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의 삶

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통화 때마다 ‘너 괜찮냐.살만하니.안 무서워?’ 라는 걱정 어린 질문을 받아야 하는 뉴욕에 온 지 8개월 째인 어학 연수 학생이다.사실 그들의 그러한 걱정에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근래의 뉴욕은 세계에서 최고로 위험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가족들이나 친구들과의 통화 때마다 ‘너 괜찮냐? 살만하니? 안 무서워?’ 라는 걱정 어린 질문을 받아야 하는 뉴욕에 온 지 8개월 째인 어학 연수 학생이다. 사실 그들의 그러한 걱정에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근래의 뉴욕은 세계에서 최고로 위험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 조차 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항상 주위에 도사리고 있다는 공포와 더불어 자기 이름으로 보내진 우편물에 조차 탄저균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손도 함부로 댈 수 없어 마이크로 웨이브에서 소독 한 후 개봉을 해야 안심할 수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어느 때 부터인가 뉴욕에서는 한 루머가 떠 돌았다. 굉장히 애매한 주어인 누구의 누군가의 이슬람 남자 친구가 9월 중순에 뉴욕의 높은 장소에는 올라가지 말 것과 10월 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장소에는 가지 말라는 편지를 뉴욕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그 편지가 언제 보내졌는지 혹은 그 편지를 받았다는 여자 친구가 정확히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그저 떠도는 소문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미리 예언했다는 신뢰감과 또 다른 테러를 암시했다는 부분은 이미 겁에 잔뜩 질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햇다. 어쩌면 모두들 마음 속에서 몰래 의심하고 있던 부분이 루머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떠 돌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루머는 루머로서 끝이 났고 모두들 디데이라고 입을 모아 예견했던 10월 31일의 할로윈 데이도 아무일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 물론 미국의 하나의 큰 축제라고도 할 수 있는 할로윈 데이의 퍼레이드도 사람들의 소극적인 참여로 유례 없는 초라하고 한산한 퍼레이드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뉴욕 시민들의 직장이나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향하려는 경향은 지속되고 있으며, 되도록이면 번화가에 머물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맨하탄의 거리를 가을의 스산함과 함게 더욱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사건 이후 뉴욕시 전체에 불어 닥친 꽁꽁 얼어 붙은 소비생활로 인해 뉴욕에 잇는 한인들 역시 힘든 생활을 하긴 마찬가지이다 .뉴욕에 거주하는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자영업을 하고 있고 특히 수퍼마켓이나 네일가게 세탁소 혹은 한국 음식점등지에 주로 그들의 경제적 기반을 두고 잇어 뉴욕의 현재 경제 리듬과 그들의 비지니스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 뉴욕에 와서 한인타운을 보고 보통 놀란게 아니다. 맨하탄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잇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바로 밑에 자리잡은 작지만 너무나도 확고한 한국인만의 장소라는 느낌이 감동스러울수록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비록 한인 타운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도 와서 한국의 음식점이나 노래방 게임방 등을 이용하는 모습들이 도착한 지 얼마 안된 나에게 신기하기만 했던 것이다. 뉴욕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 자영업자들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노동비가 저렴한 라틴 계통의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하며 영업을 해 나가고 있다. 한국인이 고용주라는 것은 한국인 학생들로서는 그만큼 일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 네일 가게이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던 때에 라틴 계통 친구와의 대화 중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아들에게 제 3외국어로서 한국말을 가르치겠다는 말이었다. 뉴욕에 사는 이상 영어는 물론이고 모국어인 라틴어와 함께 한국말을 가르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친구 왈 아들 역시 성장 후에 한국인 가게에서 한국 사람들과 일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보이지 않는 강요 아닌 강요에 의해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나에게 그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으며,뉴욕에서의 한국인의 위치를 실감케 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정치 경제적 실권을 잡고 있다고도 할 수 잇는 유럽인이나 유대인, 일본인 등과 나란히 어깨를 대고 보다 권력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하면 괜한 욕심일까? 권력의 사슬이 얽히고 얽혀 일정한 권력 체게를 이루는 이 시점에 미국이라는 거대한 1등급의 권력 하에 우리 나라는 어느 정도이며 나는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WTC 테러 사건 이 후 뉴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현상중 가장 눈에 띄는 일 중 하나는 성조기의 물결일 것이다. 모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앞 부분에는 성조기가 달려 있으며 사람들의 옷 차림에서 성조기 무늬의 티셔츠나 핀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왠일인지 나와 같은 유학생들 혹은 한국인까지도 그러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려운 시기에 하나되려는 아름다운 노력이라기 보다 권력에 편승하려는 부엉이를 떠올리는 삐딱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외에도 아이 러브 뉴욕 등과 관련한 소품들이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는 기사를 보면서 최고의 자긍심을 가진 국민들만이 가질 수 잇는 무서운 애국심이라는 말을 조심스레 던지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사람들에게 떨치고 있는 단결력, 동원력에 감탄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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