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위한 변명

“미안한 말이지만 과거 검찰은 권력의 지배를 받고 권력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이 정권은 절대로 지연과 학연을 따지지 않고 여러분에게 권력을 위해 일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여러분에게 처음으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기회가 올 것입니다.”-김대중 대통령 취임 초 검찰 업무보고에서.10월 동안 계속되었던 이전투구의 폭로전 속에서 검찰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얻기는커녕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과거 검찰은 권력의 지배를 받고 권력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이 정권은 절대로 지연과 학연을 따지지 않고 여러분에게 권력을 위해 일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처음으로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기회가 올 것입니다.”-김대중 대통령 취임 초 검찰 업무보고에서. 10월 동안 계속되었던 이전투구의 폭로전 속에서 검찰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얻기는커녕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다. 가장 깨끗해야할 검찰이 부패했다는 사실에 이 땅을 떠나고 싶어하는 국민들은 더 늘어날 것 같다. 1%의 정치적 사건하지만 모든 검사들을 소신 없는 권력의 하수인이라고 매도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은 아닌지. 모든 비난의 화살이 검찰 전체로 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맘이 든다.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은 항명파동 때 “검찰 문제의 본질은 99% 잘하고도 1%에 불과한 정치적 사건을 잘못 처리해 온 것에 있다”라고 언급했었다. 1%의 정치 사건을 맡는 것은 요직에 위치한 검찰 수뇌부를 일컫는 것일테고, 다시 말하자면 소수의 정치 검사들이 검찰 전체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비판의 대상을 검찰 전체가 아닌 일부 정치검사, 부적절한 검사로 제한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 아닐까 생각한다.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비난은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검사들의 좌절감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들이 사명감을 잃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서민들에게 안겨질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더불어 검찰 조직 내부에서 희망의 여지를 남겨보고자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섞여 있다. 한편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검찰 문제에 있어서 정치권과 언론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를 빌미로 강도 높게 검찰을 비판하고 있고 민주당내에서도 민심을 고려한 검찰 흔들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지금의 정치권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특히 검찰을 ‘권력의 시녀’라고 칭하는 야당은 과거 오랫동안 정치권력을 누려온 사람들이며 오히려 검찰과는 더한 인연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 정권을 비롯해 어느 정권도 검찰 없는 정치를 실현해 보이지 못했다. 언론은 어떠한가? 의혹 부풀리기에 부화뇌동했음은 물론이고 본말이 전도된 무책임한 기사로 검찰 문제의 본질을 흐려놓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단적인 예로, 과거 옷 로비 사건 당시 여인네들의 세세한 치부 들춰내기에 더 혈안이 되었었고, 요직에 오른 검사를 놓고 ‘폭탄주 주량이 얼마나 되고, 성격은 얼마나 호방하며, 인맥은 두루 넓은지’ 등의 쓸데없는 잣대로 평가를 하지 않았던가. 검찰이 바로 서지 못하고 있는 책임은 정치권과 언론에도 있음을 우선 확인해두고 싶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이번 이용호 게이트 사건을 놓고 사건 초기에 미적미적한 태도를 보이다가 결국 검찰총장의 동생이 사건에 연루되자 다급하게 뛰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검찰의 문제가 결국 검찰 스스로가 자초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의혹이 더해가자 법무장관이 비장한 어휘를 사용해가며 검찰 개혁방안을 읽어가는 장면은 과거에도 여러 번 보았던 모습이었으며 매번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해온 개혁방안도 유심히 살펴보면 과거의 그것들이다. ‘검찰 인사위원회 심의 기구로 승격’, ‘상명하복의 규정에 항변권 신설’, ‘특별수사 검찰청 설치’ 등의 개혁안 대부분이 정권 초기 사법개혁 추진위원회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베낀 수준이다. 게다가 대책으로 강구했던 특별감찰 본부의 실체는 허수아비로 보여진다. 조사 대상자와 조사 책임자가 동료로서 정리에 얽혀있는 사이이니 그 수사란 것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이것이 기회를 다시 한 번 달라는 검찰의 변명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이유이다. 검찰은 명예를 먹고 산다많은 검사들이 우리는 명예를 먹고 산다고 했으나 모든 검사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닌 듯 싶다. 얼마전 한나라당이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을 보면서 권력을 먹고 사는 검사들도 분명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정부 들어와 깡패들, 정치인들이 다 연결이 돼가지고 말이야…. 정치권이 끝까지 노하면 검사장 못되는거야.” 이 녹취록에는 소위 정치 검사의 존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검찰과 권력의 공생관계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그 중심에 있음을 보게된다.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들을 지휘하는 권한이 법적으로 부여되어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 한 사람이고 따라서 검찰에 대한 이미지를 판가름 짓는 것도 이 자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검찰총장은 있어도 법률상 보장된 권한을 온몸으로 지켜내겠다는 검찰총장은 한 명도 없었다. 검찰총장 역시 밑으로 자기 사람을 심어 놓고 충성하게 만들면서 연쇄적으로 권력에 굴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문민정부 시절 12.12 사건과 5.18사건을 놓고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음을 주장했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태도를 바꿨던 검찰의 줏대없음을 아직도 기억한다. 인사가 만사다김영삼 대통령의 명언(?)중에 ‘인사가 만사다’ 라는 말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그 말이 무색하게 문민정부 검찰 인사는 대통령의 고향을 중심으로 한 부산 경남지역으로 집중되었었다. 마찬가지로 그 이전의 정권에는 대구 경북지역과 특정고교 출신들이 그 핵심에 있었고 국민의 정부의 검찰 역시 대부분의 요직은 호남 지역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즉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보직을 특정 지역 출신이 휩쓸어버리는 현실에서 그 어떤 개혁방안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 개혁은 인사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검찰의 특성상 수뇌부의 인사는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이뤄지며, 인사이동시 많은 검사들에게 온갖 꼬리표가 따라다닌다고 알려져 있다. 비록 돈이 오가지 않는다고 한들, 능력 위주의 승진과 발탁이라는 인사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사청문회와 상설 특별검사제, 상명하복제도의 폐지 등의 개혁 방안은 검찰의 명예와 사명감을 지킬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었음에도 정치 논리와 검찰 수뇌부의 오만함으로 여태껏 제자리에 있는 상태다. 검사는 아무나 하나검사에게도 의사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윤리 강령이 있는 것으로 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4조-검사는 공.사생활에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고… 8조-검사는 취급중인 사건의 관계인과 특별한 관계로 인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때에는 그 사건을 회피한다” 등이다. 검사에게 엄격한 도덕성과 고도의 청렴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검사, 판사라는 자리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위치인지라 그들의 욕구는 공정함과 정의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 정화되어야 한다. 누군가 ‘검사는 성직자와 같이 고고한 자세가 필요하며 처자와 가족은 숨을 죽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만큼 인간적인 처신이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사는 명석한 두뇌만으로는 제 소임을 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교수의 글에서 발췌한 다음의 글은 현재의 검사 혹은 검사가 되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새길만한 뼈아픈 소리가 될 듯 싶다. “정치권력의 전횡에 휘둘리고 상명하복이라는 가장 야만적인 조직 원리를 충실하게 답습하고 형사사법권이라는 권력을 자신의 개인적 자부심에 이식하고 전권예우와 같은 금력에 맛들여 왔던 그 검찰의 과거와 현재를 떠올린다면 우리의 검찰이 한국 제일의 엘리트라는 말은 형용모순이다. 엘리트라면 그 본질상 도저히 이런 관행에 길들여지지 않아야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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