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수도권 몇 개 도시를 제외한 지방도시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기숙사에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된다. 교내의 위치하고 있다는 이점 외에도 자취와 하숙에 비해 훨씬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사실은 소위 지방학생들로 하여금 ‘기숙사 입사’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한다. 또 신입생이라면 기숙사에서 ‘대학 생활의 낭만(?)’을 경험해보고 싶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두 배수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게 된다. 그러나 관악사에 무사히 입성하는 일은 어쩌면 상당히 어렵다. 일반적으로 기숙사에 계속 남게 되는 사람은 억세게(?) 운이 좋거나 성적이 매우 좋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운이 좋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현재 관악사 사생 수는 약 2,700여명으로 집계된다. 그 중 학부생은 1846명(남학생 1340명, 여학생 506명)이고, 대학원생은 677명(남학생 423명, 여학생 154명)이다. 관악사는 관리동 1개동, 후생동 2개동, 사생동 14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학생이 8개, 여학생이 3개, 대학원생이 3개 동에서 살고 있다. 한 동당 약 170여명의 사생을 수용하고 있다. 2002년 지원자 수는 학부생의 경우 남자 2630여명(대기자 1284명), 여자 1240여명(대기자 735명)으로 파악되었다. 남학생의 경우 지원자의 절반 정도, 여학생의 경우 절반 이상이 탈락하고 있다. 지원자 수에 비해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생동을 더 많이 짓는 방법, 그리고 현재 건물을 재건축하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학원 기숙사는 BK21의 지원을 받아 신축되고 있지만 학부생 기숙사의 경우 보수 및 재건축 비용이 미확보되어 있는 상태이다. 또한 많은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관악 캠퍼스 내 건축 공간이 없다는 점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신축도 불가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앞으로 관악사에는 수용될 수 있는 인원은 계속 2,700명 정도로 제한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관악사는 한정된 인원으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학생에게 입사의 우선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정된 인원…필요에 의한 우선권 부여되어야 사생 선발은 관악사 고유의 권한으로 재학생 선발 이후에 매년 초 신입생을 선발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지방 학생으로(단 부천, 광명, 안양, 시흥, 과천, 성남, 군포, 안산, 의왕시는 서울지역으로 간주됨), 전염성 질환 환자 및 보균자가 아니어야 한다. 재학생의 경우에는 1학기 학점이 2.7 이상이라는 지원자격이 더해진다. 그리고 지체부자유자, 국가유공자자녀, 생활보호대상자, 해외파견 공무원 자녀, 외국인 및 해외 교포 등이 우선적으로 선발된다. 특히 지체부자유자의 경우에는 서울지역에 거주하더라도 사생으로 선발될 수 있다고 한다. 신입생의 경우 소위 ‘뺑뺑이’라 할 수 있는 무작위 추첨 방식에 의해 선발되는 한편 재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우선 관악사 행정실에서 각 단대 학생 수별로 인원을 배분한 다음 단대 행정실에서 과나 학부별로 인원을 다시 나누게 된다. 과나 학부차원에서 기준을 세워 선별한 다음 단대에서 총화를 거쳐 관악사 행정실로 통보한다. 법학부 행정실의 한 관계자는 “학점 순서대로 우선권을 주기보다 학생카드를 중심으로 부모의 재산정도와 증빙서류를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7이상’이라는 기준만 갖추면 성적은 고려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인문대의 경우 법학부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학점 취득이 인정되므로 가정 형편을 고려하여 지원자별로 순번을 매겨 앞 번호를 부여받은 학생부터 먼저 입사시키고 있다. 그밖에 공대 한 학부 관계자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별로 없다”고 말하며 보통 학점 순으로 기숙사를 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학생 선발의 경우 대체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7이상’이라는 기준이 충족되는 한 가정형편이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입생은 ‘뺑뺑이’…재학생은 2.7이상 선발 규정에는 생활보호대상자이외에 가정형편을 고려할 수 있는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신입생의 경우 가정형편이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해영 관악사 행정실장은 “생활보호대상자는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으며 학부모, 고등학교 교사의 편지 등을 통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신입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활보호대상자이외의 학생은 경제적 사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식적인 루트가 없는 실정이다. 재학생의 경우 과, 학부별 차원에서 지도교수 면담, 학생카드 등을 통해 학생의 가정형편이 어느 정도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점 2.7이상’이라는 지원 자격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2.7이상’이라는 기준에 대해 최해영(관악사 행정실장) 씨는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평균적인 수치인 2.7이라는 학점을 취득하는 것은 기본이다”라고 말하며 기숙사 면학 분위기 조성 등의 이유로 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대조적으로 작년 총학생회 선거에서 성적 기준을 낮추고 경제적 여건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정책이 등장했다. 그리고 총학생회측은 올해 초 ‘학점 기준을 졸업요건인 2.0으로 낮추고 가정 형편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악사에 전달했다. 경제학부 3학년 이 모씨는 “가정형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어느 정도의 학점 기준은 필요하다”고 말하며 2.0정도로 낮추어도 별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에 비해 사생동 대표를 맞고 있는 이 모씨는 “2.7이 별로 높은 학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기숙사도 장학금처럼 하나의 특혜로 보았을 때 2.7이라는 학점 기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2.7 이상이라는 조건을 둘러싸고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학업성취도와 가정형편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반드시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학생에게는 2.7이라는 기준이 오히려 기숙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넘어야 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학점 2.7이 높다, 낮다의 논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기숙사에 우선적으로 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공식적 루트의 마련이 필요 Need Base에 의한 사생 선발에 있어서 반드시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몇몇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지인들을 통해 사생으로 선발되는 비공식적 루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종 발표 후 대기자 명단에서 순서를 앞으로 보내거나, 과사무실에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부탁하는 경우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신입생 때 친척을 통해 학교측에 부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선발에서 제외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 현재 신입생 선발에서 ‘무작위 추첨’이라는 말은 의미를 잃게 된다. 기숙사 측에서는 사생 선발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예외 없는 법은 없다’는 말처럼 사생 선발에서도 예외(?)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자취나 하숙에 비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 한 달 평균 20~30만원 정도 생활비가 덜 든다. 정확하게 딱 잘라서 이야기 할 수 없겠지만 대부분 월세나 하숙비로 들어가는 비용이 절약된다고 할 수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방학생에겐 2, 30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관악사가 저렴한 주거 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선발과정에서 경제적 여건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당연히 취득해야할 2.7’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만의 특혜가 되어버린 기숙사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덧붙여 사생 선발 과정에서 비공식적 루트는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Need Base의한 선발’ 그 자체를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