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함부로 대하지 마라. 너는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고갱님’ 해본 적 있느냐. 요즘 대학생들의 또 다른 이름은 ‘아르바이트생’이다. 시내 어느 가게에서도 교수님 대신 고객님께 인사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학생들의 또 다른 삶의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토요일 주말 오전 10시, 편의점의 하루 업무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서 오세요, ○○○입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계산대에 서 있는 모습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건을 정리하고, 직접 찾아주고, 가끔은 포장도 해야 한다. 계산 과정은 꽤 복잡하다. 기자가 손님일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바코드를 찍기 전에 우선 손님의 연령대와 성별을 키보드로 입력해야 한다. 거기에 현금으로 계산할 것인지 카드로 계산할 것인지 물어본 후 멤버십 카드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라고 말하는 인사는 필수다.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손님 여럿이 줄을 서 있을 때는 마음이 급해져 허둥지둥 하게 된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아르바이트생 A 씨(22)는 “차근차근해야 오히려 실수를 덜 한다”며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지금까지 7개월 정도 했다는 A 씨의 손길은 매우 빠르고 노련했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에서 5개월 째 일하고 있다는 B 씨(23)는 “요즘도 종종 실수를 하지만, 하다보면 적응이 된다”며 격려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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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손님에게 계산을 하고 있다. 아직은 서툰 모습이다. |
혹시 계산을 하다 거스름돈을 잘못 거슬러주면 어떻게 될까. A 씨는 “1시간 정도에 한 번씩 시재를 점검한다”고 말했다. 시재 점검은 계산대에 찍혀 있는 금액과 실제 현금이 같도록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손님이 없는 틈틈이 10원 짜리 동전까지 모두 세야 한다. 이를 계산대에 입력했을 때 차액이 찍혀 나오면,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500원 가량이 찍혀 나오자 A 씨는 “이렇게 되면 아르바이트생이 메워 놓아야 한다”고 가르쳐줬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얼마 안 되는 돈을 갉아먹는 또 다른 복병은 로또다. 실수로 손님이 주문한 금액과 다르게 복권을 결제하는 경우가 있다. 로또를 결제하는 기계는 복권의 장 수를 입력하기만 하면 바로 출력되기 때문이다. 가장 난감한 일은 손님이 복권 3장을 요구했음에도 실수로 두 장을 결제하는 종류의 일이다. 1장을 더 구매해서 주면 해결될 것 같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2장과 1장이 따로 나온 것을 거부하고 다시 3장을 인쇄해 달라고 요구한다. 손님들이 ‘운’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남은 2장의 로또는 아르바이트생의 부담이 된다. 로또 한 장의 가격이 1000원임을 감안하면 찰나의 실수로 그 날의 노력을 공칠 수 있는 셈이다. 기자는 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로또 기계 앞에서 긴장하고 말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토요일이다. 토요일은 로또 당첨 방송이 있는 날이라서 로또를 사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물건이 배달돼 왔다. 물건을 보기 좋게 정리하고 진열하는 것도 아르바이트생의 몫이다. 목록에 적힌 물품의 개수와 종류에 따라서 일일이 확인하고 유통기한을 점검한다. 수백 가지의 물품들을 정리하고 먼지를 닦다 보니 팔이 아파왔다. 재고가 떨어졌을 때에는 창고에 쌓여 있는 과자를 가지러 가기도 한다. 창고는 물품을 쌓은 가판대와 대걸레를 세탁하는 공간, 청소 도구함, CCTV 등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비좁고 공기가 탁했다. 창고를 뒤져 손님에게 물건을 찾아 주고 계산, 청소, 진열 등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밀려 왔다. 삼각 김밥부터 시작해서 컵라면, 덮밥류 등 끼니를 해결하려는 손님들로 작은 편의점은 금세 꽉 찼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은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 공간이나 식사 시간도 따로 없다. 카운터 뒤의 담배 진열 공간 사이 사이에 햄버거나 삼각 김밥 등을 두고, 계산하는 중간에 한 입씩 먹기 일쑤다. 기자는 컵라면을 서둘러 먹으려 했지만, 어느새 라면이 다 불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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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2년 넘게 자취를 해온 기자도 괴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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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레기가 가득 차면 이렇게 묶어서 버려야 한다. 편의점에는 쓰레기가 꽤 많이 나온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잦다. 기자가 찾은 편의점은 횡단보도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때문에 손님들은 신호등을 보면서 계산을 재촉하고는 한다. 신호가 바뀌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손님은 계산이 서툰 기자에게 화를 내며 “빨리 빨리 해야지, 뭐하고 있는 거야!” 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A 씨는 “이제 이런 일 정도는 괜찮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아르바이트생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일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B 씨는 “라면 먹는 손님이 싫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은 중·고등학생들이 라면을 먹더니 ‘당연히 아르바이트생이 치워야죠’ 라고 약올리며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내민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자 손님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 쓰레기가 한 가득 쌓였다. 라면 찌꺼기와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뒤엉켜 냄새가 났다. 음식물은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넣고 더러워진 바구니는 개수대에서 깨끗이 씻어야 한다. 국물도 개수대에 함께 버렸다. 고무장갑을 꼈음에도 음식물 쓰레기의 느낌이 손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가족이 아닌 타인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생경했다. 이렇게 일을 하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시간 당 얼마를 받을까. A 씨는 현재 기준 최저 임금인 4,320원, B 씨는 3,500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B 씨는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받고 있었다. 수습 기간에도 A 씨는 3,500원을 받았지만 B 씨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수습 기간에도 시급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씨조차 90%에 달하는 제 몫을 온전히 챙기지는 못한 셈이다. B 씨는 “노동부에 신고를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시급을 올리도록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경고만 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 노동부에 최저 임금 위반으로 고용주를 고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B 씨는 “편의점 일이 수월한 편이긴 하지만 최저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A 씨와 B 씨의 한 달 임금은 각각 30만원, 20만원이다. 이들은 이렇게 번 돈을 주로 용돈에 보태 쓴다. A 씨는 “부모님에게 계속 의지하는 것이 죄송해 용돈까지 달라고 할 수 없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를 전했다. B 씨는 “용돈에 보태 쓰고 남는 것은 저축을 한다”며 “적은 금액이지만 등록금에 보태 쓸 계획”이라 말했다. A, B씨는 모두 앞으로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스스로 벌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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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이 가득 진열된 좁은 창고 안. 이 곳에서 대걸레도 빨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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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돼 온 물품을 정리하는 모습. 수백 가지의 물품을 일일이 정리한다. |
하루 업무는 정리 정돈과 더불어 또 한 번의 시재 점검을 거친다. 대걸레를 빨아 가게의 바닥을 닦고 쓰레기를 버린 뒤, 차액을 0원으로 계산하고 재고 물품 수량까지 확인하면 마무리된다. 그래야 다음 아르바이트생과 교대할 수 있다. 8시간의 아르바이트를 끝낸 A 씨의 얼굴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A 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때때로 체력이 달리는 것을 느낀다”며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자의 일일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어느 새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