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조합원에서 살림이까지

난 생협 조합원이다.어느 날이었다.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생협 학생위원장 홍상욱 씨(경제4)를 만났다.”형, 안녕하세요” “응, 잠시만 따라와 봐.” 끌려갔다.도서관 앞이었다.앉아 있던 다른 생협 학생위원을 만났다.”안녕하세요, 조합원 가입하러 오셨어요?” “네.저기 ‘살림, 어울림’이란 걸 개장한다고 들었는데요.

난 생협 조합원이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생협 학생위원장 홍상욱 씨(경제4)를 만났다. “형, 안녕하세요” “응, 잠시만 따라와 봐.” 끌려갔다. 도서관 앞이었다. 앉아 있던 다른 생협 학생위원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조합원 가입하러 오셨어요?” “네? 저기 ‘살림, 어울림’이란 걸 개장한다고 들었는데요. 그곳에서 일일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을까 해서 왔는데요?” “일단 조합원 가입부터 하고…” “네…” “여기 앉으셔서 이것 좀 써주세요.” “이거 강제 아니죠? 조합원 가입은 자발적인 본인의 의사가 있어야 하거든요.” “강제 아닌데…” 열심히 나의 개인 정보를 적어주었다. “생협이 무얼 하는 곳인지 아세요?” “아뇨,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세요? 그럼 제가 설명해 드릴께요. 생협은 생활협동조합의 줄임말이예요. 기존의 생활복지조합은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생협으로의 전환을 준비하였고, 오는 4월에 생협이 출범하게 되죠. 생협은 출자자, 운영자, 이용자가 하나가 되어 우리가 생활하는 대학공간을 보다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공동체로 가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1구좌 개설할꺼죠? 1구좌에 1만원이구요. 1구좌를 개설하든지 100구좌를 개설하든지 1인 1표의 권리로서 동등하게 운영에 참여하게 되며 내셨던 돈은 물론 나중에 탈퇴나 졸업하실 때 돌려드립니다.” 돈 1만원을 주었다. “생협 조합원이 되신 걸 축하합니다.” 1만원 다시 돌려준다는 사실도 모르고, 생협 조합원 가입하라고 할 때마다 피해 다녔던 게 후회가 되는 시간이었다. 조합원 가입이 다 끝난 줄 알았더니 날짜를 가르쳐주면서 생협 학생위원회실로 오란다. “저기 바쁜데…” “안 되요. 20분이면 되니까 반드시 조합원 교육을 받아야 해요. 꼭 오셔야 해요.” 조합원 교육 7동에 있는 생협 학생위원회실로 찾아갔다. “어, 일찍 오셨네요, 여기 앉아 계세요. 다른 신입 조합원들도 오면 그때 시작하죠.” 학생위원들이 매우 분주해 보인다. 20분이면 교육이 끝난다는 것이 20분 기다려서 시작했다. 역시 ‘관악 타임’이었다. 식순까지 적으면서 거창하게 시작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렇게 모이게 한 이유는요, ‘생협이 무엇이며, 조합원으로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였어요, 더불어 조합원끼리의 친목도 다질 겸해서요.” 조합원 교육용으로 만든 플래쉬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을 해준다. “생협은요. 학교 3주체인 학생, 직원, 교수가 동등한 주체로서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대학의 후생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조직입니다. 조합원은 정기 총회를 통해 사업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마일리지제도 등을 통한 다양한 경제적 혜택도 누리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아무리 외쳐도 본부는 학생들을 대화의 상대로도 생각지 않는데, 생협은 학생과 직원이 처음부터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제 모든 교육이 끝나고 조합원이 되었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란다. “조합원은 총회에 참석하는게 의무예요. 조합원 스스로의 권리이게 때문이죠.” 조합원이 단지 돈 몇 구좌 출자하고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생협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였던 것 같다. 살림 어울림 드디어 개장 살림 어울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을 ‘살림이’라고 부른다. 3월 27일 첫 개장날 일일 살림이가 되어보기로 했다. 도서관 가방보관소 한쪽 귀퉁이 마련된 살림 어울림 녹색가게에 찾아갔더니, 살림이들이 개장 전 막바지 준비를 하느라 모두 바쁜 모습이다. 아직 붙이지 못했던 라벨을 붙이고, 가격을 책정하고, 선반을 정리한다. 여기 있는 물건들은 미리 1주전에 도서관 앞에서 가판을 열어 접수를 받았던 물건들이라고 한다. 