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진입은 끝났지만…

사회대, 공대, 사범대 등 일부 단대에서 광역화 세대 02학번들의 전공진입이 이루어졌다.인기학과/비인기학과의 구분이 심각한 상태에서, 인기학과에 대한 인원편중은 어느 정도 예상 된 것이었다.그러나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학과/학부에 진입하거나 전공재수를 선택해야 했다.

사회대, 공대, 사범대 등 일부 단대에서 광역화 세대 02학번들의 전공진입이 이루어졌다. 인기학과/비인기학과의 구분이 심각한 상태에서, 인기학과에 대한 인원편중은 어느 정도 예상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학과/학부에 진입하거나 전공재수를 선택해야 했다. 각 단대별로 전공인원제한철폐 혹은 완화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해진 원칙을 고수하려는 학교 측과 대립한 상태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02학번들의 전공진입이 이루어졌다. 전공진입, 어떻게 이루어졌나? 사회대의 경우 각 학과/학부별 선발 정원이 확정된 상태에서 평균 평점을 선발 기준으로 했다. 전공탐색과목 4과목 12학점을 포함하여 30학점을 이수한 02학번들이 전공진입의 대상이었으며, 이들은 4지망까지 지원할 학과/학부를 선택한 후 평점이 높은 순서대로 원하는 학과/학부에 우선 배정되었다. 1차 지원에서 학과/학부가 결정되지 못한 사람들은, 미충원된 학과/학부에 2차지원을 할 수 있었다. 결국 특정학과/학부에 지원이 몰리지 않는 한 거의 1,2지망에서 전공진입 여부가 결정이 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대 내에서도 인기학과/비인기학과가 뚜렷이 나뉘는 만큼, 지원이 편중되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02 전공진입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02학번으로 실시했던 몇차례의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으며, 실제 전공진입 때 193명을 뽑는 경제학부에 249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등 특정 학과/학부에 대한 과다편중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인기학과에 대한 인원편중이 문제 사범대와 공대의 전공진입과정도 사회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범대 역시 학과 정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전공선택과목을 포함하여 26학점을 수강한 02학번들이 전공진입의 대상이 되었으며 역시 평균 평점이 높은 순대로 우선배정하였다. 사회대와 마찬가지로 3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었는데, 역시 1차 지원에서 배정이 안된 사람은 2차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전공 재수 여부는 아직 논란 중이다. 사범대 또한 실제 전공진입에 있어, 인기학과로의 지원편중 경향을 보였다. 어문계는 국어과와 영어과에, 인문사회계는 교육학과에, 수학과학계는 수학교육과에 지원이 몰렸다. 공대의 경우 각 학과별 정원을 100%로 확정한 상태였으나 학생들의 1차지망을 감안하여 지원정도에 따라 80%∼120%까지 조정한다는 원칙을 발표한 바 있었다. 공대 역시 배정 기준은 평균 평점이었고, 휴학생을 제외한 02학번 전원이 전공배정의 대상이 되었다. 공대는 2차지망이 없고, 1차지망에서 중복되지 않게 10지망까지 신청을 받았다. 각 지망에서 뽑는 비율은 상위지망 : 하위지망 = 80% : 20% 의 비율로 하여 해당 학부/학과의 배정정원이 다 찰 때까지 반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즉, 1지망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학부/학과의 배정정원 수의 80%만 배정하고, 나머지는 1지망에서 떨어진 학생과 하위지망의 지원자 중에서 뽑는 방식이다. 학과 정원에 있어서 사회대나 사범대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했던 공대도 인원편중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컴퓨터공학과와 기계공학과에 인원이 몰렸다. 이같은 인원편중은 02학번들의 상당수가 원하던 학과를 가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이들 중에는 전공재수를 택한 경우도 드물게 있다. 전공재수자들이 드문 것은 전공재수가 아예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전공재수 기준이 사실상 전공재수를 불가능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대의 경우, 애초 전공재수가 불가능했다. 사회대는 전공 재수가 가능하되, 전공배정에 있어 신입생을 우선배정한다는 원칙을 발표해 원하는 학과로의 진입을 불가능하게 했다. 사범대의 경우 전공재수자들에게 A학점이상의 성적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전공재수를 불허했다. 원하는 학과에 갈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 이처럼, 특정학과에 대한 인원편중과 전공재수 불가능이라는 요소들은 학업에 대한 02학번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는 02학번들의 대학 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공탐색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의 광역화가 실제로 전공탐색의 기회를 보장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한 이상미(국어교육과 98)씨는, “02학번들이 학점 잘주는 소위 ‘널널한’ 수업을 찾아듣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02학번들이 학점에 쫓겨 1학년 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많이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한편, 이무영(경제00)씨는, “광역화 이후 과반학생회가 많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원하는 학과/학부에 진입하기 위해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02학번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그 전부터 위기를 맞고 있던 학생회가 더욱 큰 타격을 받았던 것이다. “선배들이 02학번들은 너무 공부 열심히 한다고 싫은 소리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학과에 진입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한 사회대 학우는 학생회 활동에 잘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원하는 학과 가게 해주세요! 전공진입인원 제한이 광역화 문제의 핵심이었던만큼, 이것의 철폐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02학번 내부에서 일기도 했다. 각 단대에서는 전공인원철폐를 주장하는 단위가 꾸려졌다. 사회대의 ’02전공진입문제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공대의 ‘전공인원대책위원회(이하 전대위)’, 사범대의 ‘전공자유를 위한 투쟁위원회(이하 전투위)’ 가 바로 그것이다. 각 단위들은 02학번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강의실 아지 등을 실시하였으며, 02학번 총회를 성사시키기도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 이미 특위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어졌다. 차라리 성적 잘 받아서 가고 싶은 학과에 가는 게 더 낫다는 게 친구들 사이의 분위기였다.” 한 사회대 학우의 말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의 투쟁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학생들 사이에 불신이 많이 쌓였던 것 같다”고 이상미씨는 말했다. 공대의 경우 전대위가 거의 2학기 말 무렵 꾸려짐으로써 활동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물론 아예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대의 경우 학과 정원을 80∼120%로 재조정하기로 하고 애초 문제가 되었던 군휴학생 우선 배정 조항이 질병, 군입대와 같은 사유가 있는 휴학생 우선 배정으로 수정되는 등 소기의 성과도 있었으나 이러한 조정이 근본적인 인원편중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제2의 입시였던 전공진입 결국 1월 무렵 이루어진 전공진입은 학생들 간의 눈치작전으로 일단락되었다. 사전에 실시한 조사에서 자신이 지망하는 학과가 경쟁률이 높게 나타났다는 사회대의 한 학우는, “정보라고는 지원현황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차로 지망한 학과에서 떨어질 경우 전혀 원하지 않던 학과에 진입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마감직전에 지원서를 제출했다”고 그 학우는 덧붙였다. 예비전공학생회를 꾸렸던 사범대 역시, 사전 정보가 전혀없는 상태에서 각 학과에 대한 희망정도가 유일한 정보였기 때문에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한 학우는 “운이 나쁜 친구는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안정지원해서 다른 과를 썼는데 의외로 그 학과에 사람이 몰리는 바람에 아예 학과를 배정받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왔는데, 가고 싶은 학과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학문 간의 벽을 낮추겠다던 광역화의 취지는 온데간데도 없이, 전공 진입을 둘러싼 경쟁과 좌절만이 남아있는 것이 2003년 초, 현재 광영화의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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