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아까운 ‘서울대 종합 체육대회’

이거 ‘서울대’ 종합 체육대회 맞아?photo1지난 10월 11일 5시 체육관에서 서울대학교 종합 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렸다.올해로 9년째에 접어드는 서울대학교 종합 체육대회는 축구, 농구, 소프트볼 등의 구기종목과 탁구, 테니스, 씨름 등 개인 종목 10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교내학생들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이다.

이거 ‘서울대’ 종합 체육대회 맞아?

photo1지난 10월 11일 5시 체육관에서 서울대학교 종합 체육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드는 서울대학교 종합 체육대회는 축구, 농구, 소프트볼 등의 구기종목과 탁구, 테니스, 씨름 등 개인 종목 10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교내학생들의 실력을 겨루는 대회이다. 이번에 체육대회를 기획한 홍성찬 씨(체육교육과 조교)는 이 행사를 “매년 5월 경에 있는 총장배 체육대회와는 달리 각 종목마다 단과대학별로 팀을 구성하여 참가하는 대회로서 학교 축제 기간에 행사의 일부분으로 열렸다” 고 말했다. 홍씨에 따르면 홍보가 미비했던 그 동안의 대회와는 달리 sis의 도움을 얻어 교직원, 학생 전원에게 홍보메일을 보냈으며 정보광장에 있는 학생|교직원 게시판에도 2번씩 홍보 글을 올렸다고 한다. 또한 “총학에 문의하여 각 단대 게시판에도 홍보를 부탁했다. 교양 체육 강사들에게도 학생들에게 체육대회의 존재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으며 포스터도 500여장 붙였다” 고 말하며 홍보에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반학우들이 서울대학교 종합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대부분 잘 알고 있었냐는 점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일단 기자가 총학, 사회대, 공대, 법대 게시판에 들어가보고 스누라이프에 들어가봤지만 법대, 스누라이프 게시판은 임시 폐쇄상태였고, 나머지 게시판에선 체육대회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회과학대학 기초과정생 김필수(여), 류호윤(남), 임상빈(남), 차주호(남)씨와의 대담을 통해 체육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에서도 대답은 ‘아니오’ 였다. 이름만 들어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언제 어디서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우리학교는 언제 어디서 뭘 한다고 홍보를 잘해야지 참여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뭘 하든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고 한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시험기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과 구기 종목 대회가 동아리 위주여서 과/반 차원에서 참여하기 힘들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차씨는 운동동아리들의 기량을 겨루는 대회와 과/반 단위 대회로 이원화하면 어떠냐며 ” 새터 때처럼 재미있고 단합되는 느낌을 주는 체육대회가 있으면 좋겠다” 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 밖에도 여성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고,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이야기 등이 나왔다. 정리를 하자면 지난 10월에 치뤄진 서울대학교 종합체육대회는 그 이름에 걸맞는 홍보가 없었으며 기간, 종목, 동아리 위주의 참여 등 총체적 기획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체육대회를 개선해야 한다거나 모두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photo2시설부족 → ← 관심부족에 기획력마저 떨어져혹시라도 기자가 학교 행사를 잘 모르는 학우들과만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체육대회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도 만나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탁구대회에 참여한 제원진(간호 04)씨와 경제학부 축구부 에코플러스 소속의 강민준(사회 04)씨는 동아리 선배들의 권유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했다. 강씨는 현행의 체육대회가 홍보와 참여가 많이 부족한 것을 언급하며 학교의 적극적인 홍보와 결승전 하는 날은 휴강을 하는 등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방학 때의 축구 수업 경험을 이야기 하며 겨우 2주 함께 했는데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며 다 함께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아쉬워했다. “함께하는 운동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어요? 연대를 할 수 있고, 다른 수업들은 한 학기 동안 같이 들어도 사람들끼리 전혀 모르는 게 대부분이잖아요.” 직접 체육대회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번 체육대회는 홍보가 많이 부족했으며 이번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의 체육대회가 구성원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반적인 기획력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photo3이에 대해 홍성찬 씨는 “서울대학교에서 체육활동, 체육대회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고 말한다. 지금의 경영대 자리는 원래 야구장이었고 농생대 자리는 자연대 운동장이었다.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줄여 건물을 짓고 있으니, 학생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은 열악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 화살을 피해갈 순 없다. 만약 그런 운동시설들이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다면 굳이 없애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들이 체육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과 시설이 점차 열악해지는 것이 끊기 힘든 악순환의 고리라고 말했다. 시설 부족만이 문제는 아니다. 요즘 학생들은 학점에 민감해서 수업을 빠지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이 때문에 체육대회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바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체육대회에서는 씨름, 소프트 볼 등 새롭고도 여성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종목을 도입함으로써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시도는 보였다. 그러나 학교의 행정적인 지원이나 학생의 참여, 자치단위와의 연대 없이 체육부만의 노력으로는 서울대학교 종합 체육대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행사는 힘들다.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photo4스포츠 사회학 분야의 권위자로 통하는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요즘 스포츠는 관중스포츠이다. 이는 관중과 스포츠를 유리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으며 보는 것보다는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특히 서울대학교는 서로간의 연대, 단합이라는 문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체육대회 같은 행사를 통해 공동체의 통합, 결속력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덧붙여 참여를 알게 모르게 제한하는 축구, 농구 같은 구기 종목보다는 줄다리기, 발 야구 등 양성 모두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을 늘려야 하며 참여를 절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재미있는 종목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서강대 자연대 학생회장 이승은(자연대 02)씨에 따르면 서강대에선 3월 달에 새내기들의 체육대회가 있고, 가을엔 모고체전이 벌어진다. 특별히 운동을 잘하지 않아도 20명이 단합만 잘 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서강대만의 ‘집단 발야구’ 라는 종목이 있다. 관습적으로 축구대회엔 농구동아리가 참여하고 농구대회엔 축구동아리가 참여하므로 서울대학교의 과/반 개념인 섹터단위로 출전해도 큰 무리가 없어 참여가 활발하다. 뿐만 아니라 결승전이 치러지는 날은 공식휴강일이라고 한다. 또 한양대에 재학중인 조정훈(21) 씨에 따르면 한양대 사회과학대에서는 피구, 발야구 / 축구, 농구 이렇게 양성이 각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종목 두 개씩과 이어달리기를 한다. “체육대회는 일종의 축제로서 잘 몰랐던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자 단합의 자리” 라고 설명했다. 물론 서강대, 한양대, 서울대는 학생 수와 체육시설 사정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회와 학교가 유기적으로 체육대회를 개최한다는 것과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여러 시도 등을 그냥 보아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학교는 원래 이래’ 라고 수동적인 자세에만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우리의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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