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개발과 캠퍼스 난개발의 함수 관계?

Think Radically, Act Locally녹두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도로 한 가운데에 흐르는 자그마한 도시형 소하천을 알고 있을 것이다.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돈 없는 대학생들은 소주 두어 병을 사들고 도림천 가에서 술자리를 가졌다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내려오는 800m가량이 복개되어 하천은 말라버리고 밤이면 버스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Think Radically, Act Locally

녹두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도로 한 가운데에 흐르는 자그마한 도시형 소하천을 알고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돈 없는 대학생들은 소주 두어 병을 사들고 도림천 가에서 술자리를 가졌다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내려오는 800m가량이 복개되어 하천은 말라버리고 밤이면 버스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96년 관악구에서는 늘어나는 차량에 대한 교통 대책을 수립하고 주차 공간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상류부분을 부분 복개했다. 지역 주민들, 서울대학생들 등이 시민연대를 꾸리고 반대운동을 펼친 결과 그나마 애초 계획을 수정하여 구간별로 부분 복개를 하고 2차선 도로는 4차선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교통 사정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신림 4거리와 봉천 4거리는 출퇴근 시간이면 밀려드는 차량에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주민모임의 주도로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도림천 친수 공간 조성 사업’의 기본 계획을 세우고 설계를 하고 있으나 늘어나는 교통량과 관악구의 지속적인 개발 압력으로 앞으로도 도림천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신림 4거리까지의 남은 구간에 대한 복개 계획도 아직 완전히 처리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시에서는 또 교통량과 관련, 강남의 생태축인 안양천, 관악산, 우면산, 청계산 등지를 따라 자가용 전용 도로를 건설하는 ‘강남 순환 도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순환 도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강남지역의 생태계가 크게 파괴될 것이며, 몇몇 지역에서는 아파트 12층 높이로 고가도로가 지나가게 되는 등 주민들의 환경권과 주거권이 침해받을 것이다. 늘어나는 교통량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도로의 증가는 차량의 증가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으며 대중교통을 사용하도록 유도하여 교통량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자가용 전용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현재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서울대 정문 앞에는 관악 인터체인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측에서는 대학 인근의 교통 불편 등을 지적하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도로 건설 계획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본부가 노선 조정을 위해 합의를 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에는 서울대 하나의 이익을 위해 전체 시민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획의 추진에 힘을 실어주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본부는 좀더 근본적으로, 계획의 문제점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10월 말부터 관악구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조금씩 강남 도시 순환 고속도로에 대한 반대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도림천 복개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 모임’의 제안으로 관악구 사회 단체들, 서울대 환경 동아리들, 총학생회 등이 함께 하고 있다. 10월 말경 공동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민원을 접수했으며 지역 선전 작업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에는 녹색연합과 도시연대 등과 함께 하는 강남 순환 도시 고속도로 반대 집회가 서울 시청 앞에서 열렸으며 공사가 생각보다 무리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 하에 11월부터는 보다 적극적인 저항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학교로 들어와,‘서울대’를 다시 되돌아본다. 대학 건물을 짓기 위해 관악산을 무분별하게 파헤치고 새로운 건물을 만들고 있는 서울대의 모습과, 순환도로 건설 사업을 반대하는 서울대의 모습. 얼핏 달라보이지만 그 공통점은 지역사회를 생각하지 않는 대학의 자기중심적 태도이다. 관악구는 서울대가 이전해 오기 전까지 대부분이 논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서울대는 지역발전을 가져다 준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커질대로 커진 서울대는 지역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301동이라는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고, 지금도 각종 연구소와 미술관 등이 꾸준히 지어지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다. 현재 관악구에서는 서울대의 건물 증축 등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가 뚜렷하게 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역 주민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자신이 살고 있는 대학 안에서의 공간 활용 문제에 있어 소외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2학기 들어 자치권을 위협하는 몇 가지의 테러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멀티미디어 강의동을 짓기 위한 공대 간이식당 철거 작업이다. 식당과 같은 건물은 학생들의 생활에 연관되는 가장 직접적인 건물임에도 본부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해 왔고, 이에 학생들은 대체 시설 건립 등을 요구하며 반대 운동을 펼쳤다. 건물이 하나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학생 수는 줄어간다는데 건물은 왜 늘기만 하는 것인가, 그리고 대학의 기능이 무엇인지 고려하지 않은 채 그때 그때의 필요에 의해, 그것도 학생은 완전히 배제된 채 건물이 지어지고 사라지는가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대학 본부에는 전체적인 캠퍼스 개발 계획을 다루는 부서가 없으며, 대학의 여러 주체들, 그리고 지역 사회 주민들이 한데 모여서 대학 개발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는 더군다나 없다. 대학과 지역의 관계, 연계 맺음에 대해서는 90년대 중반 자치와 지역 연대를 주제로 한 여러 모임들의 목소리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으므로 더 이상 이 자리에서 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Act Locally”라는 말의 의미가 지역 속의 대학생들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해, 그리고 대학 내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겠다. 마악 선거로 접어드는 이 시기, 지역 운동과 자치권 운동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을 수 있는 구체적인 소재라면 이런 곳에서 찾아보자. 공간과 환경의 문제를 전면에 끌어내려면 학생들의 자치권 문제와 지역사회로 열린 시각이 진정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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