개장 전인데도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번씩 들어와 물건들을 훑어보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니 사업이 성공할 것 같다. 12시가 되어 떡과 이기타 씨의 기타에 맞추어 개장식을 치루었다. 매 학기초마다 해 왔던 벼룩시장을 1년 넘은 준비 끝에 ‘상설’ 녹색가게 살림 어울림으로 재 탄생시킨 것이다.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온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가득 차 밖에서 더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할 정도이다. 공간이 너무 좁으니 물건들을 밖에 내놓으면 안되냐고 하니 처음에 도서관과 계약을 맺을 때 문 밖에 어떠한 물건을 내놓아서도 안되고, 큰소리로 홍보를 해서도 안 된다는 규정을 두었단다. 도서관과의 싸움에서 겨우 얻어낸 공간이기에 비교적 좁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하였다. 또한 도서관과의 계약 역시 1년 단위로 하기 때문에 올 한해 흥행하지 못한다면 다시 공간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공간을 늘이고, 운영도 안정적으로 하면서 학교의 확실한 인정을 받으려면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들어온 물건들은 위탁판매 형식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고, 기증을 받은 물건도 있다. 위탁판매의 경우 20%의 수수료를 떼어 대신 판매해 주며, 대체로 정가의 50%이하를 책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물건을 팔렸을 경우 직접 판매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알려주며, 1달이 넘도록 팔리지 않을 경우 가격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기증의 경우에는 가격이 무료로 매겨지는 경우가 있고, 아주 작은 가격이 책정되어 살림 어울림의 수익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있다. 기증 물품의 경우 그 물건을 가져 갈 때에는 기증자에게 감사카드를 쓰도록 되어있는데, 이는 최대한 물건이 그것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에게 넘어 갈 수 있도록 하고, 기증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시행하였다고 한다. 현재 살림 어울림 보드에 가득한 감사카드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오고가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살림이 급료 시급 3500원 보통 학내 행사를 준비할 경우 무료로 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서울대 저널의 기자들 포함)이지만, 생협에서 운영하고, 상설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간당 3500원의 급료를 주게 된다. 급료를 받는 만큼 책임감있게 운영하기 위함이다. 또한 내부규정을 두어 살림이들은 물건이 들어온 다음날부터 그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여, 먼저 좋은 물건을 사가는 것을 방지해 두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살림이들이 다음날 꼭 사야지 했던 물건들이 소비자들에게 팔려 나갈 때마다 울상을 짖기도 하였다. 책들 중에는 도서관에서 기증한 책들이 많았는데 거의 대부분이 고시서적이었다. 도서관근처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잘 팔릴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몇몇 고시생들이 얘기하기를 “고시서적은 언제 출판되었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책들은 거의 팔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여 도서관이 살림 어울림에 책 처리를 맡겨버린 셈이었다. 뒷이야기 기사를 쓸 때쯤 하여 본 기자는 한 번 더 살림 어울림을 찾아가 보았다. 역시나 손님이 대폭 줄어있었다. 처음 개장한 며칠동안은 사람들이 북적북적하고, 물건도 많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차츰 오는 사람들도 적어지고, 괜찮은 물건은 미리 나가버리고, 물건은 적게 들어오고, 잘 팔리지 않던 것들만 많이 남았다고 한다. 아직도 홍보가 많이 부족한 상황인 것 같아 홍보 이벤트를 준비중이며, 그린컵 사업 등의 기존의 사업과 함께 대책을 모색중이라고 한다. 살림 어울림의 일일 살림이 역은 고달펐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많은 관심과 함께 잘 운영되었으면 한다. 집에 가서 내놓을 물건 없나 살펴봐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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