이다. 다른 학교는 학교 발전과 신입생 유치를 위해 국제 교류에 적극 힘쓰고 있다. 국제교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연세대와 이화여대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학교가 가진 교환학생프로그램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해보도록 하자. 일찍이 국제교류를 시작한 연세대 연세대는 60년대부터 국제 교류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2003년 4월 현재 총 46개의 국가 432개교의 대학과 협정을 맺고, 이들 대학에 일년에 200명에서 300명가량의 학생들을 교환학생으로 보내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성공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연세대의 교환학생프로그램, 그 비결은 무엇인가? 연세대가 교환학생을 파견하는 절차 자체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반 환경이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교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생 교환 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상대 교환대학과의 학생교환수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세대의 경우 들어오는 외국인 교환학생 역시 20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우리보다 교환학생 선발 인원이 많다. 게다가 협정을 체결한 학교가 우리 학교에 비해 월등히 많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버클리, UCLA)나 게이오 대학 등 유명한 대학과 협정을 매고 있는 반면, 협정을 체결한 많은 대학 중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대학교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수업환경이 잘 되어있어 다녀온 사람들의 만족도가 대체로 높은 편이다. 협정대학의 수가 많은 만큼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보통 2:1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즉, 연새대학교 학생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교환학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적극적 홍보와 체계적 지원 선발 인원을 확정한 후, 연세대 내에서 교환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집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교환학생 자격요건에 관한 심사를 거친다. 국제교류부에서는 교환학생제도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상세한 ‘교환학생 설명회’를 매학기 개최하여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일본 교토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 온 강경민(연세대 영문97)씨는 “설명회를 통해서 교환학생 제도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세한 설명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면서, 지원 과정에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학생에 한해 교내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직접 그 대학과 연결을 시켜준다. 국외로 나가는 교환학생들을 위해서 ‘교환학생상담실’에서는 교환학생 지원자 개개인들과 교환대학 및 기간 배정을 위한 상담을 해 줌과 동시에 학교별 정보를 이 곳에 비치해 두어 이들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연세대의 특졍적인 점은 이전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들, 그리고 연세대에 와 있는 외국인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자신이 갈 학교에 대해서 더욱 잘 알 수 있고, 적응도를 높여 준다. 그리고 교환학생을 다녀온 학생은 의무적으로 ‘경험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경험보고서는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웹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여, 교환학생으로 나가는 사람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교환학생 제도를 파견된 학생 혼자의 경험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 학우가 공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많이 받고 많이 주는 선순환 그리고 연세대는 국외로 나가는 교환학생들뿐만 아니라, 연세대로 들어오는 외국의 교환학생들을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학생의 관리는 학교 측에서 직접 한다기보다는 그들에게 필요한 제반여건들을 마련해주고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일종의 버디 프로그램인 ‘맨토스클럽’을 들 수 있다. ‘맨토스 클럽’은 내국인 재학생이 중심이 되어 외국인 교환학생과 교류를 해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써 현재 내·외국인간에 100쌍 정도의 멘토가 있다. 국제교류부의 고제혁 씨는 “멘토스 클럽에 대한 외국인 학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면서, “학생들이 클럽 형태로 운영하게 함으로써, 서로간의 교류의 폭을 더욱 넓히고, 내국인 학생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외국인 교환학생의 만족도를 높여서 많은 교환학생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는 연세대가 많은 인원을 내보낼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이처럼 연세대가 체계적인 교환학생프로그램을 운영,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지난 1960년대부터 연세대의 설립자인 언더우드 박사를 비롯한 여러 교수들의 값진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 유수 대학의 사람들과의 실질적인 인간관계가 바탕이 되어 그 대학들과의 교류협정을 맺을 수 있었다. 또한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선발학교라서 그 이점을 누리고 있는 것도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오랜 국제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연세대는 이제 먼저 교류협정을 맺고자 제안해오는 학교도 줄을 서 있을 정도이다. 이와 더불어 연세대에서 벌이고 있는 해외 홍보 사업과 함께 외국 교환학생과 교포들 사이에 퍼져있는 입소문의 힘도 현 연세대의 활발한 국제교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처럼 공식적, 비공식적 루트를 통하여 꾸준히 해외에서의 인지도가 향상된 덕택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먼저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아져, 연세대로서도 외국으로 학생들을 내보내기가 더욱 용이해졌다. 이화여대의 국제교류 상황 이화여대의 국제교류는 ‘국제교류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년 300여 명의 이화여대 학생들이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등 16개국 130여 교환학교로 나가 각국의 문화와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데, 실제 교류 협정을 맺고 있는 학교는 이보다 훨씬 많아 대략 400 여개에 달한다. 