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월) 본부건물 내부는 오후 내내 시끄러웠다. 서울대학교는 지난 2000년 이후 2년만에 또다시 국정감사를 받은 것이다. 9월 초 피감기관으로 서울대를 발표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이번 서울대 국감을 통하여 ▲예산집행 등 전반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점검 ▲최근 발표한 최소 이수단위수 문제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할당제 등 입시문제를 함께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의 퇴진과정에서 붉어졌던 몇 가지 의혹들과 서울대 총학생회장 제명 건도 함께 다룰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국감의 내용들은 지난 2000년 국감(박스 참조)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전반적으로 기대이하였다. 다시 말해 2000년 국정감사 당시의 사안들에 비하여 이번 국감에서 준비된 질의 항목들이 더 진전되었거나 새로울만한 것은 없었다. 한편, 이번 서울대 국정감사를 주도했던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윤영탁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의원은 총 16명이다. (표1참조) 이중 비교섭단체의 정몽준 의원과 조부영 의원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교육위 간사 13명 중 현승일 의원은 보도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당별로는 한나라당 8명, 민주당 6명이었으며, 서울대 출신 국회의원은 6명이었다. 또한 여성의원 3명이 포함됐다. ■ 이재오 의원 (한나라당) 최근 180여일째 진행되고 있는 관악사 노조 파업 문제와 관련하여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관악사 측이 성급한 직장폐쇄를 하였고 해결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대학교의 필요이상 비대함과 막대한 투자비용에 비해 그 성과물들이 초라했음을 지적하면서 학부폐지를 건의했고 구조조정을 촉구했다. ■ 박창달 의원 (한나라당) 이기준 전 총장의 업무추진비가 2억 1900만원임을 지적하면서 서울대 발전기금의 운용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기획력 부족과 방만한 예산 편성으로 인해 인건비 지출만 232%가 늘어났으며, 이는 발전기금의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엉뚱한 소모성 경비에 많이 쓰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수강의 평가 결과도 발표해 주목받았다. 박 의원은 ‘3학기에 걸쳐 학생들에게 실시한 교수강의 평가에 의하면, 큰 차이는 없었으나 전임 교원보다 강사에 대한 평가가 더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덧붙여 자퇴하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본부 측의 근본적 방안을 요구했다. ■ 김경천 의원 (민주당) 여교수 현황에 대해 ‘서울대학교 1496명의 교수 중 여교수는 114명으로 전체 7.6%에 불과하고 법대 경영대 수의대는 여교수가 한명도 없다. 또한 국문과를 비롯 46개 학과 역시 여교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며 총장에게 여교수 채용 확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 또한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 중 임기를 제대로 마친 사람이 없음을 지적, 외국의 총장 선출방식과 같이 총장 후보를 광범위하게 물색하는 새로운 총장 선출제에 대한 자료도 제출했다. ■ 김화중 의원 (민주당) 연건 캠퍼스의 현재 체육관 철거와 관련 ‘네 번에 걸쳐 합의한 지하 체육관 신축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과대학이 연건 캠퍼스의 부지 중 63%(14,697%)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부지까지 사용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부 측은 ‘체육관 부지에는 의생명 과학관을 지을 예정이며 합의했던 내용들은 향후 원만하게 다시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 이재정 의원 (민주당) 교수 임용과 관련,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전체의 60.8% 또한 본교 출신의 교수가 무려 95%에 이르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여전히 배타적인 신규교수 임용방식이며 서울대학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연구자를 채용, 학문의 질을 향상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수 교수들의 영입은 예산을 빌미로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서울대의 무분별한 건물 팽창에 대해 ‘서울대학교의 장기발전계획이 수립되기도 전에 서울대학교 캠퍼스 부문의 장기계획이 먼저 나왔다는 것은 계획도 존재하지 않는데 연구조성사업에 대한 구상만 실행한 상황’이라며 ‘이는 대부분의 공사가 국고에 의해서 지원되고 향후 재정이 확보되지 않는 공사의 경우 국고에 의해 지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총장 등 대학 운영 책임자들이 기부금 등 다양한 형태의 재원 확보’를 촉구했다. ■ 설 훈 의원 (민주당) 교수 임용 문제를 집중 추궁했다. 