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대학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체육 교양수업은 축구, 야구, 배드민턴, 골프, 양궁 등의 16개 종목의 110여 개 강좌이다. 매 학기 2750여 명의 학생이 체육수업을 수강한다. 강좌 수로 보나 학생 수로 보나 체육수업이 교양수업 중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매 학기 초 수강신청 기간에는 체육수업 쟁탈전이 벌어진다. 누가누가 먼저 체육수업을 클릭하나 겨루고 나면 하루 종일 진이 다 빠진다. 11월호 스포츠 특집을 맞이하여 서울대학교 체육수업의 안팎을 살펴보았다.가장 큰 문제는 개설 강좌 수의 부족photo1수강신청 기간에 체육과목을 신청하려면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대부분의 체육수업이 수강신청을 시작하고 나서 5분만에 마감되기 때문이다. 체육교육과(이하 체교과)측에서도 본부에 강좌 수를 늘려달라고 건의해왔지만 아직 적극적으로 반영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대해 교양과목을 담당하는 기초교육원은 ‘이미 사범대와의 강좌 조정이 모두 끝난 상태이다. 각 단과대학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계속적으로 있어왔고 건의사항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가 있었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매 학기 단과대학 별로 강좌 개설요청이 접수되면 기초교육원에서는 강좌조정에 들어간다. 강좌조정은 직전 3년간의 강좌 수강인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운영위원회는 전년도와 전전년도 동일학기 동일강좌의 평균 수강실적에 근거하여 강좌조정을 심의한다. 운영위원회의 심의가 끝나면 기초교육원 내의 각 교양 영역별 주임교수들이 최종결정을 내린다. 이 조정결과는 각 단과대학으로 통보된다. 체육수업의 수강인원이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나, 이처럼 3년간의 평균인원에 근거해 강좌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강좌 수를 늘린다는 것은 무리이다. 기초교육원 측은 또한 ‘950여 개의 교양강좌 중에 체육과목이 110여 개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핵심교양과목도 아니고 필수과목도 아닌 교양과목 중에서 체육교과목의 수요가 많다고 해서 체육수업만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라며 ‘비슷한 사유의 교양교과목들이 꽤 있는데 체육수업 개수를 늘린다면 그 교과목들도 늘려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학사과는 이 문제를 단순한 수업 공급 부족의 측면으로 따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주일에 2시간 수업해서는 외부 스포츠센터에서만큼 기술수련을 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듣는 것에는 학점취득의 목적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점을 채울 수 있는 다른 교양교과목들도 많으므로 굳이 체육수업만 늘려줘야 하는 타당성이 적어진다. 이렇듯 체육과목 수강 목적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없는 상태에서 체육수업 부족의 문제를 수요-공급 측면에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그러나 학생들 중에는 체육이 좋아서, 신체활동이 좋아서 순수한 목적으로 체육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다. 홍향유(기계항공, 03)씨는 태권도, 테니스, 체력단련, 야구, 호신술 등 5개의 체육수업을 수강한 체육매니아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는 수업 이외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에서 운동을 하곤 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오니까 그런 기회가 확연히 줄었다. 외부에 나가서 운동을 하기에는 시간과 역량이 부족해서 체육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물론 운동에 조금만 소질이 있고 열심히만 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홍씨처럼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신체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들은 체육강좌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많은 학생들의 체력증진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원한다. 홍씨는 “사실 이때까지 수강한 5개 수업 중 3개 수업은 수강변경기간에 겨우 신청한 것이다. 변경기간에도 내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체육수업을 쟁취할 수 있다”라고 체육강좌 신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근본적인 원인은 체육시설의 미완비photo2체육강좌 수를 늘릴 수 없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다. 기초교양 과목이 갖추어야 할 시스템적인 측면, 다른 수업들과의 형평성, 시간강사의 확충, 강사료와 수업 전반에 걸친 재정적 부담.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체육시설이 완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체육관만 해도 비만 오면 새는 물 받기에 바쁘다. 86년 아시안게임에 대비하여 지어졌으니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학생들은 비오는 날이면, 20년 된 체육관에서 군데군데 빗물을 받고 있는 양동이들과 축구를 해야할 지경이다. 탈의실과 샤워실 사정도 열악하다. 유도장과 태권도장이 있는 보조체육관에서 수업하는 학생들은 탈의실이 부족하여 여학생은 화장실에서, 남학생은 도장 한쪽 구석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호신술 강사 조인철씨는 “수업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소가 협소하다. 호신술 같은 경우 30명의 학생들이 수강하는데 보시다시피 유도장은 30명의 인원을 수용할 만큼 크지 않다”며, “두 조로 나누어 한 조가 수업하는 동안 한 조는 쉬는 방법으로 수업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 한 사람 당 16주 수업 중 8주의 교육을 받을 뿐이다”고 시설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체육 수업의 목적 공고히 해야photo3체육수업에 대한 본부와 체교과, 수강학생의 시각은 각기 다르다. 학사과 관계자는 체육강좌 부족 현상에 대해 “왜 굳이 체육수업으로 신체활동을 보충하려 하는가”라며 “부족한 부분을 외부 스포츠센터에서 채울 수 있지 않는다”라고 반문했다. 본부에서는 국가에서 정한 교육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명목상으로 체육수업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반해 체교과 측에서는 ‘체육수업을 통해 신체를 통한 교육을 하고 종목의 기능을 습득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단체게임을 통해서 협동심과 협응력을 기를 수도 있다’라며, ‘강의실 안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을 습득하고 나아가 실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대인관계 능력을 습득한다는 것이 체육수업의 장점이다’라고 덧붙였다. 홍향유씨 역시 “새로운 운동을 배워볼 수 있고, 평생 취미로 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체활동이라는 특성상 수업을 듣는 동안 자연스레 옆 수강생들과 대화를 하게되는 등 사교성도 길러진다”라고 체육수업의 묘미를 밝혔다. 용인대학교 전임교수이면서 서울대에서 2학기 째 호신술을 가르치는 조인철(용인대, 무도대학 교수)씨는 “용인대는 전문체육학교로서 전문체육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서울대는 체육수업이 일반교양강좌로 일반수강생들이 많다”며 그러므로 서울대와 용인대를 같은 맥락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용인대 학교측과 학생들간에는 체육수업의 목적이 전문체육인 양성으로 확실히 규정되어 있고 반면 서울대는 이것이 불확실하다”고 두 대학을 비교했다. 본부와 체교과, 학생들의 기본적인 입장이 다른 한,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할 것이다. 이들이 체육 수업의 목적에 일치점을 보아야 체육수업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phot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