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선. 진보진영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혹자는 이회창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누군가는 진보정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권영길 혹은 노무현,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10월 11일 서울대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놓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패널은 유시민 개혁적국민정당 공보담당과 이재영 민주노동당 정책국장 두 사람이었다. 토론회 시작…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패널의 발제로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초반부의 이야기는 2002년 대선이 한국 사회에 가지는 의미, 그리고 각 당에 가지는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유시민:’87년 이후 비로소 헌법이 민주화된 뒤 노태우 정권 때 약1/3, ’97년 김대중 씨가 집권하면서 절반 내지 2/3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완전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혼미한 상황이다. 정통성없는 구정치세력이 정권을 잡을 경우 원치 않더라도 공안정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치가 완전히 개혁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미 청와대를 제외하고는 다 장악했다. 그러나 구 보수세력이 모든 정치를 다 장악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번 대선은 창당을 위한 계기로 삼고 ‘정당개혁’을 이루고자 한다. 이번 대선에 충실히 임해서 우리 당을 알리고 2004년 총선에서 영남의 한나라당 1당 지배와 호남의 민주당 1당 지배를 막아야 한다. 우리 당은 노무현 후보의 민주개혁 세력과 연대하겠다. 이재영: 신자유주의 국가 정책이 본격화된 이후에 치러지는 최초의 대선인 금년 대선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정당들은 자본의 힘을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퇴진하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대선이 올 때마다 (비판적 지지의) 유혹에 빠지지만, 비판적 지지보다는 제 갈길을 가야한다. 수십 년 민주투사로 활동했고 나름의 경제철학이 있었던 김대중 씨도 기성정당의 완고한 구조를 깰 수 없었는데, 노무현 씨가 이 벽을 어떻게 깰 수 있겠는가? 권영길 씨의 당선 가능성이 적은 것은 인정하지만, ’87년 대선의 교훈을 생각해봐야 한다. 2등, 3등한 양김이 나중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얼마나 지지를 받는가가 훗날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공안정국? 신자유주의? 2002대선의 의미에 대해서… 이:’이회창이 당선되면 공안정국이 온다’는 말은 한국사회의 시민 성숙도를 무시하는 표현이다. 그리고 만일 ‘공안’을 말한다면, 노조 위원장이 구속되고 서울대 학생회장이 제명되는 현 상황은 공안이 아닌가? 이회창이 되든 노무현이 되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의 배제 장치를 극복하는 것이 대선의 의미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노동자들은 정치에서 배제되어왔다. 또한 보수양당 구도를 타파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3자구도로의 진출을 위해 노력중이다. 유:공안정국이 온다는 표현은 군사독재가 도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이 세력들과 다시 싸우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해 말하자면, 신자유주의는 실체가 없다. 김대중 정권은 노동시장 유연화말고는 한 일이 없다. 그럼 97년 이전의 한국 자본주의는 이보다 나은 것인가? 나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선이 우리 당의 존폐를 결정짓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 당은 노무현에 비판적 지지가 아닌 무조건 지지를 보내며, 당의 역량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연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지가 아니라, 이것이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하기에 지지한다.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무슨 근거로 총선에 들어갈 것인가. 개혁적국민정당과 민주노동당의 성격은 어떻게 다른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각 당의 이념적·내용적 색깔 비교로 이어졌고, 좀더 깊이있는 비교를 위해 통일, 교육, 부유세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생각을 물었다. 유:개혁국민정당은 진보자유주의 정당이다. 우리 당의 강령은 미국·유럽의 자유주의 정당보다 급진적이고, 영국노동당과 비슷한 점이 많다. ‘제 3의 길’ 등을 참조하여, 전체적으로 자유주의 정당+현대적 좌파로 본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은 지나치게 전투적이고 좌파 엘리트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에 대중적 정당이 되기 어렵다. 이:우리나라는 부의 편중이 심하며, 부의 분배가 많이 필요하다. 외국의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옳은가로 따져야 한다. 오래된 공산당 강령이라고 틀렸고 요즘 유행하는 현대적 강령이라서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강령이 2차대전 이전의 구닥다리 강령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 강령도 국가사회주의 극복,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주장하고 있으며, 생태, 환경, 평화 등에 많은 강조점을 두고 있다. 유:문제는 경제적 기본질서에 대한 태도이다. 개혁국민당에서는 시장질서를 기본질서로 인정하고 있고 현대 정당들은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민노당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현대의 정당들이 모두 자본주의 질서를 용인한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 브라질 노동당 등은 시장의 모순을 극복하고 사회주의를 하겠다고 말한다. 경제적 기본질서에 대한 태도 차이…그러면 각종 현안에 대한 각 당의 생각은? 서울대 문제 유:학부를 폐지해야 한다. 