이화여대측에서도 이들 자매 학교로부터 매년 200여 명 가량의 학생들을 받아 정규, 계절 학기의 영어 강좌 수업을 통해 한국과 아시아를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교류원은 심사과정을 통과한 학생들과 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연결시켜주어 한 학기 혹은 일 년간 외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현재 이화국제재단(1970년, 북미주에 있는 동창생 및 동창 가족, 감리교 단체, 외국인들이 이화여대를 후원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 당시 이사장은 김활란이었다)도 국제 교류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재단은 뉴욕을 중심으로 미주지역에서 이화여대의 을 홍보하고 각종 기금과 장학금으로 교류 사업을 돕고 있다. 이화여대 측에서는 자교로 오는 교환학생들을 위하여 Asian Stud ies at Ewha, International Summer School, ICU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보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큰 어려움없이 국내에서 학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학원에서도 한국학 과목을 개설하여 외국학생들이 한국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 학생을 도와주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버디들을 모집하여 외국인 교환 학생과 연결시켜주는 버디 프로그램을 시행하여, 외국 학생들이 캠퍼스 안팍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대 캠퍼스 내, International Festival라는 부스를 설치하여 외국학생과 이대 본교 학생들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돕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이화여대의 교환학생시스템은 해외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어 400 여개에 달하는 교환협정을 맺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통하여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외국의 수업과 문화를 체험함과 동시에 국제화의 안목을 키우고, 이화여대를 대표하여 한국과 이화여대를 세계에 홍보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금 서울대의 상황은? 그렇다면 지금 서울대의 상황은 어떠한가? 애석하게도 서울대의 국제교류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우선 협정이 체결된 학교의 수를 비교해보자. 우리 학교는 2003년 4월 현재 미국지역 3개 대학, 캐나다지역 2개 대학, 일본지역 7개 대학, 중국지역 2개 대학 등 총 19개국 46개의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상호 대학간의 학점교류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협정을 맺은 학교의 수가 400 여개에 이르는 연세대나 이화여대와 비교할 때 상당히 뒤쳐지는 수치이다. 게다가 매년 교환학생으로 나가는 학생 수는 60명 남짓하다. 그나마 이것도 홍보나 정보가 부족하여 지원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교환학생으로 선발된 사회대의 한 학우는 “학교의 지원이 너무 부족하여 애를 먹었다”면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범대의 한 학우도 “교환학생을 언제 지원하는지 조차도 알기가 힘들었다”면서 서울대의 소극적 자세를 비판했다. 다녀온 학생들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교류 대학이 부족하고 교환학생 선발 인원이 부족한 것은 결국 우리 학교로 오려는 외국인 학생이 없는 것에 기인한다. 대외협력본부의 이상억 팀장은 “상대 학교에서 학생이 오지 않으면, 우리 학교 학생을 보낼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외국 학생은 왜 서울대로 오지 않는가? 서울대를 선택한 외국인을 위한 지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우선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강좌가 현저히 부족하다. 이는 일반 강의 30여 개, 국제교류부 교수들의 강의 50여 개, 이 밖에 국제대학원과 ‘Global MBA 과정’ 등과 같은 대학원 강의까지, 총 수십 여 개의 영어강의가 개설되어 있는 연세대에 비해 현격히 뒤쳐지는 수준이다. 이화여대 역시 많은 수의 영어 강의를 통해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서울대의 영어 강좌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한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는데 상당히 힘이 든다. 서울대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을 언어교육원을 통해서 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연대나 이대의 버디프로그램은 아주 고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버디프로그램에 참가한 봉사자(버디)들은 단순히 외국인 학생들에게 실무적인 도움만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입국 때부터 공항에서 그들을 마중하고, 또한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주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그들이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버디활동을 통해 버디들도 외국 문화를 체험하고 외국어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기회를 얻게 된다. 이처럼 버디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실질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학생들의 참여다. 외국어 실력에 향상을 원하고, 외국인 친구를 만들고 싶은 학생들의 열의는 버디 선발 시험에 평균 6:1정도의 높은 경쟁률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홍보 노력의 부족 서울대가 활발하게 국제교류를 하지 못하고 있는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모아진다. 우선 교수들의 능동적인 노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연세대에서는 교수들이 해외 유수 대학의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사적인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많은 교류협정을 맺어 왔으나, 서울대에서는 그런 노력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적극적인 홍보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연세대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한인교회나 한인클럽을 통해 직접 자신들의 대학 홍보를 하고 있을 정도로 대학 홍보에 적극적이다. 이에 비해 서울대의 해외 홍보는 전무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공식적인 외교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는 역대 서울대총장 개개인들의 의지 부족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공식적인 루트, 가령 ‘서울대총장의 외국 대학 총장과의 만남’ 등과 같은 자리를 만들어 적극 노력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일방적 교환학생은 이제 그만 교환학생은 결국 학생을 ‘교환’하는 것이다. 교류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나가려는데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교환학생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어 프로그램, 한국학 프로그램 같은 우리의 밑천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