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학제개편

2002년에서 2011년 서울대학교장기발전계획 연구 보고서(이하 장기발전계획안)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자율성’인 것으로 보인다.서울대학이 추구하는 ‘세계 수준의 종합연구 대학’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면이나 행정적인 면에서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은 이후 계획들에 대한 전제적인 조건일 수 있다.

2002년에서 2011년 서울대학교장기발전계획 연구 보고서(이하 장기발전계획안)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자율성’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이 추구하는 ‘세계 수준의 종합연구 대학’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면이나 행정적인 면에서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은 이후 계획들에 대한 전제적인 조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율화’가 서울대학이 표방하는 목적, 즉 ‘세계 수준의 종합연구 대학’이 되기 위한 환경적 측면에서의 목적이자 필요한 조건이라면, 학제 개편은 그 실질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결코 소홀히 다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학제 개편 역시 중요한 부분 학제개편(대학의 편제 개편)에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되고 있는 부분으로는 “전문 대학원의 설치”와 “모집단위 광역화”를 들 수 있다. 장기발전계획안에서는 이 중에서도 특히 ‘전문 대학원의 설치 및 편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전문대학원 설치에 관한 논의는 학내·외에서 오래 전부터 제시되어왔다. 학내에서는 1987년 「서울대학교발전장기계획」에서부터 시작하여 1995년 「서울대학교 2000년 미래상」, 1998년 「서울대학교장기발전구상」등을 통해 꾸준히 제시되어왔으며, 현 장기발전계획안에서도 전문대학원 설치 논의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전문대학원을 설치하자는 주장의 논거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전문대학원의 설치가 입시 과열을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서울대 중심의 학벌 서열을 깨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의과대와 법대를 전문대학원으로 설치할 경우 전국 각 대학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벌 주의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물론 대학의 문제 즉 학문의 문제를 지나치게 사회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서울대가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부 과에 대한 전문대학원의 설치가 순수학문과 응용학문을 분리시키고,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는 교육적인 차원에서 전문대학원 설치를 지지한는 주장도 있다. 현 장기발전계획안 역시 “..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의 특성에 따른 적절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수행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중략) … 만약 기초학문과 응용학문이 상생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교육편제가 설계될 수 있다면, 새로운 지식의 창출도 응용학문의 발전도 훨씬 바람직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각 대학(원)의 교육목표와 그 대학(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의 성격을 다시금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며, 이러한 이유에서 전문대학원 설치를 재고해 보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문대학원 설치에 관해 뚜렷한 계획은 없어. 그렇다면 장기발전계획안에서 그리고 있는 구체적인 전문대학원의 상은 어떤 모습일까? 장기발전계획안은 “대학(원)의 진로는 일차적으로 해당 대학(원)의 구성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라며 전문대학원 설치 및 편성에 관해서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기발전계획안에서는 치과대학, 의과대학, 법학대학, 경영대학의 설치에 대한 언급을 찾아 볼 수 있다. 치과대학을 제외하고는, 각각에 대해 전문대학원 설치의 필요성과 설치에 장애가 되는 한계 등을 서술하고 있다. 현재 치과대학의 경우 이미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기로 결정되었고, 2002년부터 이미 학부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있다. 장기발전계획안에서도 치과대학원의 경우 그 운영 형태가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다른 학과들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을 긍정하면서 의과대학원의 경우 제반 조건의 미성숙이, 법학대학원의 경우 사법제도 등의 제도적 문제, 경영대학원의 경우 대학원으로 학생들을 유인할 방법이 부족하다는 점등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장기발전계획안의 전문 대학원 설치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연구위원회’의 위원장인 박오수(경영대) 교수는 ‘각 학문의 특성은 그 단대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단대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학사과에서도 “전문대학원 설치는 각 대학이 결정할 일이지 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이미 의대, 법대 등의 전문대학원 설치에 관해 많은 연구 보고서가 나왔으며, 단과별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전문대학원 설치는 각 대학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학제 개편에 있어 각 학과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 강조는 다른 한편으로 뚜렷한 학제 개편의 상을 잡을 수 없게 한다. 최갑수(서양사학)교수는 ‘일부 대학의 전문대학원 설치는 지나치게 거대해진 서울대를 개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하며, ‘학문적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굳이 서울대학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학은 다른 대학이 하기 어려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라고 하며, 일부 대학의 전문대학원 설치 및 학부 축소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현실적으로는 학제 개편에 관해 장기발전개획안이 세밀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학제 개편에 대한 뚜렷한 상 없이는 서울대가 변화를 갖기 힘들다. 특히 전문 대학원의 설치는 서울대가 그만큼의 개혁의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사안일 것이다. 자율화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발전계획안에서 전문대학원 설치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광역화 역시 구체적 논의는 없어 대학원 중심 대학에 관련되는 학부 개편, 즉 모집단위 광역화에 관해서는 장기발전계획안에서 사실상 구체적인 논의를 찾아볼 수는 없다. 단지 광역화 개선을 의미하는 듯한 구절을 (“모집단위 광역화는 각 분과 학문의 특성을 살리고 학생관리와 학사지도의 측면에서 관리 가능한 크기로 한정함.”)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이 구절이 광역화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냐는 질문에 기획부에서는 “광역화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라며 장기발전계획안에 아예 광역화 논의는 들어있지 않음을 밝혔다. 또한 학사과에서도 “광역화라고 흔히 이야기되는 모집단위 광역화는 ‘모집단위’의 광역화지 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학부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모집단위 광역화는 ‘고등 교육법’에 의해서 시행하는 것이지 장기발전계획안과도 역시 관련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서울대학교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기 위해 학부 입학 정원을 1000여명을 줄이고 대학원 입학 정원을 700여명 늘인 바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길 바란다면 학부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여러가지 진통을 앓고 있는 현 광역화 체제에서는 이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발전계획안에 광역화에 관한 논의가 빠져있음은 대학원의 변화에 맞물려 학부가 어떻게 운영이 될지 청사진을 그려보기에는 엉성한 감이 있다. 서울대의 청사진을 그릴 뚜렷한 목표 필요 학제 개편은 결코 쉽게 이야기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3월 윤덕홍 부총리가 학제 개편에 관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표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라고 밝힌 것처럼, 오랜 논의를 필요로 하는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서울대학교의 장기적인 운영 모습을 그려보는 장기발전계획안에서의 학제 개편의 논의가 다소 느슨한 것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수준의 종합연구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율화도, 재정 확충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 나가겠는가? 이를 위해서는 학제 개편에 대한 진지하고 뚜렷한 목표를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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