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출신 신입생들의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고, 학생들의 면학을 위한 편의 제공과 공동생활을 통한 인격도야를 목표로 1975년에 설립된 교육지원시설” 기숙사는 대표적인 학교의 부속 시설로서 지방 학생들의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기숙사의 설립 목적에서는 이를 다소 어렵게 표현했지만, 지극히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숙사는 오히려 사생들에게 생활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나올 정도이다. 기숙사, 10점 만점에 5점 기숙사에 대해서 사생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사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숙사에 대한 사생의 평가는 ‘불만족’이었다. 기숙사의 구조, 편의시설, 체육시설 등에서 10점 만점에 5점 내외의 점수를 주었다. 식당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으며 편의시설, 거주시설, 체육시설의 순이었다. 체육 시설을 제외하고는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불만족 정도가 심했으며, 구관보다는 신관이, 신입생보다는 1년이상 거주자들이 전 분야에 대해 불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신관보다 구관, 남학생 동보다는 여학생 동이 낫다는 속설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숙사에 오래 살수록 만족도가 낮은 것에서 기숙사의 문제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는, 기숙사에 의견 개진을 했을 때, 반영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 것과도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설문 결과다. 하지만, 이렇게 기숙사에 불만족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내년에도 기숙사에 남고 싶다고 답해, 기숙사 거주 이유에 경제적인 문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오래된 기숙사 이렇게 만족도가 낮은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설노후다. 관악사는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겨온 해인 1975년에 개사하였다. 이 때 지은 건물이 구관이며, 신관은 82년도에 지어졌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들이라 그동안 꾸준히 고쳐왔다고 해도 노후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건물 안전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지어졌던 건물에서 사는 불편함은 상당하다. 건물 설계가 구식인데다 방이 좁아서 컴퓨터나 책을 놓기 힘들 정도이며, 온수관에서는 녹물이 많이 나오는데, 한참을 틀어놓아도 마찬가지다. 난방관 또한 열효율이 낮아서 많은 손실이 있다. 게다가 처음 지을 때부터 설계 잘못 등으로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로 사생들이 힘든 생활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사생들로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히는 것 역시 더위와 추위 문제이다. 한 사생이 ‘여름에 기숙사에 한 번 살아보면,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사생을 배려하지 않는 본부와 행정실 입퇴사와 공사와 같이 사생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에서 사생은 배제되기 일쑤다. 2년전에는 신입생 글로벌씨티즌(GC)교육 때문에 사생들이 2월 초에 퇴사해야 했으나 그 결정 과정에서 사생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현재 신축중인 대학원 기숙사 역시 사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바 있다. 사생들은 공사가 시작한 뒤 한참 후에야 이것이 무슨 공사인지를 알게 되었고, 공사장의 소음 등으로 지금도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생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가 이렇게 독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서울대 본부와 기숙사 행정실 사이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기숙사 행정실은 기숙사의 기본적 행정만을 담당하며, 동계 개사나 건물 신축의 경우에는 본부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받을 뿐이다. 이 때,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지만, 본부는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는 ‘독자적 권한이 부족하여, 본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체육시설 부족, 식당은 만족 기숙사에서는 마땅히 운동할 만한 공간이 없다. 운동장, 탁구장 외에는 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나마 있는 운동장도 학교 전체적으로 수요가 많아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운동장 예약을 위해서는 몇시간씩 기다려야 할 정도. 체력단련실이 있긴 하나, 시설이 그리 좋지 못해서 사생들의 이용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신관 운동장 자리에는 대학원 기숙사 신축이 한창이다. 식당에 대해서는 사생들이 대체로 만족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의 자체 만족도 조사에서도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다른 학교 식당과 달리 식당 게시판이 활발히 운영되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용시간이나 메뉴 구성에서 개인차에 따른 호오가 없지 않다. 또한 가격이 다른 학교 기숙사 식당에 비해 비싸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가격이 싼 학교들이 대부분 강제매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비교하기는 불가능하다. 사생들간의 유대감 약화 기숙사 자치회의 수익 사업이긴 했지만, 한 때 ‘서울대 기숙사’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사생들간에 이야기꺼리가 많았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같지 못하다. 옆방 사생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개별 랜이 설치되어 소위 ‘폐인’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축구대회나 스타크래프트 대회 정도 외에는 사생간의 교류가 별로 없는 실정이며, 오히려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소음 문제로 대립하거나 공용 냉장고에서 다른 사람의 음식을 훔쳐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입구에 CCTV까지 설치했음에도 도난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어 불신감이 심화되고 있다. 한 학우는 ‘도난 사고가 빈발해서 동료 사생을 믿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가 갈수록 낮은 참여도를 보여왔던 기숙사 축제가 올해는 자치회가 구성되지 못한 관계로 그마저도 열리지 못했다. 매 학기 1만원씩 내도록 되어있는 자치회비는 자치회에서 관리하다가 올해부터 동 대표에게 그 관리 권한이 넘어갔는데, 대체로 공동 비품을 구비하는데 사용되지만, 독자적인 사용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기숙사 자치회가 조직되지 못함으로써 사생을 이익을 대변해 줄 대표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25동 동대표 이소영(디자인02)씨는 ‘사생들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함께 의견을 모으는 경우가 별로 없다’면서 사생들이 좀 더 공동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랬다. 외국인, 장애 학생에게는 더 높은 문턱 열악한 기숙사 시설은 외국인 학생이나 장애 학생에게는 더 큰 불편으로 다가오고 있다. 외국인 학생의 경우 별도로 우선 선발하고 있으며,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외국인의 경우 문화와 언어 차이로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 경사로와 자동문을 설치하고 1층에 방을 배치하고 있지만, 방 구조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가 없다. 행동을 보조해 줄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 필요한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규정상 가족 생활동에 입사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나 그나마 지금은 가능해졌다. 그리고 시설 설계에 장애인의 배제한 채 일반인의 관점에서 편의 시설을 설치하여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인터뷰 참조). 기숙사에서의 삶의 질 향상되어야 하지만 기숙사에 대해 불만이 많음에도 상당수의 사생들은 계속해서 기숙사에 남고 싶어했다. 그만큼 기숙사는 경제적으로 이점이 있으며, 학교와 가깝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제 기숙사는 값싼 숙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지방학생들에게 진정 힘이 되는 생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숙사의 설립 목적처럼 학생들이 생활 환경의 변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고, 불편없이 학교 생활에 정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