서울대는 각 학교에서 교수의 집중 지도를 받아야 하는 전국 최고의 엘리트들을 한군데 모아놓음으로써 그들 대부분을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시킨다. 그리고 음·미대는 대학원도 없애야 한다. 국가가 꼭 해야되는 부분만 남기고 다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모든 학과가 다 다른 학교보다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문제다. 프랑스처럼 국공립대를 통폐합해야한다. 그리고 IVY리그는 인문사회계열, 서부지역 대학은 공학에서 강한 것처럼 특성화를 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이미 보통교육화되었기 때문에 보통교육으로서의 무상화 등이 더 중요한 문제다. 통일 문제 유:통일보다는 평화 정착이 우선이다. 우선 상호군축을 통한 군사적 화해 조처가 필요하다. 우리 당은 정치적 다원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질서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북측이 자기 체제를 포기하고 오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이:민주노동당은 ‘바른 통일’을 추구한다. 바른 통일이란 단순한 국토 통일이 아니라 통일을 목적으로 상호 이해와 협력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북한의 임금은 한국노동자와 스무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차이를 줄여가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다. 기타 패널별 질의와 방청객의 질의 시간에는 각 당이 처해있는 상황과 관련, 구체적인 전망과 계획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개혁적국민정당) 인터넷 정당으로서의 전망과 대선 이후의 계획을 말한다면? 유:당은 지금 스스로 진화중이다. 당 위원회에 지역 대표뿐만 아니라 동호회 대표도 참여하는 등으로 당의 조직구조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원래 지구당은 만들지 않으려 했으나 선거법 때문에 일단 지구 단위로 움직일 계획이다. 진화가 끝나는 시기는 2004년 총선 전까지고, 그 때까지는 지속적이고 탄력적인 당령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12월에 재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의석을 만들 계획이다. 대선이 끝났다고 당이 없어지지 않으며, 목표는 2004년 이후에 제1당이 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대중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이를 위한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민주노동당은 대중정당이다. 당원 3만명…어떤 의미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정당이다. 홈페이지 내용이 무섭다고 하는데 민주노동당이 과격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분노의 표현을 억제하지 않고있는 것이다. 민노당이 너무 노동자중심이라고 하는데…당원 중 80%가 노동자이고, 한국사회 자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좀 세련되고 유연하지 못한 점 때문에 빨리 크지 못하는 면은 있다. 그러나 상체만 커져서 민주당처럼 되기보다는 계급투표전략을 하면서 노동자 사회에 변화를 만들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혁적국민정당)노무현 후보와의 관계 설정 문제와 민주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하여… 유:민주당과의 연대는 노 후보의 희망사항이다. 조직구조와 운영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당을 만드는 데 있어 다른 어떤 단체와도 교섭하지 않을 것이며, 순수하게 개인의 실존적 결단에 의해 가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민주노동당)진보진영에서의 단일 후보 선출 논의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앞으로의 계획은? 이:운동권내부 얘긴데…사회당과도 논의중이다. 한국노총이나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농민단체와 함께 할 용의가 있지만 아직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문을 열고 기다리는 중이다. 상대 당과 후보에 대한 평가 유:민주노동당의 끈질김과 의지를 존경지만, 나는 ‘의미는 있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당보다 ‘의미도 있고 성공하는’ 당을 하고싶다. 나는 누구나 부담없이 돌아보고 가입하여 즐겁게 놀 수 있고 필요할 때 함께 행동하는, 무섭지 않고 부담없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 권영길 후보의 삶의 깊이에 존경을 표하지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인간적 매력이 아쉽다. 이:노무현 후보를 87년에 처음 봤었다. 노동자 파업 때 결국 판이 깨진다고 먼저 올라간 것을 보고 실망했다. 개혁적국민정당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한다. 말이 통하는 보수정당이라고 본다. 지금 보면 민주당이 해체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개혁적국민정당이 잘 하고 있는 것이라 본다. 정리발언… 이: 대선후보가 5, 6명 되는데 그 공약들이 황당하다. 자민련도 18개월 군복무를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씨의 7%경제성장론과 허경영씨의 5천만원 공약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민주노동당은 공약을 생각없이 내놓지 않는 유일한 정당이다. 지금 전라도 분들의 심기는 ‘당선 가능성이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제는 당선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당선되어야 하는 사람을 찍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유:지금 지금 대한민국의 극우세력이 워낙 강해서 대통령후보 누구도 예비군 폐지 공약을 못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극우파들의 말도 안되는 헤게모니를 깨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무현 후보가 이에 적합하며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나는 계급적 한계 때문인지 노동자의 권리 주장보다는 말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 이것을 막고 있는 극우세력과의 싸움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개혁세력을 모으고 노무현을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