설 의원은 ▲교수 중 미국박사의 편중(외국 학위자 중 66.3% ▲본교 출신 교수가 95%로 10년 전보다 증가 ▲여성 교원은 14%에 불과 ▲정년보장 교수 비율이 86.6%를 기록, 대학교수시장의 낮은 이동성을 반영 등을 지적, 대학 민주주의 확대를 통해 독점과 패권에 의존하고 있는 교수사회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권철현 의원 (한나라당) 최근 들어 인기학과 편입도구로 쓰이는 서울대의 전과제도에 관해 ‘2000년 이후 전과자는 매년 증가하나 법학이나 컴퓨터 공학 등 몇몇 소위 돈 되는 학과로 치중되어 전과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에 관한 차별 대우 현상도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정부의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은 2%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 동안 장애인 교수나 교직원 채용은 서울대에서 없었으며, 학부 모집에서도 2002년 ‘장애인 특별전형모집’ 이외 장애인 선발에 서울대는 기여한 점이 없어왔다고 주장했다. ■ 황우여 의원 (한나라당) 「BK21 대학원전용시설구축사업」지연으로 발생된 이자수입 98억원은 국고환수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멀티미디어 강의동 등을 비롯한 BK21 지원 시설들이 예정보다 착공이 늦어져 이자수익이 생겼다. 국고지원으로 발생한 이자수입은 마땅히 국고로 환수되야 한다’고 밝히며 ‘당초 BK21 대학원 전용시설 구축사업 중 1단계 사업은 2000년에 마치는 것으로 기획되어 있으나 2년이 지연되었다. 일반적으로 부지확보 등의 문제해결 후 사업 추진이 상례임에도 불구하고 예산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이나 현장 실사가 허위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대학교는 물가상승률과 관계없이 기성회비가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기성회비가 수업료 대신 교육비 충당을 위한 주된 예산으로 둔갑하여 주객이 전도 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 이재정 의원 (민주당) 서울대의 비 법정조직 운영에 관한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관해 답변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91년 6월 17일부터 서울대학교 설치령의 관련규정을 정하지 않은 비 법정조직을 145개 설치 운영한 것으로 인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이로 인해 연간 1억 7443만원의 경비가 더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부 측은 ‘비 법정연구소 운영경비는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기관장에 대해서는 유사한 법정조직장에게 지급하는 일반회계의 월정직책급 및 직급 보직비에 상당하는 금액을 기성회 회계에서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비 법정조직의 보직자 책임시수 감면’에 대해서 총장은 ‘규정에 의거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보직교원에 대해 사안에 따라 책임시간 일부를 감면, 책임시간 감면 없이는 사실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보직에 대해서는 책임시간의 일부를 면제 운영해왔다’고 밝혔다. ■ 이미경 의원 (민주당) 내부 개혁 없는 장기발전 계획은 실효성 없다며 서울대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했다. 모럴해저드의 사례들로 판공비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교수들의 의무강의시간 미 이행, IMF 당시 예산 낭비 등을 들어 감사가 소홀하다고 주장하며 서울대 내부 개혁을 촉구했다. 또한 ▲고시 열풍 ▲교수 임용의 폐쇄성(외국인 장애인 여성 타교 출신 교수 비율이 극히 적음을 지적, 서울대는 소수자를 배려할 줄 모른다고 주장) ▲구정모 총학생회장의 징계철회 ▲규장각 고문서 훼손사례 은폐 기도 주장 ▲도서관 장서 문제 등 포괄적으로 국감 보도자료를 준비했다. 특히 총학생회장 제명 처분과 관련하여 ‘총장실을 점거하는 행위는 학생으로서 문제가 있는 행동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학교 운영의 비민주성을 바로잡고자 한 행동이었고 학교 측에도 원인 제공의 책임이 있는 만큼 징계학생들의 철회를 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감자료 – 내용은 풍성하나 눈에 띄는 사안은 없어 이번 국감에서는 얼마전 정운찬 총장이 발언한 ‘지역할당제’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정운찬 총장이 ‘지역할당제’에 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었고 진행된 사안들에 관한 감사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시행 계획조차 없는 ‘지역할당제’에 관해 필요 이상의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또한 몇몇 의원들은 불충분한 트렌드성 사안들로 자료를 준비해 ‘서울대의 본질적이고 와이드한 접근’에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떼우기’식의 국감이 아니었나 하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서울대 폐교’ 발언에 대해 필요없는 지적을 하며 국감자리를 정치적으로 오용하려 드는 모습도 눈에 띄어 국감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